[가치소비 트렌드①] 맛·건강 다 잡았다…식음료업계 파고드는 ‘비건’

2020-12-16 08:00
윤리적 소비 우선순위 분위기…비건 인증 식음료 ‘봇물’

[사진=삼양식품, 풀무원, 한국야쿠르트 ]


자신의 신념에 따라 구매하는 가치 소비 트렌드 영향으로 ‘비건’ 인증 식음료가 인기다. 비건은 동물성 식품을 완전히 배제한 엄격한 채식을 말한다.

과거 건강상의 이유로 채식을 선택했다면 이젠 동물복지·환경보호 등 윤리적 소비에 우선순위를 두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식음료기업들은 성장세에 있는 비건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16일 식음료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의 장수 스낵 사또밥은 이달 초 한국비건인증원으로부터 비건 인증을 획득했다.

한국비건인증원은 식품·화장품의 비건 인증·보증을 담당하는 정식 기관이다.

비건 인증은 동물 유래 원재료가 들어있지 않고, 제조 과정에서도 이를 이용하지 않은 제품에만 부여된다.

인증을 받기 위해선 제조 시 동물 유래 성분과의 교차 오염을 방지하는 생산 공정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특히 한국비건인증원의 인증을 받으려면 동물성 유전자 검사 등 까다로운 심사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현재 수출용 사또밥 패키지에는 2018년 취득한 ‘영국 비건 소사이어티’의 인증 마크가 표기됐다.

삼양식품은 국내 소비자들도 비건 제품임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내수용 사또밥 패키지에 한국비건인증원의 인증 마크를 표기할 예정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최근 가치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비건 식품에 대한 관심과 수요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며 “향후 비건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환경과 건강을 고려한 제품으로 소비자들의 기대를 충족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풀무원식품 라면 브랜드 ‘자연은 맛있다’의 ‘정면’도 최근 비건 식품 인증을 받았다.

정면은 일반적으로 연상하는 비건 라면과는 달리 진하고 칼칼한 매운맛이 특징이다.

버섯이나 양파, 배추, 대파 등 12가지 채소를 로스팅했으며 콩으로 만든 채수와 장으로 만든 밑 국물을 더했다.

풀무원식품 관계자는 “정면은 출시 후 두 달 만에 100만 봉지 이상 판매됐고 연내 200만 봉지에 가까이 판매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야쿠르트는 한국비건인증원으로부터 비건 인증을 받은 ‘하루식단 그레인’을 내놨다.

식물성 원료만을 사용해 유당불내증이 있는 사람이나 채식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국내산 쌀과 현미, 추정미, 오대쌀, 흑미, 홍국 등 총 5가지 곡물이 들어있으며, 식물성 단백질이 18g 포함됐다. 여기에 귀리, 치아씨드, 햄프씨드, 콩, 아몬드도 담겼다.

외식업계에서도 비건 바람이 불고 있다.

롯데GRS가 운영하는 롯데리아는 최근 식물성 단백질 버거인 '스위트 어썸 버거'를 출시했다. 노란 대두를 기반으로 비트, 블랙커런트 등 채소 과일 농축액으로 육즙과 색상을 실제 고기처럼 재현했다.

앞서 롯데리아는 올해 2월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 최초로 식물성 패티·빵·소스로 만든 ‘미라클 버거’를 출시한 바 있다. 10월 말 기준 누적 판매량은 220만개에 달한다.

샌드위치 브랜드 써브웨이도 식물성 고기로 만든 샌드위치 ‘얼터밋 썹’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지난 9월 출시 이후 11월 중순까지 7만3000개가 판매됐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1인 가구 증가와 가치 소비 성향에 따라 다양한 비건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며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비건 트렌드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