巨與 단독 처리 '대북전단 금지법', 한·미 갈등 뇌관되나

2020-12-14 16:42
美 하원의원 '대북전단 금지법' 입법 추진 지적
美 국무부 '감시대상'·의회 '청문회' 가능성 시사
'인권중시' 바이든 정부서 거론시 대북정책 악재
통일부 "개정안, 접경주민 생명보호의 최소 조치"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대북전단금지법 입법, 국방예산 감축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한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회원들과 관계자들이 법안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거여(巨與)가 단독으로 처리 중인 ‘대북전단 살포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이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미 간 새로운 갈등 요인이 될 거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크리스 스미스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이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 대표 발의한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강행 예고를 맹비난했기 때문이다.

스미스 의원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성명 발표를 통해 송 위원장의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에 대해 “어리석은 법(inane legislation)”이라며 “한국 헌법과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상 의무의 명백한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한국이 인도주의 시민단체 대북활동을 처벌하고, 근본적 시민의 자유를 묵살하는 데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당 법이 통과되면 미국 국무부가 인권보고서와 국제종교자유보고서에서 한국을 비판적으로 재평가할 것을 요구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또 한국을 미 국무부 ‘워치리스트(감시대상)’에 올리고, 미국 의회 청문회를 소집할 수도 있다고 시사했다.

스미스 의원은 초당적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 공동의장을 맡고 있으며, 1981년부터 미국 뉴저지주 4지구의 하원의원으로 39년째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

스미스 의원은 문재인 정부를 향해 “문재인 대통령의 의회 협력자들은 왜 시민적·정치적 권리 보호라는 의무를 무시하고 있는가”라고 지적하며 “어리석은 입법은 공산주의 북한을 묵인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한국의 민주당 의원들은 이 법안이 잘못 입안됐을 뿐 아니라 민주주의와 자유에 대해 무서운 함의를 갖는다는 것을 인식하기를 진정으로 바란다”며 법안 철회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지난달 18일(현지시간) 미국 하원은 한미동맹 강화를 강조하는 내용의 결의안 2건을 채택했다. 우방국인 한국과의 동맹 관계를 한층 더 굳건히 하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한·미동맹 강화를 외치던 미국 의회가 한국 국회가 입법 추진하는 법안에 제동을 건 것은 그만큼 북한의 인권 상황이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지난 6월 24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 대북전단 살포를 막기 위한 경기도의 위험구역 설정 및 행위금지 명령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사진=연합뉴스]


아울러 미국 의회의 이런 시각은 ‘인권’을 중시하는 조 바이든 차기 미국 행정부의 대(對)한반도 외교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이든 당선인이 인권 문제를 중요시하는 만큼 향후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미국 의회가 한국의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을 문제 삼게 되면 한·미 관계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고별 방한’ 일정을 소화했던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도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공개석상에서 이례적으로 길게 언급하며 북한 인권 문제 해결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낸 것도 이런 지적을 뒷받침한다.

비건 부장관은 지난 10일 아산정책연구원 강연에서 “싱가포르 합의를 진전시킬 수 있다면 우리는 인권과 같은 가장 민감한 문제도 북한과 논의할 수 있을 정도로 신뢰를 쌓을 수 있을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에 그동안의 대북 협상 경험과 제안, 지혜 등을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비건 부장관이 바이든 행정부에 북핵 해법에 대한 조언을 전하면서 북한 인권 문제 해결의 필요성도 강조할 것으로 추측된다.

한편 통일부는 스미스 의원의 성명에 대해 “정부는 인권을 타협할 수 없는 가치로 존중하고 있다”면서 “이번 (남북관계 발전) 법률 개정안은 접경지역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국회 논의가 진행 중인 만큼, 국회 논의과정을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통일부는 앞서 해당 개정안이 국회 외통위를 통과하자 “이번 개정은 112만 접경지역 주민을 포함한 국민의 ‘생명안전보호법’이자 남북 간 합의를 반드시 준수·이행하는 전기를 마련한 ‘남북관계 개선 촉진법’이며 ‘한반도 평화 증진법’”이라며 환영했다.

송 위원장이 대표 발의한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은 대북전단 살포 행위 등 남북 정상 합의 사항을 위반할 경우,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과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은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국민의힘 등 야권 의원들이 집단 퇴장한 상태에서 해당 개정안을 단독 처리했다. 이날 저녁 국회 본회의에서는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종결하는 표결이 시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