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인사 키워드는 ‘세대교체’…이재현 수익성 개선 ‘특명’
2020-12-13 19:54
핵심 계열사에 50대 기수 대거 포진
제일제당·ENM 등 지주 출신 대표 배치
제일제당·ENM 등 지주 출신 대표 배치
올해 CJ그룹 인사 키워드는 ‘세대교체’와 ‘성과주의’로 요약된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난해 선포한 비상경영의 연장 선상이다.
이 회장은 주요 계열사 9곳의 대표이사를 교체하는 ‘초강수’를 뒀다. 코로나19라는 거대한 복병과 급격한 사업 환경 변화가 ‘대폭 물갈이 인사’의 기폭제가 됐다.
이번 인사에서는 50대 기수들이 핵심 계열사 대표에 대거 포진됐다. 위기 극복과 체질개선을 위한 신호탄이 쏘아 올려졌다.
◇CJ제일제당, K푸드·화이트 바이오 주력
그룹 모태인 CJ제일제당 대표에는 최은석 CJ 경영전략총괄이 내정됐다. 최 대표는 그룹의 대표 ‘전략통’이자 ‘재무통’으로 꼽힌다. 최근 네이버와 사업 제휴와 미국 냉동식품 기업인 슈완스 인수를 주도했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최 대표는 ‘비비고’ 브랜드를 필두로 ‘K-푸드’의 세계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은 미국이나 베트남 등 국가를 중심으로 비비고 만두를 비롯해 한식 가정간편식(HMR), K-치킨 등 판매를 확대할 전망이다.
CJ제일제당은 앞서 애니천, 옴니, TMI, 카히키 등 미국 내 아시안 푸드 브랜드를 인수한 데 이어 올해 8월 슈완스 캔자스 공장을 증설했다. 지난 10월에는 슈완스 매국내 유통망을 CJ제일제당과 통합하며 비비고 제품 유통의 포석을 깔았다.
바이오 부문도 최 대표가 키워야 할 과제다. CJ제일제당은 지난달 소재 산업인 ‘화이트 바이오’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식물 등 생물 자원을 원료로 산업용 소재를 생산하는 화이트 바이오는 석유화학 소재를 대체하는 친환경 사업 분야로 뜨고 있다. 정부가 화이트 바이오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결정한 만큼 바이오 사업이 탄력받게 될지 주목된다.
대체육, 식용곤충 등 미래식량자원 관련 연구와 미래 식문화에 대한 선제적 연구개발(R&D)도 최 대표가 이뤄야 할 과제 중 하나다.
◇대한통운, 노조갈등 해소 최우선…ENM, 브랜드 가치 상승 방점
강신호 대표가 키를 잡은 CJ대한통운은 택배 노조와의 갈등 해소와 수익성 극대화가 우선 목표다.
CJ대한통운은 최근 택배노동자 과로사 문제로 궁지에 몰린 상황이다. CJ대한통운은 올 10월 택배노동자 과로사 문제와 관련해 사과문을 발표하고 재발 방지 재택을 내놨다. 하지만 노동단체로부터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소통 능력이 뛰어나고 꼼꼼한 성격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 강 대표가 어떤 역량을 발휘할지 이목이 쏠린다.
강 대표는 CJ대한통운 수익성 강화에도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강 대표 지휘 아래 CJ제일제당은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린 바 있다. 앞서 강 대표는 CJ프레시웨이 대표 재임 시절에도 강도 높은 사업구조 개선을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강 대표는 매출이 늘어도 영업이익률이 저조한 택배사업 사업구조 개선 작업에 집중할 것으로 분석된다.
CJ ENM 사령탑에 오른 강호성 대표는 ‘프로듀스 101’의 투표조작 사건으로 실추된 회사의 이미지를 쇄신하고 소송에 대응할 예정이다.
검사와 변호사 생활을 거친 강 대표는 CJ 합류 후 법무와 경영지원 부문을 주력으로 맡아왔다. 강 대표는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에 집중하면서 CJ ENM의 브랜드 사업 가치를 높이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프레시웨이, B2C 역량 내재화…푸드빌, HMR·배달 강화
정성필 CJ프레시웨이 신임 대표는 회사 수익성 개선 임무를 맡았다. 코로나19 타격을 입은 급식, 식자재 유통 부문에 대한 대응 차원이다.
CJ프레시웨이는 지난 6월 경기 이천에 중앙 집중식 조리시설인 ‘센트럴키친’을 완공했다. 센트럴키친은 단체급식 사업장에 제공하는 반찬류, 국, 탕을 대량으로 조리할 수 있는 시설이다.
정 대표는 센트럴키친을 활용한 HMR 출시, 실버 푸드 사업 확대 등에 나서면서 수익성을 개선해 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정 대표가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중심인 CJ푸드빌에서의 경험을 CJ프레시웨이에서 녹여 낼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계열사 대표 인사에서 유일한 40대인 김찬호 CJ푸드빌 대표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회사의 심폐소생 임무를 맡았다.
김 대표는 젊은 감각으로 외식 브랜드를 정비하고 배달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생존책 마련에 전력투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HMR 제품 강화와 유통 채널을 넓히는 등 자구책을 통해 코로나19 타격을 최소화하는 게 김 대표의 임무다.
CJ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급격한 사업 환경 변화 등 대내외 위기상황에 대처하고 미래 대비에 나설 수 있는 대표들을 선임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