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품는다...우선협상자 선정(종합)
2020-12-10 18:22
인수가 8000억 자금여력 충분... DICC 우발채무가 난제
글로벌 7위 도약 기대... 두산밥캣 포함 안돼 쉽지 않을듯
글로벌 7위 도약 기대... 두산밥캣 포함 안돼 쉽지 않을듯
현대중공업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10일 건설기계 및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이날 오전 현대중공업지주-KD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을 우선협상자로 결정하고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보고했다.
지난달 24일 진행한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본입찰에 참여한 곳은 현대중공업 컨소시엄과 유진기업 2곳이다. 당초 입찰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던 GS건설은 두산인프라코어의 중국법인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의 우발채무 리스크 등으로 본입찰에 나서지 않았다.
두산그룹과 현대중공업은 우선협상자 선정 사실을 공식화 하고 향후 약 2~3주 동안 세부적인 가격 협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DICC 관련 우발채무 부담을 어떻게 할지 여부다. 현재 두산인프라코어는 DICC의 재무적 투자자(FI)인 IMM·미래에셋자산운용·하나금융투자프라이빗에쿼티(PE)와 소송가액만 7093억원에 달하는 ‘주식 매매대금 지급’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로선 두산그룹 측이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종결 전에 DICC 지분 20%를 되사오는 것이 유일한 해법으로 알려져 있다. 2014년 FI가 투자할 당시 원금이 38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8000억원 안팎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게 두산으로선 큰 부담이다.
난제인 DICC 문제를 양사가 원만하게 조율해 협상이 마무리 되면 두산그룹과 현대중공업 측은 올해 안에 본계약을 체결, 거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또 다른 변수는 공정거래원회의 독과점 판단 여부다. 시장점유율이 ‘독점규제·공정거래 법률’에 따라 50%를 넘으면 독점으로 해석되고 이를 유발할 수 있는 기업결합은 불허된다. 현대중공업이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하면 국내 건설기계 시장의 점유율은 50%를 넘기게 된다. 하지만 건설장비는 수입사가 많고 그 제한도 없어 언제든 점유율이 변동될 수 있어 독과점 논란은 크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 분석이다.
최종적으로 현대중공업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완료하면 세계 7위 건설기계 업체로 도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영국 건설중장비 미디어그룹 KHL 통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글로벌 시장에서 두산인프라코어(두산밥캣 포함)의 점유율은 3.3%로 세계 9위였다. 현대건설기계는 1.2%로 22위를 기록했다. 양사가 합쳐지면 점유율이 4.5%까지 올라, 현재 6위권인 스웨덴 볼보건설기계(4.6%)를 위협할 만한 수준이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에는 두산밥캣이 포함돼 있지 않아 현재로선 글로벌 7위도 쉽지는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현대중공업이 두산인프라코어를 품을 경우 국내에서 독보적인 1위 기업이 될 뿐만 아니라 세계 건설기계 시장에서 수년 안에 5위까지 올라 설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셈"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5.4%을 보유한 최대 주주인 두산중공업은 별도의 자료를 내고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현대중공업지주㈜ 컨소시엄과 계약서 협의를 거쳐 빠른 시간 내에 본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구조조정에 돌입한 두산중공업은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청약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지난 8월에는 클럽모우CC를 매각해 채권단 차입금 일부를 첫 상환했다. 지난 11월에는 ㈜두산 대주주들로부터 약 6000억원 규모의 두산퓨얼셀 지분 수증을 완료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