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백 칼럼] 공수처 미설치는 유엔부패방지협약(UNCAC) 위반

2020-12-10 06:00
한국은 UNCAC 가입국…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

강효백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

∙ 각 당사국은 자국 법체계의 기본 원칙에 따라 부패를 방지하는 기구가 하나 이상 존재하도록 보장해야 한다(shall).  -유엔부패방지협약 제6조

∙ 털하나 머리카락 하나 병들지 않은 게 없다. 지금 개혁하지 않으면 나라는 반드시 망한다. - 정약용 『경세유표』

∙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민초들 때문에 망한 나라는 없다. 언제 어디서나 망국의 공통분모는 고위층의 부정부패, 국가의 흥망성쇠는 고위층의 부패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와 그 작동상태에 달려 있다. - 강효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이 8일 국회 법사위를 통과해 본회의 통과만 남겨놓고 있다. 이에 야당과 기득권 세력의 반발이 극심하다.

특히 “수사·기소권을 다 가진 공수처는 글로벌스탠더드에 어긋난다”고 허언(虛言)하여 물의를 빚어온 금태섭 전 의원은 이번에도 “공수처 법은 독재국가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는 망언을 계속하고 있다. 

2003년 10월 31일 국제연합(UN) 총회는 유엔부패방지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against Corruption)을 채택했다. 이 국제협약은 세계인권선언처럼 선언적 의미만 있는 게 아닌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조약이다. 세계 최고 지위와 권능을 지닌 반부패관련 세계헌법이라고도 할 수 있다. 2020년 12월 현재 유엔부패방지협약에 가입한 회원국은 181개국이다. 한국은 2003년 12월 10일 서명하여, 2008년 3월 27일 비준했다.

유엔부패방지협약처럼 법적 구속력을 갖는 국제협약에 서명 비준한 모든 국가는 이를 준수하해야 할 의무를 진다. 2020년 12월 현재 공수처를 설치한 나라의 수는 모두 56개국(EU, 홍콩, 마카오, 케이맨, 터크스제도 포함)이다. 유엔부패방지 협약 제6조 1 “각 당사국은 자국 법체계의 기본원칙에 따라 부패를 방지하는 기구가 하나 이상 존재하도록 보장해야 한다”에 따른 제도화 조치다.
 

[자료=강효백 교수 제공]

영어는 조동사가 매우 중요하다. 국제협약에서도 그렇다. 세계인권선언과 한·미소고기수입위생조건 기술협정등 법적 구속력이 없는 국제협약 조항에는 주로 'will(하려 한다)', 'may(할 수 있다)', 'can(할 수 있다)'을 사용한다.

반면에 유엔부패방지협약(UNCAC), 핵확산금지조약(NPT), 자유무역협약(FTA)등 법적 구속력있는 국제협약 조항에는 주로 ‘shall(해야한다)’을 사용한다.

유엔부패방지협약 총8개장 71개 조항에는 조동사가 모두 419개가 있는데 shall 277개, may는 133개, will은 9개다. shall이 전체조항의 66%나 차지하고 있다. 유엔부패방지협약의 양대 핵심조항은 제6조 1(1개 이상 부패방지기구 설치)과 제68조 1(협약의 이행의무)이다.

제6조(부패방지기구) 1. 각 당사국은 자국 법체계의 기본 원칙에 따라 부패를 방지하는 기구가 하나 이상 존재하도록 보장해야 한다(shall). (1)*

제65조(협약의 이행) 1. 각 당사국은 이 협약상 의무의 이행을 보장하기 위하여 자국 국내법의 기본원칙에 따라 입법적·행정적 조치를 포함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shall). (2)*


한 마디로 위 양대 핵심 조항은 권장 사항도 아니고 옵션 사양도 아니고 강력추천 '강추'도 아니다. 유엔부패방지협약은 북한이 탈퇴해 핫 이슈가 된 핵확산금지조약(NPT)처럼 일단 가입했으면 탈퇴하지 않는 한 “~해야만 한다(shall)”는 의무이행의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이다.

국제의무와 양립할 수 없는 과거의 관행 또는 법제가 계속 국내적으로 시행될 때는 국제법 위반이 성립된다. 국제판례의 입장도 국내법 규정이 국제협약에 우선 할 수 없으며 가입국은 국제조약상의 국제의무이행을 확보하는데 필요한 국내법의 수정을 법적 의무로 지적하고 있다.

즉 가입국은 협약규정에 부합하지 않는 기존의 국내법은 개폐하고 필요한 입법적인 보완을 강구함으로써 국제법원칙의 국내법에의 도입을 실천할 의무를 진다.

하루빨리 1개 이상의 부패방지기구전담기관 설치를 의무화한 유엔부패방지협약을 국내법으로 수용한 공수처가 설치, 본격적으로 가동됨으로써 국제사회의 규범을 실천하는 중견강국 대한민국에 걸맞은 위상과 품격을 갖추기를 바란다.

◆◇◆◇◆◇주석


(1)*Each State Party shall, in accordance with the fundamental principles of its legal system, ensure the existence of a body or bodies, as appropriate, that prevent corruption by such means.

(2)*1. Each State Party shall take the necessary measures, including legislative and administrative measures, in accordance with fundamental principles of its domestic law, to ensure the implementation of its obligations under this Convention.
65조 2. 각 당사국은 부패의 방지·척결을 위하여 이 협약에서 규정한 조치보다 더 엄격하고 엄중한 조치를 채택할 수 있다(may)
Each State Party may adopt more strict or severe measures than those provided for by this Convention for preventing and combating corrup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