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둥 전성시대]물류·디지털·전자상거래까지 휩쓸어... "류창둥도 돌아왔다"

2020-12-09 06:00
징둥물류 홍콩증시 IPO 준비중... 30억 달러 조달 목표
징둥디지털, '스마트시티' 광폭행보... "10년 내 中 도시 절반에 도입"
성폭행 논란 이후 두문분출하던 류창둥 회장도 복귀 시동

[사진=징둥]

중국 2위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京東)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자회사들의 상장을 잇달아 추진하고, 디지털 기술업체 자회사인 징둥디지털(京東數科)의 사업 확대에도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최근 1년간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던 창업자 류창둥(劉强東) 회장까지 경영일선에 복귀하면서 내년 성장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징둥헬스에 이어 징둥물류도 내년 상반기 상장 예고

지난 8일 홍콩 증권거래소에 성공적으로 상장을 마친 징둥의 온라인 헬스케어 자회사 징둥헬스에 이어 또 다른 징둥 산하 상장사가 내년 탄생할 전망이다. 최근 중국 중관춘재선에 따르면 징둥의 물류 자회사인 징둥물류는 내년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홍콩증시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다. 목표 조달액은 최대 30억 달러(약 3조2500억원)로 징둥헬스와 비슷한 규모다.

중관춘재선은 “징둥물류가 이미 글로벌 투자사인 UBS, 뱅크오브아메리카, 하이퉁증권 등과 상장 논의를 시작했다”며 “지난해부터 상장을 위한 자금 모색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7년 4월 설립된 징둥물류는 징둥그룹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징둥닷컴의 대규모 네트워크를 통해 보관, 배송 등 복합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외에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 데이터 분석 등의 물류 관련 기술도 제공하는 중국 대표 물류 업체 중 하나다. 9월 말 기준 징둥물류의 중국 내 운영 창고 수는 800여개이며, 물류 및 기타 서비스가 차지하지는 비중도 점차 커지는 추세다.

◆”AI·IoT도 놓칠 수 없어”…미래 먹거리 사업도 보폭 넓혀

“10년 안에 중국내 도시의 절반이 징둥디지털의 ‘스마트시티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하겠다.”

징둥헬스, 징둥물류와 더불어 징둥의 3대 자회사로 꼽히는 징둥디지털의 행보에도 이목이 쏠린다. 최근 징둥디지털의 정위(鄭宇) 부회장은 중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징둥디지털의 향후 계획에 대해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내년부터 “징둥디지털의 스마트시티 시스템 도입을 위한 공격적인 행보에 나설 것”이라며, 이를 통해 “농업, 상업 분야 등 전통 산업의 생산성 증가와 업무 효율성을 끌어 올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징둥디지털은 스마트시티 시스템을 통해 스마트판, 스마트축산, 스마트공항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통 농업 방식을 디지털화해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성을 높이는데 힘쓰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축산 시스템을 도입한 양돈업의 경우 30~50%의 비용, 금액으로 치면 약 500억 위안을 절감했다.  필요한 사료의 양을 최대 10%까지 줄이고, 도축 시간을 5~8일로 단축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서다. 

스마트공항 분야에서는 베이징다싱국제공항과 협력을 통해 공항 내 안내 로봇 등을 배치했으며, 수하물처리 디지털화 등 연구에 힘쓰고 있다는 설명이다.
 

류창둥 징둥그룹 회장 [사진=인민망]

◆위기마다 돌아오는 류창둥···이번만큼은 달라

징둥의 광폭 행보 중 최근 가장 주목되는 건 돌아온 류창둥 회장이다.

류 회장은 지난 2018년 8월 성폭행 시비에 휘말린 바 있다. 당시 미국을 방문해 현지 거주 중이던 중국인 여대생에 강간을 시도했다는 혐의다. 증거불충분으로 기소유예가 확정됐지만, 평소 반듯한 이미지에 스크래치가 나면서 징둥에 ‘CEO리스크’를 불러왔었다.

이 사건 이후 최근 1년 이상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류 회장은 지난 7일 알려진 구조조정을 시작으로 ‘재기’를 선언했다. 징둥의 전자상거래 사업 분야 중 신퉁루(新通路)사업부와, 커뮤니티사업부 등이 최근 징둥의 주력 사업군인 공동구매 사업부 징시(京喜)와 통합되는데, 이를 총괄할 사령탑을 류창둥이 맡은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류 회장은 과거에도 경영 일선에서 물러섰다가, 위기 때마다 등장해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점이다. 지난 2014년 5월 징둥이 나스닥에 상장된 후 류 회장은 징둥상청 CEO 자리에서 물러났다가 2016년 성장 침체기 당시 돌아와 징둥을 중국 대표 대기업 반열에 올려 놨다.

중국 봉황망커지는 “이번 류창둥의 복귀가 2016년을 연상케 한다”며 "다만 최근 징둥은 류창둥을 대신하는 리더들의 활약에 힘입어 빠른 성장을 이루고 있는 중이라, 류 회장의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