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전도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전날 최종현학술원과 중국 베이징대가 ‘세계화의 도전과 기회’를 주제로 온라인으로 공동 개최한 ‘베이징 포럼 2020’ 개막 연설에서 “인류의 위기 극복을 위해 ESG 중심의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ESG와 관련한 가치를 만들어낸 기업에 합당한 보상을 해주는 ESG 인센티브제도를 도입해 민간·공공 부문의 ESG 가치 창출을 독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앞서 지난 3일 최종현학술원과 일본 도쿄대가 온라인으로 공동 개최한 ‘도쿄 포럼 2020’ 개막 연설에서도 환경 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 등을 극복하는 해법으로 기업의 ESG 경영 가속화를 제시하는 등 연일 ESG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최 회장은 이번 연설에서도 위기 극복을 위해 ESG 경영으로의 근본적 전환, 사회적 문제 해결에 대한 측정·평가 수단의 진화, 공감에 기반한 사회적 포용 등을 강조했다. 그는 특히 “글로벌 주요 기업은 이미 ESG 경영 추진 노력과 성과에 따라 시장에서 가치를 평가받고 있다”며 “ESG 가치 측정 체계가 고도화할수록 기업의 경영 전략과 행동 변화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SK는 현재 바스프, 도이치뱅크 등과 비영리법인 VBA(Value Balancing Alliance)를 만들어 사회적 가치를 측정할 국제 표준을 만들고 있다. 최 회장은 “VBA는 머지않아 ESG 측정 체계도 만들어낼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또한 사회적 기업이 만든 제품의 사회적 가치를 측정해 금전적으로 보상하는 SK의 사회성과인센티브(SPC) 제도를 소개했다. 그는 ESG 인센티브제도 도입으로 ESG 가치 창출을 독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최 회장이 연일 ESG 경영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이 그룹의 ESG 경영을 사실상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부여받았다.

SK수펙스협의회는 지난 3일 단행한 조직개편·인사에서 기존 위원회들을 확대 개편해 만든 ‘환경사업위원회’ 초대 위원장에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을 선임했다. 환경사업위는 앞으로 그룹 차원의 환경 관련 논의와 신규사업 개발 등을 통해 친환경으로의 체질 개선을 책임진다. 이에 따라 김 사장이 그룹 ESG 경영의 핵심인 환경 분야를 총괄하게 된다.

 

정유·화학 사업 비중이 큰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의 김 사장이 SK그룹의 환경 분야를 총지휘하게 된 것은 그간 SK이노베이션이 추진해온 ‘그린밸런스 2030’의 성과가 바탕이 된 것으로 해석된다. SK이노베이션은 기존 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줄이고 친환경 사업을 개발해 부정적 영향을 0으로 만든다는 ‘그린밸런스 2030’을 전사적으로 추진 중이다.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그린밸런스2030 전략을 리딩해온 기술혁신연구원을 ‘환경과학기술원’으로 확대 개편하고 그 산하에는 차세대배터리연구센터, 환경기술연구센터를 각각 신설했다. 또 기존 화학연구소를 친환경제품솔루션센터로 바꾸고, 배터리연구소를 배터리연구원으로 확대 개편했다. SV(사회적 가치) 담당조직도 ESG 전략실로 확대 개편했다. 아울러 자회사인 SK에너지,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 등도 ESG 경영 관련 프로젝트를 추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