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秋 대신 金 교체로 ‘국면전환’…‘지지율 붕괴’ 막을까

2020-12-04 16:52
국토·행안·복지·여가부 등 4개 부처 장관 전격 내정
김현미·박능후 등 물러나는 장수 장관…“경질 아냐”
‘친문’ 전해철, 내년 4월 서울·부산 보선 관리 중책

문재인 대통령은 4일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4개 부처에 대한 개각을 단행했다. (왼쪽부터) 행안부 전해철 장관 내정자, 복지부 권덕철 장관 내정자, 국토부 변창흠 장관 내정자, 여가부 정영애 장관 내정자.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4일 국토교통·행정안전·보건복지·여성가족부 등 4개 부처 장관을 교체했다. 문 대통령의 장관 교체는 지난 7월 3일 통일부 장관과 국정원장을 교체하는 외교·안보라인 인선을 단행한 지 5개월 만이다. 4명의 장관을 한꺼번에 교체한 것은 지난해 8월 9일 이후 처음이다.

이번 인사의 가장 큰 포인트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교체와 ‘친문(친문재인)’ 중진인 전해철 의원의 행안부 장관 입각이라고 할 수 있다. 각각 부동산 정책의 전환과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 관리라는 점에서다.

특히 성난 부동산 민심과 달리 문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김 장관의 교체는 의외였다는 평가가 많다.

정부 출범 원년 멤버로 3년 6개월 동안 총 24번의 부동산 정책을 주도했지만, 부동산 사태는 ‘인물’과 ‘정책’의 전환의 문제를 넘어섰다는 분석이 절대적이었기 때문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현재 국토부 장관은 기피 1순위 국무위원인 것이 아픈 현실”이라며 “언젠가 바뀌긴 해야겠지만, 김 장관이 사실상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난 여론을 온 몸으로 막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내정자들은 모두 ‘1주택자’로 개각설이 나온 지가 꽤 된 만큼 인사검증 등 어느 정도 발표 준비가 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장관 역시 개각 때마다 교체설이 흘러나왔다. 다만 문 대통령이 김 장관 교체를 전격 발표한 것은 급격히 악화되는 여론을 계속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이번주 3일과 4일 각각 발표된 리얼미터와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그동안 ‘콘크리트 지지율’이었던 40%대가 잇따라 무너지며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현실적으로 추 장관이 징계위 절차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서 어차피 교체대상이었던 김 장관으로 여론을 어느 정도 달래려는 의도로 읽힌다.

추 장관은 윤 총장과의 갈등과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법 처리 등으로 검찰개혁 과제를 마무리한 뒤 교체될 전망이다. 문대통령은 내년 초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외교부 등의 교체로 ‘순장조’ 진용을 꾸릴 것으로 예상된다.

잠재적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정세균 국무총리의 경우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진화 여부에 따라 유동적이다.

청와대는 김 장관의 교체와 관련해 “그동안 실적이 부족하다거나 성과를 못내는, 경질은 아니다”라며 ‘퇴로’를 열어줬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인사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김현미 장관이) 성과를 많이 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요구들이 있다”면서 “지금 좀 더 현장감 있는, 실제 현장에서 주택공급을 해보고 건설을 한 분이 체감형의 정책들을 추진해나가는, 바뀌어졌거나 달라진 상황에 능동적인 대처를 위한 인사”라고 설명했다.

다만, 변창흠 신임 국토부 내정자가 획기적인 부동산 정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교수 출신’이라는 한계 때문에 부처 장악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 의원의 행안부 기용은 내년 4월 재보선을 겨냥한 인사로 해석된다. 청와대와 여권은 3선 국회의원의 경험으로 원활한 선거 관리를 기대하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 민정비서관과 민정수석을 지냈고,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을 일컫는 이른바 ‘3철’(전해철·양정철·이호철) 중 한 명으로 정권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정 수석은 “국회에서 권력기관 개혁, 과거사진상규명, 사법개혁 등에서 노력해온 변호사 출신의 3선 국회의원”이라며 “그동안 지방자치법, 지방세개정안을 대표발의하는 등 지방분권과 지방재정, 그리고 지역균형발전 등 지방자치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코로나19 국면의 중심에 있었던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김 장관과 함께 정부 원년 멤버로 오래 일해 왔던 만큼 자연스러운 교체로 보고 있다. 재임 기간 중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지만, 나름대로의 소임을 다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청와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국면에서 박 장관을 교체하는 것에 대해 “그동안 한국이 코로나19에 아주 잘 대처하는 나라로서 유지가 돼 왔고, 장관이 바뀌었다고 해서 방역 체계의 혼선이나 공백, 차질 이런 우려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성인지 감수성 집단학습’ 등 각종 실언으로 일찌감치 교체 1순위로 꼽혔던 이정옥 여가부 장관은 사실상 경질에 가깝다는 평가다.

후임인 정영애 여가부 장관 내정자는 국내 대표적인 여성학자로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균형인사비서관, 인사수석 등을 거친 경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