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윤 칼럼] 바이든 정권 출범과 함께 풀어야 할 세 가지 과제

2020-12-01 13:56

[김영윤 대표]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한 교류협력 활성화의 관건은 기본적으로 북·미 적대관계의 해소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 정부도 할 일이 많다. 하지만 내년 1월 출범하는 미국 바이든 정부가 코로나 상황을 어느 정도 타개하고 실질적인 대외 및 대북 관계에 힘을 쏟으려고 할 즈음이면 한국은 차기 대선에 돌입한다. 임기 말 문재인 정부는 임기 초 바이든 정부에 무엇을 전달하고 가져와야 할 것인가? 다음 세 가지를 꼭 했으면 한다.

첫째, 바이든 정부가 지난 북·미 하노이 회담에서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미국이 북한이 제의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11개 중 민생과 관련된 5개를 해제하는 대신, 북한은 영변 핵시설을 영구 폐기하도록 북·미 대화를 시작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대북 제재는 경제적으로 압박을 가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대북 제재는 북한의 4차 핵실험이 이뤄진 2016년부터 크게 강화되었다. 2017년 12월 유엔안보리 결의 2397은 북한이 수입할 수 있는 정유제품의 양을 연 50만 배럴로 제한했다. 남한이 하루에 소비하는 정유제품의 양이 250만 배럴임을 감안하면, 대북 제재가 얼마나 치명적인 것인지 가늠할 수 있다. 미국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100개 이상, 유엔은 40~80개 대북 제재 대상을 추가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북한의 상황은 아주 어렵다. 강화되는 대북 제재와 함께 코로나 감염 예방에 따른 대외 차단, 게다가 태풍 피해라는 이른바 3중고를 겪고 있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이 비핵화의 길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차라리 북한으로 하여금 생활경제 분야의 숨통을 터주면서 스스로 하겠다고 자처한 영변 핵시설의 영구 폐기를 추진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와 관련, ”전미북한위원회(The National Committee on North Korea) 대니얼 워츠(Daniel Wertz) 국장도 제재가 북한의 핵과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을 일방적으로 포기할 수 있도록 압박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하면서, 차기 행정부는 단계적인 ‘행동 대 행동’의 접근방식을 통한 제재 완화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현실적인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북한도 이런 점을 감안, 해외 공관에 미국을 자극하는 대응을 금지하는 신중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김정은 면담 가능성에 대한 언급을 들어 정상회담 성사를 기대하고 있다는 국정원의 최근 보고가 이를 대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점을 감안, 북·미 대화를 위한 실질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둘째, 북한이 제시하고 있는 비핵화 방식을 바이든 정부가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북한은 비핵화의 진전에 따른 제재 해제, 종전선언을 통한 평화협정의 체결, 궁극적으로는 북·미 수교에 상응하는 비핵화의 길을 가려고 하고 있다. 미국의 선 비핵화 방식을 철저하게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와 같이 비핵화 이후 영토를 침공당하고, 리비아의 카다피가 비핵화 후 살해되는 사례를 본 북한으로서는 선 비핵화 이후 닥쳐올지도 모르는 국가의 운명에 자신을 걸지 않겠다는 것이다. 비핵화 과정이 어차피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면, 북·미관계 개선과 연동하여 북한의 비핵화가 이루어지는 것이 오히려 더 바람직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란의 사례는 우리에게 큰 시사점을 준다. 2015년 오바마 행정부가 이란과 합의한 핵 협정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 억제와 국제 사찰을 대가로 대이란 경제 제재를 완화하는 게 핵심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 등 주요 6개국 (P5+1)에 유럽연합(EU)까지 참여한 다자 합의인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에 최종 합의(2015년 7월)했다. 그러나 2018년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핵 합의에서 탈퇴하고 경제 제재를 복원했다. 그러나 바이든 당선인은 선거 기간 동안 이란이 우라늄 활용을 제한하는 핵 합의를 준수할 경우, 핵 협정에 재가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지명자도 다자주의 외교와 단계적 접근으로 최종 합의에 도달한 이란 핵 합의가 북핵 협상의 해법이 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더 나아가 대북한 부분적 제재 해제를 대가로 우라늄 농축·재처리 시설 동결과 일부 핵·미사일 무기 파기 등 ‘잠정적 합의’를 검토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점을 감안,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이 미국의 대이란 정책의 변화와 함께 추진될 수 있도록 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셋째, 북한이 안심하고 비핵화 협상에 임할 수 있는 대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다. 이와 관련, 가장 중요한 사안은 한·미연합훈련이다. 여기에는 내년 3월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이 그 시금석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코로나 사태로 다소 조정되기는 했지만 지금까지 한·미연합훈련은 연중 쉬지 않고 실시되었다. 키리졸브(KR)를 비롯, 독수리훈련(FE), 맥스선더(Max Thunder), 을지프리덤 가디언(UFG),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 연중 19차례의 케이맵(KMEP)과 연 8회의 쌍매 훈련(Buddy Wing) 등이 그것이다. 군함은 물론, 핵추진 항공모함, 핵잠수함, B-1B 폭격기와 F-35A 스텔스 전투기 수백대 등 전략무기가 훈련에 총출동한다. 훈련 내용이 공세적이기 때문에 북한은 큰 위협으로 인식한다. 바이든 정부 들어서도 한·미연합훈련이 강행된다면, 북한은 미국 정부가 한반도 비핵화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과거의 발사체 발사와 같은 행동을 보이거나 장거리 핵·미사일 발사로 대응할 가능성도 있다. 이를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우리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평화정착의 확고한 기초를 세웠다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확고한 결단력을 가지고 한·미연합훈련의 중단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