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윤 칼럼] 美 대선 D-1, 대북정책 주도권 우리에게 가져올 기회?

2020-11-02 06:00

[김영윤 대표]


미국의 대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 순간에도 누가 당선될지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렵다. 박빙에 가깝다는 증거다. 이 때문에 대선 후 나타날 혼란의 가능성이 더 염려스럽기만 하다. 미 대선이 우리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이유 중의 하나는 미국의 대통령에 따라 전개될 남북관계의 향방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전문가들은 저마다 미국 대통령에 따른 남북관계에 긍정·부정적인 시각을 던지고 있다. 미 대선이 끝나면 한동안 그 분석과 전망이 넘쳐날 것이다.

바이든이 새 대통령이 되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과는 달리 아주 새롭게 추진되는 면이 없을 수 없다. 하지만 크게 보면 변하지 않을 부분도 있다. 미국이 자신의 국익을 우선하려는 접근에는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신고립주의적 성향을 보이는 트럼프나 동맹 복원에 중점을 두며 국제질서의 리더 역할을 회복하겠다는 바이든 역시 미국이라는 국익 앞에서는 선후의 문제이지 근본적인 점에서는 궤를 같이한다. 또한 반중노선을 견지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중국을 더욱 세게 압박할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케 하지만, 바이든 후보 역시 방법의 차이일 뿐 중국의 도전을 물리쳐야 한다는 데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이나 대중국 압박정책인 쿼드(Quad)의 한국 참여를 비롯, 글로벌 공급 네트워크에서 중국 기업을 배제하는 문제와 관련해서도 그 형태가 바뀌고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압력이 가해질 것임은 분명하다.

북한 핵 문제에 대한 접근은 어떨까?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해서 반드시 정상 간 유대를 통해 문제를 풀어간다는 톱다운(top-down) 방식을 이어나가려고만 할까? 하노이 정상회담에서는 오히려 실패했던 방식이었는데도 말이다. 바이든이라고 하여 실무진 간 협의에서의 성과를 통해 정상회담을 개최하겠다는 보텀업(bottom-up) 방식을 꼭 고집할까? 바이든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트럼프처럼 공허한 프로젝트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공을 비핵화 쪽으로 전진시키는 실질적인 전략의 일부로서 김정은과 기꺼이 만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치가 생물과 같다고 한 것은 변화를 전제로 하기 때문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북한 비핵화의 성공을 어떻게 가져올 것이냐에 있다. 누구든 결국은 협상과 타협이 관건이 될 수밖에 없다. 비핵화와 북·미관계 개선의 동시병행이라는 방식을 확고하게 채택하고 있는 북한에게는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이 점에서는 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다만, 북한도 그때그때 최적의 선택을 하면서 그들의 정책 방향에 맞지 않을 경우에는 '정면돌파'와 '자력갱생]을 처절하게 지켜내려고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형해화(形骸化)한 지 오래다. 기세 좋게 시작됐지만 몰골은 아예 반쪽이 되어버렸다. 늘 남북관계의 진전을 원하고 할 수 있는 길을 찾겠다고 했지만, 북한 비핵화의 진전과 강하게 연결되는 한·미동맹의 고리를 제대로 떨쳐버리지 못했다. 선택을 강요하는 둘을 다 잡으려는 정책적 선택을 고집했기 때문이었을까? 결과적으로는 남북관계의 개선이 언제나 한·미관계의 후순위로 밀려났다. 이는 그렇게 가고자했던 남한 정부 스스로의 선택이다. 그러나 현실은 아직도 북한의 한반도 비핵화 방식을 선택할 것인가, 미국의 대북한 선 비핵화 방식을 따를 것인가에 대한 방향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가야할 길은 우리가 가려는 길을 미국과 북한이 따라오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이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정부가 명운을 걸어서라도 만들어내야 할 가치가 아닌가.

미국의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우리 정부가 꼭 해야 할 일들이 있다.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한·미워킹그룹의 문제다. 이를 시급하게 정비해야 한다. 한·미워킹그룹에서는 무엇보다도 남북관계의 모든 것을 한미워킹그룹의 의제가 되도록 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오로지 북핵 문제 해결방법에 대해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한·미간 마찰은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감수하는 각오를 해야 한다. 우리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일에 미국만이 북한과 대화하고 협상할 대상이라는 인식에 종지부를 찍어야 할 것이다.

둘째로 북한 비핵화를 위한 대미 외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비핵화가 북·미간 상응하는 조치의 병행추진으로 이루어져야만 함을 강조·설득해야 할 것이다. 즉, 영변 핵시설 폐기를 전제로 종전선언과 대북 제재 완화를 북한 비핵화 추진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치로 해 줄 것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압박 일변도는 결코 성공할 수 없음을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북한이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맹목적 믿음을 불식시키고, 남북관계개선을 막는 미국이 북한의 핵문제 해결을 막는 것임을 인식시켜야 할 것이다. 그 다음으로 북한으로 하여금 비핵화의 길에 실질적으로 들어서게 하기 위한 환경을 미국과 공동으로 마련해 내는 것이다. 북한이 핵실험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중단한 상황에서 북핵문제 해결의 입구는 한·미연합훈련의 중단에 있음을 알리고 동의를 얻어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의 새 정부에 대한 외교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결국은 협상과 타협이다. 미 대통령 임기 초 북한의 핵 포기를 압박해 긴장을 고조시켰지만, 임기가 종료하는 즈음에야 대화와 협상으로 돌아서는 누를 더 이상 범하도록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미 정부의 새로운 출발이 아무런 대화와 교류가 없는 현재의 남북관계를 탈피하는 호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