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 칼럼] 징벌적 부동산세 국민 주거빈곤 초래한다
2020-12-01 13:56
최근 종합부동산세 고지서를 받아 본 전국 74만 납부자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다. 세금이란 국가운영의 필요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국가의 구성원인 국민들로부터 필요한 만큼 최소한의 적정 세금을 국민개세주의에 따라 공평하게, 응능부담(應能負擔)의 원칙에 따라 부담능력에 맞게, 수익을 발생하는 세목에 따라서는 수익자부담의 원칙에 맞게, 그리고 조세법률주의에 따라 법률에 맞게 징수하는 것이 원칙이다. 한국에서는 이미 포퓰리즘의 만연으로 국민개세주의는 무너진 지 오래다. 2018년의 경우, 소득세는 근로자의 40% 내외가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고 상위 10%가 소득세의 78%를 부담하고 있다. 면세비율 40%는 미국 31%, 호주 16%, 캐나다 18%, 일본의 16%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비중이고, 고소득자의 세부담 비율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법인세도 마찬가지다. 상위 10%가 법인세의 69%를 부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종부세 부과는 국민을 내편 네편으로 나누고 가진 계층에 대해 징벌적 과세를 부과함으로써 공평과세의 원칙, 응능부담의 원칙, 조세법률주의를 모두 벗어난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다.
이번에 종부세가 부과된 74만 가구는 전국 2089만 가구의 3.5%에 해당한다. 전국 가구의 3.5%만 부과함으로써 공평과세의 원칙을 벗어나고 있다. 1가구 기준 공시가격 9억원 이상, 2가구 기준 공시가격 6억원 이상이 부과대상이다. 공시가격 6억원 이하에 대해서는 재산세를 감면한다고 발표해 전형적인 내편 네편 가르기 식의 포퓰리즘 모습도 드러내었다. 그러나 주택가격 인상, 공시가격 인상으로 수년 내 전 국민의 절반 정도는 종부세 납부대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서울의 경우 아파트 중위가격이 이미 9억원을 돌파해 서울에서만 1가구 기준 공시가격 9억원 이상인 39만 가구에 종부세가 부과되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공급 무시, 규제 위주의 잘못된 주택정책으로 아파트가격이 급등한 데 따른 것이다.
종부세가 이처럼 많이 부과된 데는 주택가격 급등, 급격한 공시가격·시장가격 비율 급등, 세율 인상이 패키지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아무런 소득도 없이 가구주는 가만히 있는데도 집값이 급등하고 공시가격 비율을 올리고 세율도 올려 세금을 거두어가겠다는 것은 정부 혼자 북치고 장구쳐 국민들 주머니를 털어가겠다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문 정부 들어 지난 3년 5개월 동안 서울 아파트가격은 평균 35% 올랐다. 노무현 정부의 판박이다. 노무현 정부 때 서울 아파트가격은 평균 55% 올랐다. 그 후 이명박 정부에서는 0.2% 감소하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9.9% 올랐다. 이처럼 좌파정부에서 집값이 급등한 것은 순전히 정책의 잘못 때문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공통적으로 공급을 줄이고 분양가상한제, 대출규제, 세금인상 등 규제를 통해 집값을 잡으려고 하다 실패한 것이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노무현 정부 때 실패한 정책을 문 정부 들어서도 거의 그대로 답습해 다시 집값 폭등을 초래하고 있는 점이다.
다음으로 급격한 공시가격 현실화다. 세금부과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을 시장가격의 9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 아래 아파트의 경우 9억원 미만은 2030년, 9억~15억원은 2027년, 15억원 이상에 대해서는 2025년까지 규모에 따라 달성기간에 차등을 두어 추진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같은 동네에 있는데도 아파트 규모에 따라 공시가격 상승률이 들쭉날쭉하는 현상이 생겼다. 공시가격을 임의로 올려 재산세를 올리는 것은 '조세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부과한다'는 조세법률주의 위배 소지가 있는 것으로 법률학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부동산 관련 세금도 모조리 올렸다. 부동산을 취득할 때 내는 취득세는 최고 4%에서 12%까지 올리고, 종부세율은 최고 6.0%까지 올리고, 집을 팔 때 내는 양도소득세도 크게 올렸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이다. 선진국에 비해 경제발전과정이 짧은 데다, 현재 60~70세를 이루고 있는 산업화세대는 빈곤했던 시절 대개 적수공권(赤手空拳)에서 출발해 자녀 키우며 열심히 일해 재산이라고는 집 한 채밖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 데서 초래되는 현상이다. 이제 이들은 평생 일해 소득세, 재산세 내고 마련한 주택에 대해서도 높은 보유세를 내야 하고 갈아타기도 쉽지 않아 결국은 국가에 힘들게 월세 내며 고난의 여생을 보내야 하는 형국이 될 전망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고액 보유세는 1가구 1주택을 목표로 하는 세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1가구 1주택은 주택시장의 주택유동성을 위축시켜 이사도 힘들게 해 거주이전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소지가 있고, 민간 임대시장을 위축시켜 전·월세난을 심화시키고 전·월세 가격 상승을 초래할 전망이다. 미국, 영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에서 민간임대시장이 활성화되어 있는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한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미 10여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 공공임대 공급을 위해 빌라·다가구주택은 물론 심지어 호텔까지 시장가격의 두세배 되는 비싼 가격으로 매입하고 있다고 한다. 무주택 청년들에게는 신용을 과도하게 규제해 집값의 90%를 갖지 않고는 집을 살 수 없도록 해 사실상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신혼부부들의 주거사다리를 끊어버리는 정책을 발표한 데 이어, 민영임대는 철저히 규제하고 호텔·빌라까지 비싸게 매입해 공공임대를 확대하겠다고 하는 정책을 발표하는 데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결국 기존 유주택자는 국가에 월세를 내는 정도로 세금을 중과하고, 무주택자는 과도한 신용 억제로 주택 구입을 사실상 힘들게 해 주거사다리를 붕괴시키는 대신 공공임대를 권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것이 바로 주거사회주의로 가는 길인가. 최근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1가구 1주택 부동산 민주화 주장도 대두되고 있고, 무산되기는 하였지만 지난 헌법개정 초안에서 과거 헌법불합치 판정까지 내려졌던 철지난 토지공개념이 대두되기도 했던 점을 상기해 보면, 문 정부의 이러한 부동산정책이 일과성이 아닌 것 같아서 심각하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한때 그러한 정책들이 영국 노동당, 북유럽의 사회당·사회민주당 등 좌파정당들에 의해 추진되기도 했지만, 영국 대처 총리가 노동당 정부에서 확대해온 공공임대를 분양해 민간주택시장을 활성화하는 등 1980년대 이후 이제 유럽대륙에서도 사라져 가고 있는 정책들이다. 한때 공산주의국가였던 중국·베트남에서도 과거 소형 공공임대 중심의 정책에서 이제는 민간소유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서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다분히 주택소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듯이 보이는 유주택 월세 같은 세금 중과, 무주택 공공임대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 데 대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필연적으로 경제발전단계에 걸맞지 않은 주거빈곤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부동산정책을 규제 중심에서 공급 중심으로 대전환하는 것이 급선무다. 주택도 시장이 활성화되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함은 물론이다. 신용 있는 청년들에게는 선진국 수준의 장기 모기지도 제공해 청년 주거사다리도 복원해야 한다. 도심에서 먼 신도시보다는 도심재생과 재건축 활성화로 교통이 편리한 도심 청년주거를 제공해야 한다. 평균 국민연금이 80만~90만원대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평생 저축해 노후를 대비해온 은퇴자들의 주택에 대한 과도한 세금부과로 노후빈곤이 초래되지 않도록 합리적인 선에서 보유세를 조정하고, 필요한 경우 작은 집으로 갈아타기 쉽도록 취득세·양도세도 완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