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일본 떠나겠다?'... 애플서 불어온 日 '재생에너지 전환' 폭풍

2020-11-30 17:58
애플, 2030년 재생에너지 100% 전환 방침...자사 포함 공급망에도 요구
소니, 일본공장, 전환 목표 달성 어려워...최악의 경우, 해외 이전 가능성
"日 정부, 재생에너지 이용률 40%까지 높이고 발전설비 규제 완화해야"

"일본 정부의 재생에너지 전환 확대 조처가 없다면, 소니는 애플 등 고객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결국 일본을 떠날 수밖에 없다"

최근 일본 최대 전자업체 소니가 일본 정부의 미적지근한 기후 변화 대응책에 이례적으로 강한 항의를 쏟아냈다. 글로벌 기업들의 자체적 기후변화 대응 목표가 각 국가의 경제 정책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지난 18일 고노 다로 일본 행정개혁장관과 '일본 기후변동 이니셔티브'(JCI)가 면담을 진행했다. 요시다 겐이치로 소니 최고경영자(CEO)는 왼쪽에서 첫째에, 고노 다로 일본 행정개혁장관은 왼쪽 둘째에 서있다.[사진=NHK 캡처]


지난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8일 고노 다로 일본 행정개혁장관과 '일본 기후변동 이니셔티브'(JCI)와의 면담이 있었다고 전했다. JCI는 지난 2018년 7월 소프트뱅크그룹 등 100개 이상의 기업과 단체가 일본 내 재생에너지 보급을 촉진하기 위해 결성한 조직이다.

당시 면담에는 전체 회원사를 대표해 △소니 △자산운용사 닛세이에셋매니지먼트 △사무기기 제조업체 리코 △화장품 제조사 카오 등 4곳이 참석했다. 특히, 이날 요시다 겐이치로 소니 최고경영자(CEO)는 일본 내 재생에너지 조달이 여의치 않다고 정부에 강한 불만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니는 최근 글로벌 업체들과 발맞추어 기업활동 내 탄소 배출 줄이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애플과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들의 영향이다. 이들 기업은 자사 운영에 필요한 에너지원을 목표 시점까지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한다는 계획인 'RE100'(Renewable Energy 100)을 발표했다. RE100 캠페인은 2014년 처음 시작한 이후 BMW·구글·마이크로소프트·나이키·스타벅스 등 140개 기업이 가입했다. 

애플은 지난 7월 '환경 보호 성과 보고서'를 발표하고 2030년까지 자사 제품과 글로벌 공급망에서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탄소 중립이란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으로, 온실가스 배출량(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동시에 배출한 양만큼의 온실가스를 녹지 조성과 이산화탄소 포집 시설 등으로 다시 흡수하는 양방향으로 이뤄진다.

문제는 글로벌 기업들이 해당 요구를 자사 사업장뿐 아니라 부품 공급 업체에까지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애플 등에 부품을 공급하는 소니 역시 오는 2040년까지 전 세계 모든 생산시설의 가동 전력을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고 2050년까지는 자사의 모든 제품과 기업 활동의 탄소 발자국 '0'을 달성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미 유럽과 중국 지역 소니 공장에선 완전히 재생에너지 전환을 완료했으며, 북미 지역 생산시설 역시 오는 2030년까지 100% 전환을 마칠 예정이다. 그러나 일본 내 공장이 걸림돌로 남았다. 때문에 소니는 일본의 재생에너지 이용률이 낮아 2030년 기한까지 애플의 RE100 요구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결국 자국을 떠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히는 초강수를 두었다. 소니는 기술 유출 우려 때문에 카메라 이미지센서 등 공장의 해외 이전을 꺼려왔다. 

이날 소니 등 JCI가 일본 정부에 요구한 방안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일본의 재생에너지 이용률을 높이고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 구매 환경을 더욱 쉽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2050년을 목표로 탄소 중립 선언을 한 스가 요시히데 일본 내각은 2018년 기준 17%에서 2030년 24%까지 자국의 재생에너지 이용률을 높이기로 했다. 그러나 JCI 측은 2030년 목표치가 40% 이상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현행법상 수요자인 기업과 발전 사업자가 직접 전력 구매 계약(PPA)을 체결할 수 없는 점과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설치 관련 규제로 재생에너지 전력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지난 22일 닛케이아시안리뷰(NAR)는 "일본 경제는 지난 25년 동안 탄소 배출량 감축에 실패했다"면서 "일본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990년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매체는 일본이 2018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1만 달러당 2.5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는데 지난 1995년에서 거의 변화가 없는 수치라고 전했다. 반면, 같은 기간 영국과 독일·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3분의 1 수준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대폭 낮췄다.

소니 측은 해당 보도에서도 "재생에너지 분야에서의 열세는 일본의 외국 기업 투자유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면서 "최근 ESG 평가(환경·사회·기업 지배​구조) 원칙에 따라 투자 대상을 결정하는 추세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은 투자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지난 18일 고노 다로 일본 행정개혁장관과 '일본 기후변동 이니셔티브'(JCI)가 면담을 진행했다. 요시다 겐이치로 소니 최고경영자(CEO)는 왼쪽에서 셋째에, 고노 다로 일본 행정개혁장관은 왼쪽 넷째에 서있다.[사진=일본 기후변동 이니셔티브(JC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