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은 셀프매각?···산업은행 자회사 입찰 참여에 논란 확대

2020-11-28 14:10
사모펀드·신탁사 입찰도 지역사회 반발 부딪쳐

한진중공업 매각을 주도하는 산업은행의 계열사가 매각 입찰에 참여해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또 매각 입찰에 사모펀드·신탁사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들면서 인수 후 공장 부지를 부동산으로 개발하거나 한진중공업 자산을 정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많아 지역사회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마감된 한진중공업 매각 예비입찰에서 KDB인베스트먼트(KDBI) 컨소시엄, 한국토지신탁, SM그룹 등 7곳이 참여했다. 입찰제안서를 낸 7곳은 사모펀드, 신탁사, 해운사뿐이고 조선업과 직접 관련된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특히 산은의 계열사인 KDBI가 한진중공업을 인수할 유력 후보로 떠오르며 논란이 되고 있다. KDBI는 산은이 구조조정 자산을 정리할 목적으로 지난해 설립한 계열사다. KDBI가 한진중공업을 인수하게 되면 최대주주가 산업은행에서 그 계열사로 바뀔 뿐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산업은행과 KDB인베스트먼트는 법적으로 분리된 법인이고 국가계약법상 모든 절차를 공개하고 있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산은 관계자는 "KDB인베스트먼트가 입찰에 참여했다고 꼭 된다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한진중공업의 채권단은 산은(지분율 16.1%) 외에도 우리은행(지분율 10.84%)과 농협은행(10.14%), 하나은행(8.90%), 국민은행(7.09%), 수출입은행(6.86%) 등 은행 7곳이 더 있어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모펀드 등이 한진중공업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한진중공업이 보유한 영도조선소 부지 때문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부산 북항 재개발 1·2단계 프로젝트 대상지를 모두 마주 보는 입지를 갖춘 영도조선소는 아파트 또는 상업 용지로 개발된다면 최대 수조원에 이르는 개발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부산시와 정치권,시민단체,노동계,상공계 등은 한진중공업 조선소를 유지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조선업과 관련 업는 기업이 영도조선소를 소유할 경우 고용 축소와 지역 철강업체, 조선 기자재 업체 등에 타격을 주는 등 지역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