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왕이, 오늘(27일) 방한 일정 마무리…출국 전까지 문정인·박병석 회동

2020-11-27 09:01
왕이, 27일 오후 출국 예정, 2박3일 일정 마무리
출국날에도 문정인 오찬, 박병석 면담까지 분주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2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방한하고 있다. 왕이 부장의 방한은 지난해 12월 이후 1년여 만이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7일 오후 2박 3일간의 방한 일정을 마무리하고 중국으로 돌아간다.

왕 부장은 출국 직전까지도 여권 인사들과 면담을 진행, 한·중 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발전과 양국 협력 필요성을 강조할 예정이다.

왕 부장은 이날 오전 서울의 한 호텔에서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라인 핵심인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특보)과 윤건영 민주당 의원 등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의원들, 홍익표 민주연구원장 등과 조찬을 한다. 조찬 이후에는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을 예방할 예정이다.

이번 조찬 모임은 중국 측의 요청으로 성사됐다. 중국 측은 왕 부장과 한반도 문제 전문가의 면담을 원한 것으로 알려져 조찬 자리에선 한·중 관계 전반과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의견 교환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왕 부장이 전날 여러 차례 강조했던 ‘한·중·일 협력’ 강화 메시지도 나올 수도 있다.

이와 관련 문 특보는 전날 자유언론실천재단 주최로 열린 ‘오키나와, 한반도에 무엇인가’ 주제 한일 국제 화상세미나 기조연설에서 한·중·일 정상회담의 조속한 개최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였다.

문 특보는 미·중의 대립으로 ‘신(新)냉전’이 조성되고 있다고 우려하며 “한국과 일본이 협력하면 미·중 간 중재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그는 한·중·일 정상회담을 다음 달 내로 개최하는 것을 한·일 협력의 방식으로 내놨다.

문 특보는 “한·중·일이 협의를 하면 미·중이 크게 대립을 못 할 것”이라며 “중국 지도자 앞에서 (한·일이) ‘이대로 못 산다, 당신들도 미국이 요구하는 걸 수용해라’라고 요청하고, 또 미국 지도자들 만나 (얘기하면) 미국은 우리의 동맹이니 한·일의 얘기를 경청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일 지도자가 미국과 중국을 설득해 동아시아가 신냉전으로 가지 않도록 막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6일 오후 청와대에서 만나 악수를 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왕 부장은 전날 오전에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오후에는 문재인 대통령, 저녁에는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를 만나 한·중 협력 강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또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한반도 비핵화 지지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나 한·미동맹 강화 등 미·중 전략경쟁과 연관된 민감한 사안에는 중국의 기존 입장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왕 부장은 한·중 외교장관 회담 이후 기자들과 만나 “세계에는 미국만 있는 게 아니다. 한국도 그렇고 중국도 그렇고 모두가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나라”라며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쏟아냈다. 그러면서 “한·중은 친척과 같은 관계다. 자주 오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최근 한·미동맹 강화 움직임을 견제하며, 한국 측에 미국이 아닌 중국과 가까워져야 한다는 의도가 내포된 것으로 풀이된다.

왕 부장의 이런 견제는 중국 외교부가 발표한 자료에도 담겼다는 해석이다. 중국 외교부는 전날 오후 홈페이지에 중·한 외교장관 회담 결과를 게재하며 왕 부장이 우리 측에 ‘중·한 사이에 민감한 문제’를 잘 처리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언급된 ‘민감한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그러나 미·중 전략경쟁 속 한국이 중국에 악영향을 주는 행동을 하지 말아 달라는 메시지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부장은 강 장관에게 “한국 측이 중·한 사이에 민감한 문제를 적절한 방식으로 처리함으로써 양국 간 상호 신뢰와 협력의 기초를 지켜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