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신선식품 전쟁]차량호출, 부동산업체까지 군침

2020-11-25 06:00
中 신선식품 시장 지역사회 기반 O2O 서비스로 재편
기존 오프라인 업체 줄줄이 파산... 새 왕좌 싸움 치열

중국 신선식품 시장이 뜨겁다. 2년전 ‘신소매 열풍’에 힘입어 우후죽순 생겨난 신선식품 업체들의 잇단 실패를 기회 삼아 새로운 도전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온라인 판매 수요가 늘어나면서 차량호출업체, 부동산업체 등도 신선식품 업계에 발을 들이고 있다.
디디추싱, 지역사회 기반 신선식품 O2O 서비스 ‘청신유쉬안’ 개점
최근 중국 후난성과 후베이성 일부 지역에 지역사회 기반 신선식품 O2O매장인 청신유쉬안(橙心優選)의 서비스가 시작됐다. 후난성 7개 지역, 후베이 6개 지역으로 모두 13개 지역에서 동시에 서비스가 시작된 것이다. 이로써 청신유쉬안은 신선식품 시장 진출 약 6개월만에 중국 16개 지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

청신유쉬안은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滴滴出行)이 지난 5월 정식으로 팀을 조직한 후, 6월 15일 청두에서 문을 연 중국 첫 지역사회기반 신선식품 O2O(온·오프라인) 매장이다. 이는 지역사회 내에서 이용자와 판매자 간의 친밀도와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거래를 말한다. 예를 들어 한 지역 내 사용자가 매일 오전 0시부터 23시까지 청신유쉬안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과일, 채소, 육류, 계란 우유 등 식품이나 일용품을 주문하면, 다음날 자신이 원하는 지역 내 마트에서 상품을 픽업하거나 배달 받을 수 있는 방식이다.

디디추싱은 신선식품 시장과 관련이 깊은 배달업체인 메이퇀(美團)이나 전자상거래 업체 핀둬둬(拼多多) 보다 한걸음 빨리 커뮤니티기반 O2O 시장에 진출한 만큼,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복안이다. 청웨이 디디추싱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디디는 청신유쉬안에 대한 투자 상한선을 두지 않고, 업계 선두를 차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비록 오프라인 매장이지만 중국 부동산업체인 비구이위안(碧桂園)도 최근 광저우에 비유쉬안(碧優選)이라는 이름의 지역사회 기반 슈퍼마켓을 오픈해 신선식품 시장 경쟁 대열에 합류했다.  양궈창 비구이위안 창업자는 “부동산 업계에서 최고 자리에 오른 후 농민의 마음으로 돌아간 것”이라며 신선식품 시장 진출 이유를 밝혔다. 비구이위안은 이른 시일 내 비유쉬안의 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를 추진할 계획이다.

중국 시장분석 전문 블로거 장후라오류(江湖老刘)는 “현대인의 빨라진 생활 리듬에 맞춰 빠르고 편리한 지역사회 기반 신선식품 업체들이 곧 더 많이 생겨날 것”이라며 “특히 새로운 거물의 등장으로 신선식품 업계가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구이위안의 슈퍼마켓 비유쉬안 [사진=비유쉬안 공식홈페이지]

지난해 中 온라인 신선식품 업체 중 1%만 흑자.. 이궈성셴도 파산
사실 최근 몇 년간 중국 신선식품 시장에는 ‘온라인 광풍’이 불었다. 전통 신선식품 업체들이 잇달아 온라인 서비스를 시작하고, 신규 온라인 업체들까지 등장하면서다. 그러나 중국 최초로 신선식품 온라인 서비스를 시장한 이궈성셴을 필두로 2018~2019년 2년 사이에만 약 36개의 중소 규모 신선식품 업체들이 문을 닫았다. 온라인 수요가 예상보다 적었던 탓이다.

앞서 전자상거래연구센터 통계에 따르면 온라인 신선식품 업체들 중 88%가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고 답했다. 7%는 대규모 적자, 4%는 적자도 흑자도 아닌 상황이라고 했다. 단 1%만이 이윤을 창출하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 이궈성셴은 적자에도 불구하고 무리한 온라인 사업 확대로 약 23억 위안의 부채를 안게 됐고, 최근 파산 구조조정 절차를 밟게 됐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부동산, 차량호출 업체 등 신선식품과 전혀 관련이 없는 업체들까지 시장에 발을 들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장후라오류는 "지역사회기반의 신선식품 판매 서비스는 식품의 신선도가 더 높아지고, 주문 후 픽업, 배송 등에 걸리는 시간이 단축된다는 장점이 있다"며 "지역사회 기반 신선식품 서비스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젊은층 들의 인기를 얻고 있어 시장 전망이 밝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쇼핑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난 점도 이유라고 장후라오류는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