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이원주 디케이테크인 대표 “카카오톡으로 공장 운영... 스마트팩토리에 미래 걸었다"
2020-11-24 00:05
이원주 디케이테크인 대표 인터뷰
대외 사업비중 늘려 5년 내로 매출 4배 확대
카카오톡만으로 직원·공장 관리하는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출시
대외 사업비중 늘려 5년 내로 매출 4배 확대
카카오톡만으로 직원·공장 관리하는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출시
카카오 계열사의 IT서비스(SI) 부문을 맡고 있는 디케이테크인이 카카오톡을 활용한 소상공인용 스마트팩토리 서비스를 출시하며 대외사업 강화에 나섰다. 이를 통해 매년 연 매출을 20%씩 확대해 2024년 1000억원대 매출을 확보하고 중견 IT 서비스 업체로서 입지를 다지겠다는 게 이원주 디케이테크인 대표의 복안이다.
디케이테크인은 2010년 다음커뮤니케이션 계열 IT 서비스 업체인 '다음서비스'로 시작한 회사다. 다음 계열사가 모바일 대응을 본격화하면서 이용자에게 노출되지 않는 IT 백엔드(뒷단)만 전문적으로 개발할 회사가 필요해 설립됐다. 2014년 카카오가 다음을 인수함에 따라 카카오계열사로 편입돼 2015년 디케이(DK, 다음카카오)테크인으로 이름을 바꿨다.
카카오와 그 계열사가 급성장하면서 디케이테크인이 할 일도 함께 늘어났다. 지난해까지 카카오 계열사가 이용자에게 앱과 서비스를 원활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이용자 눈에 띄지 않는 IT 서비스 뒷단을 계열사와 함께 구축하고, 카카오 계열사가 이용하는 사내정보시스템(ERP) 고도화 작업도 진행했다. 이렇게 몰려든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직원도 420여명으로 늘리고, 판교와 구로에 사옥을 두고 계열사를 신속하게 지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대외 사업비중 10%··· "점점 늘려나간다"
이원주 대표는 2008년 다음커뮤니케이션에 검색업무 담당 개발자로 입사한 후 2015년부터 디케이테크인의 대표를 맡았다. 약 5년 동안 대표직을 수행했음에도 다른 카카오 계열사 대표들과 비교해 여전히 젊은 축에 속한다.이 대표는 "지난해까지 디케이테크인은 카카오의 많은 계열사를 지원하는 역할을 해왔다. 전에는 회사 전체 역량의 30%를 카카오 사내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투입했고, 남은 70%를 카카오 계열사가 외부 서비스를 만드는 것을 지원하는 데 썼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부터 달라진다. 이 대표는 "현재는 카카오 서비스 운영(데이터센터 관리 포함)에 전체 역량의 40%, 카카오 계열사 IT 서비스 개발 지원에 50%, 대외 기업 간 거래(B2B) 사업에 10%를 투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계열사 매출에 기대지 않고 대외 B2B 사업의 비중을 늘려 매출과 영업이익을 확대하는 것이 삼성SDS, LG CNS, SK C&C 등 국내 IT 서비스 기업의 최근 동향이다. 디케이테크인도 마찬가지다. 카카오 계열사를 지원하면서 확보한 IT 역량을 대외 서비스로 만들어 매출 확대를 노린다. 현재는 90여명의 내부 인력을 대외 사업에 투입했지만, 점점 그 비중을 늘릴 계획이다.
카카오톡만으로 직원 업무 관리하고 공장 운영 상황 파악
디케이테크인이 개발한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티팩(T-fac)'은 직원의 업무 효율성을 향상하고 업무 관리를 스마트하게 처리하려는 중소기업을 위한 서비스다. 별도의 IT 인프라나 소프트웨어를 구매하지 않고 카카오톡만 이용할 수 있으면 즉시 도입할 수 있다.티팩은 카카오톡으로 직원들의 업무를 관리하고, 공장과 설비 운영을 제어할 수 있는 서비스다. 카카오톡에서 접속할 수 있는 티팩 채널을 통해 기업 구성원과 업무 진행 상황을 공유할 수 있고, 처리 중인 업무에서 이상 징후가 일어나거나 변경될 경우 즉시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공장 내 시스템이나 장비 등에서 이상 징후가 발생하면 이를 담당자에게 실시간으로 알려주고, 협력 업체와 발주(구매) 및 재고 관련 정보를 공유해 공장 업무 처리가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돕는다. 이렇게 관리되고 있는 직원 업무와 공장 운영 상황(작업보고서)을 카카오톡에서 작성해서 보관할 수 있다.
이 대표는 "많은 대기업이 첨단 기술과 설비를 도입해 공장을 자동화함으로써 생산 공정의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생산 효율성 향상이 시급하지만 관련 예산과 인력이 없어 스마트팩토리 기술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디케이테크인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실제 생산 업무와 공장 운영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관련 조사와 미팅을 진행한 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 개발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 대표에 따르면, 많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소통(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문제를 공통적으로 겪고 있었다. 외부 협력사에 전화나 구두로 협력을 요청하면서 관련된 내용을 수첩에 간단히 적어두는 경우가 많았다. 그만큼 소통에 오류가 생기고 관련된 문제에 휘말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IT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도입하는 것은 비용 문제 탓에 엄두도 내지 못했다.
디케이테크인은 카카오가 보유한 가장 큰 자산인 카카오톡과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소통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카카오톡 채널에 소통 기능뿐만 아니라 관리와 기록 기능을 추가함으로써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쉽고 빠르게, 그리고 저렴하게 스마트팩토리 기술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현재 티팩은 카카오톡 티팩 채널에서 이용할 수 있지만, 향후에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B2B 협업도구 '카카오워크'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이 대표는 "국내에는 20인 미만의 영세 제조업체가 40만여곳이나 존재한다. 이들이 익숙한 도구인 카카오톡을 활용해 생산 효율성을 향상하고 업무에 IT 기술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디지털 전환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디케이테크인의 향후 목표"라고 말했다.
티쿱은 단순히 구매재고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소상공인이 최적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여러 공급사에 견적을 요청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한다. 예를 들어 티쿱의 모든 공급사 조회 메뉴에서 '보건용 마스크'를 검색하면 유한킴벌리·JW중외제약·광동제약·제일제약·일동제약 등 다양한 공급사가 노출되고, 이들이 보유한 재고수량도 확인할 수 있다. 티쿱을 통해 현재 보유 중인 보건용 마스크 재고를 확인한 후 견적서를 작성해서 전달하면 발주가 끝난다. 이 모든 작업을 카카오톡 내 티쿱 채널에서 간편하게 진행할 수 있다.
이 대표는 "티쿱은 소상공인이 PC에서 처리하던 구매재고관리와 발주를 모바일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국내의 다양한 공급사와 협력해 소상공인을 위한 모바일 발주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사업영역 안 겹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에 주력
즉 디케이테크인의 대외 사업은 카카오톡 기반의 B2B 서비스라고 정리할 수 있다. 필연적으로 카카오의 또 다른 B2B 계열사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사업 영역이 겹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이를 두고 이 대표는 디케이테크인과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서로 같은 사업을 두고 경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디케이테크인과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큰 틀에선 B2B 사업을 하는 것은 같다. 하지만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카카오 검색과 인공지능 조직이 분할되면서 AI 기술력과 플랫폼을 활용한 스마트 사업환경과 플랫폼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고, 디케이테크인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같은 IT 기술 도입에서 소외된 계층에 IT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디케이테크인은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협력해 공동으로 B2B 시장을 공략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디케이테크인은 카카오 사내정보시스템을 개발한 경험을 살려 카카오워크에 들어갈 전자결재, 근태관리 앱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 대표는 올해 250억원으로 예상되는 디케이테크인의 매출을 매년 20%씩 성장시켜 5년 후인 2024년 1000억원 매출을 달성한다는 경영 계획을 세웠다. 대외 사업 확대로 전체 매출을 견인하는 사업 모델이다. 이를 위해 조직을 SI, 서비스, 품질 인프라, B2B 등 네 개의 팀으로 재편했다.
내년부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 한국정보화진흥원 등 정부 기관이 추진하는 스마트팩토리 국책 과제 사업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디케이테크인이 단독으로 참여하기보다는 카카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등 계열사와 컨소시엄을 꾸려 참여하는 형태로 추진한다. 특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디케이테크인은 이제 막 카카오 계열사의 품에서 벗어나 성장을 위한 날갯짓을 하는 회사인 만큼 상장을 논하기에는 이른 상황이다. 상장보다는 구성원이 IT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하며 떠올린 B2B 서비스 관련 아이디어를 지원, 이들이 사내독립기업으로서 성장하는 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