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자연합 측 '가처분 신청' 인용 땐 항공빅딜 무산

2020-11-22 19:00
25일 심문 거쳐 이르면 이번주 결론…법원 '신주발행 목적' 판단에 달려

국내 최대 항공사 '빅딜'의 첫 번째 고비로 꼽히는 조현아·KCGI·반도그룹 등 3자연합 측의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결과가 이르면 이번주 나온다. 법원이 경영권 분쟁 중에 있는 한진칼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위법이라는 판례를 적용할 경우 아시아나항공 매각 좌초는 불가피해진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한 항공업계 위기 상황이 반영될 경우 가처분신청은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 법원이 산업은행의 한진칼 신주발행 목적을 어떻게 판단할지에 따라 이번 딜의 운명이 달려있는 셈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KCGI가 신청한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결의에 대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심문이 이달 25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다음달 2일이 산업은행의 한진칼 유상증자 납입일이기 때문에 이르면 이번주, 늦어도 다음달 1일까지는 법원의 판단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은 KCGI 측의 "이번 인수합병은 산은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방어에 동참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에 따라 실시됐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에서 산은이 한진칼 지분 약 10.7%를 확보해 조 회장에 우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예상에 따라서다.

산은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을 위해 8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한 상태다. 한진칼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5000억원을 투입하고, 30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인수하는 구조다. 대한항공이 아닌 한진칼에 자금을 투입하는 것에 대해 산은은 한진칼이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지주사 요건은 20% 지분요건에 미달하게 되고,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 시에는 지분율이 더 하락하게 되는 점도 감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주 배정 유증을 할 경우 2개월 이상 시간이 걸리는 점도 고려됐다.

만약 법원 판단에 따라 신주발행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기존 판례로 보면 KCGI가 유리하다. 상법 제418조에는 제1항은 '주주는 그가 가진 주식 수에 따라서 신주의 배정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명기하고 있다. 실제 국내 소송 판례를 보면 대법원은 2009년과 2015년,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제3자 배정 신주 발행은 무효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다만 법원이 산은의 신주발행 목적을 어떻게 판단할지가 관건이다. 산은의 주장대로 코로나19에 따른 항공업 위기 상황이 인정될 경우 법원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할 가능성이 크다. 현행 상법은 기존 주주의 권리를 침해하는 제3자 배정 신주 발행을 제한하고 있지만, 재무구조 개선이나 기술제휴를 위한 합작법인 설립 등 '긴급'한 사항의 경우는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항공업 위기 상황이 급박해 이에 포함될 경우, 기존 계획대로 한진칼에 대한 신주발행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특히 산은이 일방적으로 우호적인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점을 계약상 '7대 의무조항'으로 마련해둔 점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이동걸 산은 행장은 지난 19일 간담회에서 "경영평가위원회 심사 결과에 따라 조 회장의 경영 실적이 저조할 경우 조원태 한진칼 회장 해임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산은 측에 유리한 한진칼 정관도 이번 분쟁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한진칼의 회사 정관 제8조 2항에 따르면,회사의 긴급한 자금 조달을 위해 국내외 금융기관 또는 기관 투자가에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에는 주주 외의 자에게 이사회 결의로 신주를 배정할 수 있다. '산업재편 및 구조조정 전문 금융기관'으로 산은이 적용될 경우 계획대로 신주발행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최대현 부행장도 해당 조항을 고려해 "다수의 법무법인을 통해 소송 검토를 했다. 본건 거래 취지와 중요성, 시급성, 코로나 장기화를 감안해 준비된 일정과 절차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고비인 신주발행가처분 신청을 넘게 되면 이후 산은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를 넘어야 한다. 양사가 합병될 경우 국내선 점유율 50%를 훌쩍 넘는 대형항공사가 탄생해 시장 독과점 우려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 결정이 공식화된 이후 항공업계의 매출·점유율·부채비율 등 시장 상황과 해외 기업결합 사례를 고려해 심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아주경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