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人⑱] “최저 출산율 바꿀 변수, 여기 있습니다”

2020-11-23 07:00
정지예 맘편한세상 대표 인터뷰
‘제1회 스마트대한민국대상’ 중기부 장관상 수상
아이 돌봄 연결 서비스 ‘맘시터’...희생‧죄책감 필요 없는 지원군
“아이 키우는 일, 얼마나 행복한지 알리고 싶어”

“상 받는 것 자체가 오랜만인데, 업계에서 가장 큰 상인 중기부 장관상을 받은 거잖아요. 수상 메일을 받고 소리를 질렀더니, 직원들이 무슨 일이냐며 제 모니터로 모여들었어요. 장관상을 받게 됐다는 걸 확인하고는 모두 소리 지르고 난리가 났죠.”

아주뉴스코퍼레이션이 주최한 ‘제1회 스마트대한민국대상’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을 받은 정지예 맘편한세상 대표를 시상식이 끝난 직후인 17일 오후 만났다. 정 대표는 아직 수상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수상 소감을 묻자 “아이 돌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작은 서비스·조그만 팀으로 노력했는데 맘시터 서비스를 우리 사회와 국가에서 인정해주는구나. 우리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고, 이렇게 인정해 주니 진짜 책임감을 느끼면서 잘 해야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답했다.

 
육아라는 행복이 짐으로 다가온 사회, 그 문제를 직시한 ‘맘시터’

맘편한세상은 아이 돌봄 연결 서비스 ‘맘시터’를 서비스하는 스타트업이다. 맘시터는 맞벌이로 바쁜 부모 또는 육아에 지친 이들이 1~2시간이라도 마음 놓고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돌보미를 연결하는 서비스다.

서비스의 핵심은 ‘믿음’에 있다. 부모에게 연결되는 돌보미는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어야 했다. 이를 위해 사진과 자기소개를 포함한 프로필을 올려 모두에게 공개했다. 8단계 인증 과정도 거친다. 실명, 주민등록번호는 물론이고 재학증명서, 보육교사 자격증, 건강 관련 서류를 확인한다. 아이를 키워 본 경험을 확인하기 위해 가족관계 증명서를 첨부하고, 아이 돌봄에 맞는 사람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인적성 검사도 거친다. 이 검사는 통과율이 30%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엄격하다.

믿음은 쌍방향적이다. 돌보미 입장에서 마음 놓고 일하러 갈 만한 집인지 부모들의 평판도 중요했다. 부모에 대한 평가를 올리는 후기 시스템을 만든 이유다. 갑질이나 무리한 요구를 하는 부모는 능력 있는 사람이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평판 관리가 중요하다.
 

[정지예 맘편한세상 대표. 그는 대학에서 정보산업공학을 전공하고, 컨설턴트로 활약한 뒤 빅데이터 관련 기획 담당자로 일했다. 이후 '육아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창업 전선에 뛰어 들어 대한민국 육아 문화를 바꾸고 있다.]


“아이를 키울 때 주변 도움을 안 받을 수는 없어요. 엄마가 희생할 때도 있고, 할머니나 남편의 희생이 필요할 때도 있죠. 맘시터는 본인의 희생이나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맡긴다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도록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하고 있어요. 아이도 더 행복한 시간을 갖게 해줘요. 아이들은 4살만 돼도 엄마‧할머니보다 대학생 언니‧형과 이야기할 때 더 좋은 시간을 보내요. 매일 똑같은 시간보다는 돌보미 선생님이 더 많은 자극을 줄 수도 있죠.

돌보미의 평균 시급은 9000원 수준이에요. 이제 더는 돈 때문에 불행하게 희생하지 않아도 됩니다. (직장에 다니지 않더라도 육아에 지쳐) 영혼 없이 아이와 놀아주는 것보다, 4시간 정도만 서비스를 이용하면 엄마도, 아이도 행복할 수 있어요. 대한민국 육아 방식이 바뀌고 있는 거죠.

 
“이제 아이 낳아도 됩니다”

지난 2016년 론칭한 맘시터는 올해 9월 초 누적 회원 수 70만 명을 기록했다. 이번 달에는 75만 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부모와 전국 돌보미를 합친 숫자로, 국내 최대 규모다. 돌봄 비용으로 거래되는 금액은 월 100억원이다. 일 년이면 1200억원 수준. 성장 속도가 가파르다 보니 직원도 빠르게 늘어 16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인터뷰 당일에도 신규 직원 채용을 위해 면접을 진행했다.

돌보미는 집안일을 돕지 않는다. 청소, 빨래, 설거지를 하면서 아이까지 챙기는 드라마 속 ‘이모님’과 달리 오로지 아이 돌봄에만 집중한다. 가사를 병행해 아이에게 집중하지 못하면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명확한 업무 정책을 세운 것이다.

전체 돌보미의 30%는 대학생이 차지하고 있다. 교육학과나 영어‧음악‧체육 관련 전공 대학생들의 지원이 많다. 코로나19 이후 아르바이트 자리가 급감하면서 공강이나 방학기간을 활용해 아이 돌봄 일을 찾는다. 경력 보유 여성들의 지원도 상당하다. 육아 문제로 회사를 그만둔 여성들이 다시 사회로 복귀할 때 ‘육아 선배’로서 활약할 수 있는 선택지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저희는 아이를 돌봐주는 케어에 집중하고 있어요. 씻기고 먹이고 안전하게 돌보는 것이 중요한데, 연령이나 성향에 따라 케어의 종류가 다양하죠. 부모 출퇴근 시간이나, 할머니가 도와줄 수 있는 상황인지에 따라서도 달라요. 핵심은 각자의 상황에 맞는 돌보미를 빠르게 찾을 수 있느냐인데, (맘시터는 회원 수가 많아서) 이 부분이 타사 대비 압도적입니다.

비용 측면도 중요해요. 너무 비싸면 이용할 수 없죠. 슬픈 통계지만, 30대 여성의 평균 월급이 200만원 중반대에요. 반면, 종일제 이모님은 250만원까지 비용이 발생하죠. 맘시터에서는 돌보미간 경쟁이 있어 가격을 마음대로 높일 수 없어요. 과거에는 공급이 한정됐지만, 지금은 파트타임으로 일할 수 있고, 대학생도 참여하기 때문에 공급이 많아졌거든요. 저희는 연결 수수료도 받지 않습니다. 연결이 성사될 때마다 내는 수수료 대신 인터뷰 신청권이나 일자리 지원권을 도입해 사용자들의 수수료 부담을 낮췄죠.

연결은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수도권뿐만 아니라 제주도, 울릉도에서도요. 서울 엄마든, 울릉도 엄마든 돌보미는 똑같이 필요하잖아요. 저희는 플랫폼과 기술로 돌봄 문제를 풀고 있는 거죠. 이제는 어디서든 아이를 낳아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맘시터는 0~10세 아이를 가진 부모와 돌보미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다. 코로나19 시기에 돌봄 수요가 급증해 이달에는 회원 수 75만 명을 앞두고 있다.(사진=맘편한세상)]


맘편한세상의 사업 모델은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야 하는 구조다. 불가피하게 분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회사는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업계 최초로 시터 안전 보험을 보험사와 함께 개발 및 도입했다. 각종 인증 과정과 함께 적용한 후기 시스템 또한 미래 분쟁 가능성을 줄이고 있다. 최근 4배 이상 성장하는 과정에서도 큰 사건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이 같은 노력 덕분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던 지난 2월에는 마케팅을 전면 중단했어요. 플랫폼을 통해 아이들이 감염되는 위험이 걱정됐거든요. (홍보를 줄여 사용자가 감소해야 했는데) 어린이집이 휴업하면서 오히려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 많아졌어요. 아이 돌봄 서비스를 처음 사용해 보는 분도 많았죠. 올해 늘어난 회원 수만 25만 명이에요.

우리나라 출산율은 OECD 최하위권이에요. 이 수치를 개선하는데 맘시터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은 정말 행복한 일이에요. 출산율을 올리려면 이 행복을 알 수 있게 도와줘야죠. 우리 팀은 사람들이 행복하게 육아를 하는데 도울 수 있다고 믿어요. 그 시작점은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좋은 사람을 연결해주는 거죠. 맘시터는 출산율을 올리고, (육아 방식을 바꿀 수 있는) 변수에요. 모두가 행복하게 육아할 수 있는 세상과 아이가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 “출산율 문제도 있지만,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도 심각해요. 우리나라 여성 경제 참여율은 OECD 평균도 못 미치죠. 육아의 방식과 전체적인 문화가 혁신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맘편한세상이 잘하는 만큼 출산율이 올라가겠지만, 여성의 경제 참여율도 OECD 평균까지는 가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 문제가 우리의 또 다른 목표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