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매각 시작부터 난관...3자연합 달래기 나선 산은
2020-11-19 16:24
국내 최대 항공사의 '빅딜'이 시작부터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으로 난관을 만났다. 산업은행이 대한항공이 아닌, 경영권 분쟁 중에 있는 한진칼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자금을 투입하면서다. 법원이 '경영권 방어를 위한 신주 발행은 위법'이라는 기존 판례를 적용할 경우, 아시아나항공 매각 좌초는 불가피해진다.
19일 산업은행은 조현아·KCGI·반도그룹 등 3자연합이 한진칼 유상증자는 명백한 특혜라며 지난 18일 법원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제기하자 긴급히 중재에 나섰다.
이날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강성부 대표 등 3자연합이 생산적인 제안을 한다면 협의할 용의가 있다"며 "언제든 연락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이 회장은 "산은이 10%의 경영권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누구 편도 들지 않는 중립적 위치에서 양자를 견제할 것"이라며 "산은은 중립적인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산은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주체인 대한항공이 아닌 한진칼에 제3자 유상증자를 하는 것이 조원태 한진칼 회장 측의 경영권 방어 목적이 아님을 분명히 한 셈이다.
산은은 대한항공이 아닌 한진칼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하는 이유에 대해 시장에서 대부분의 자금을 조달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레버리지'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산은이 총 8000억원을 투입해 최종적으로 아시아나항공이 1조8000억원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또한 산은은 한진칼이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지주사 요건은 20% 지분요건에 미달하게 되고,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 시에는 지분율이 더 하락하게 되는 점도 감안해 이 같은 판단을 했다.
산은은 한진칼에 7대 의무조항을 부과하고 관리·감독하겠다는 입장이지만, 3자연합 측은 "조원태 한진칼 회장의 경영권 보장 명분일 뿐"이라면서 법적 대응을 통해 신주발행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만약 법원이 경영권 분쟁 중인 회사에 신주 발행을 하는 것을 문제 삼아 3자연합의 손을 들어줄 경우 산은의 ‘플랜B’ 마련이 불가피해진다. 실제 대법원은 2009년과 2015년,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신주발행은 무효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최대현 산은 부행장도 이날 간담회에서 "만약 법원 가처분 인정 시에는 본 거래는 무산될 수밖에 없다"며 무산 가능성을 열어뒀다.
최 부행장은 "이 경우 차선의 방안을 추진해 항공산업 정상화에 나설 것"이라며 "아시아나항공은 매각 대상과 관리, 원가 절감 등을 외부에서 컨설팅 받고 있는데, 기존에 갖고 있던 관리 계획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또 다른 매각 주체를 찾는 방안 △전환우선주 형태로 한진칼에 유상증자를 하는 방안 △의결권 제한이 있는 주식발행으로 자금을 투입하는 방안 등이 언급된다.
만약 기존 계획대로 채권단 산하에서 정상화 절차를 밟게 될 경우 추가 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 최 부행장은 "아시아나는 이미 3조6000억원의 정책자금이 투입됐고, 내년에도 1조1700억원 추가 투입이 필요해 차입금 규모가 10조원에 달할 것"이라며 "정상화 실패 시 과거 사례처럼 막대한 금융기관 손실, 대량 해고, 국가 항공운송체계 붕괴 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다만, 코로나 상황의 긴급성을 인정해 법원이 산은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도 크다. 최 부행장은 "국책은행으로서 법률적 이슈 검토 절차를 진행하는 데 다수의 법무법인을 통해 소송 검토를 했다"면서 "본건 거래 취지와 중요성, 시급성, 코로나 장기화를 감안해 준비된 일정과 절차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에서도 항공업 구조조정 사안의 긴급성을 인정해 신주발행을 인정할 수 있다는 설명으로 풀이된다.
현행 상법은 기존 주주의 권리를 침해하는 제3자 배정 신주 발행을 제한하고 있지만, 재무구조 개선이나 기술제휴를 위한 합작법인 설립 등 '긴급'한 사항의 경우는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항공업의 사안이 급박해 이에 포함될 경우, 기존 산은의 계획대로 한진칼에 대한 신주발행이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