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비번 강제 제출' 법무부 법안, 위헌 소지 크다

2020-11-16 18:19

법무부는 “n번방 사건과 검언유착 한동훈 검사장 사건처럼 피의자가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악의적으로 숨기고 수사를 방해하는 경우가 있다”며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호주 등 외국 입법례를 참조해서 일정한 요건 아래 그 이행을 강제하고 불이행하는 때에 제재하는 법률 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법무부의 ‘휴대전화 비밀번호 강제제출 법안’ 제정 검토작업은 추 장관이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피의자인 한 검사장에 대해 ‘피의자가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악의적으로 숨기고 수사를 방해한 경우’로 규정하면서, 추후 수사 협조 이행을 강제하고 불이행 시 제재하는 법률 제정을 검토하겠다고 법무부에 법률 제정 검토를 지시하면서 논란이 시작되었다. 이러한 추 장관의 법률 제정 검토 지시가 구체적인 사건과 연계된 검사 개인을 겨냥한 것이어서 논란을 가중했다.

추 장관은 법률 제정을 검토 지시하면서 “디지털 증거 압수수색에 대한 실효적 방안을 도입해 인권수사를 위해 피의자의 자백에 의존하지 않은 채 물증을 확보하는 과학수사기법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영국의 수사권한규제법은 수사기관이 피의자 등을 상대로 법원에 암호해독명령허가 청구를 하고, 법원의 허가결정에도 피의자가 법원의 명령에 불응하면 징역형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하여 추 장관은 “프랑스, 네덜란드, 호주도 암호해제나 복호화 요청 등에 응하지 않는 경우 형사벌로 처벌한다”고 주장했다.

△ ‘휴대전화 비밀번호 강제제출 법안’은 어떠한 문제가 있나

우선, 해당 법안은 휴대전화의 비밀번호 제출을 거부하는 피의자를 처벌하는 것으로 헌법상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를 의미하는 진술거부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 이러한 진술거부권은 자기부죄금지(自己負罪禁止)의 원칙에서 유래하는 권리로 17세기 말 영국의 사법절차에 기원을 두고 있으며, 미국 헌법 수정 제5조에 규정되면서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세계 많은 나라의 형사법에 규정되어 있다. 우리 헌법 제12조 제2항은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는 진술거부권을 천명하고 동시에 형사소송법은 피의자의 진술거부권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해당 법률은 헌법상 ‘진술거부권’ 원칙 및 형사소송법상 ‘피의자의 진술거부권’을 정면으로 침해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해당 법안으로 인하여 휴대전화 비밀번호 제출이 강제된다면 피의자의 형사 방어권 행사를 축소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더하여,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법안이 헌법상 ‘자기부죄금지 원칙’을 정면으로 반하며, 추 장관이 예를 든 영국도 대테러 범죄나 성폭력 등 일부 강력범죄를 막기 위해 해당 법률의 적용 대상이나 적용 범위에 대해 아주 제한적으로 적용한다면서 휴대전화 비밀번호 제출을 일반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피의자는 자신의 범죄에 대하여 증거를 인멸하더라도 증거인멸죄 등으로 처벌받지 않는다. 피의자에게 자기방어권이 부여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법률은 피의자에게 자백을 강제하고, 자백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인데, 인권보장을 위해 오랜 역사적 시간 동안 쌓아 올린 중요한 대원칙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법조계에서는 지적한다.

또한 우리나라 형사법 체계에서 수사기관이 증거를 수집할 경우에 피의자는 수사기관에 협조해야 할 의무는 없다. 이를 강요하는 것은 위법하다. 그런데도 현행법상 강제가 허용되는 음주운전 검사나 마약 소변 검사와 다른 휴대전화 비밀번호 자백은 진술거부권 대상이 됨에도 이를 강제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논란이 커지자 지난 13일 “자기부죄금지원칙 및 양심의 자유, 사생활 보호와 조화로운 합리적 방안 마련을 위해, 법원의 공개명령 시에만 공개의무를 부과하는 등 절차를 엄격히 하는 방안, 형사처벌만이 아니라 이행강제금, 과태료 등 다양한 제재방식을 검토하는 방안, 인터넷 상 아동 음란물 범죄, 사이버 테러 등 일부 범죄에 한정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에 있다”며 “향후 각계의 의견 수렴과 영국, 프랑스, 호주, 네덜란드 등 해외 입법례 연구를 통해 인권보호와 조화를 이루는 방안을 모색해 나갈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디지털 증거에 대한 과학수사가 날로 중요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사이버 테러 등 새로운 형태의 범죄에 관한 법 집행이 무력해지는 데 대한 대책이 필요한 가운데 법무부의 입법 방향이 어떠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