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국유기업 또 디폴트… 'AAA' 신용등급도 쓰러져

2020-11-12 13:24
허난에너지 산하 융메이그룹 10억 위안 채권 상환불능

[융메이그룹]


중국에서  'AAA' 최고 신용등급의 국유기업이 또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처했다. 중국 허난성 국유석탄기업 융청메이뎬(永城煤電, 이하 융메이) 이야기다.

10일 융메이그룹은 이날 만기가 도래한 약 10억 위안(약 1600억원)어치 채권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했다고 공시하며 사실상 디폴트에 빠졌다고 중국 상하이증권보 등 현지 언론이 11일 보도했다.

시장은 융메이그룹의 갑작스런 디폴트에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융메이그룹은 허난성 최대 국유기업인 허난에너지화공그룹(이하 허난에너지) 산하 핵심 자회사다. 디폴트가 발생하기 바로 몇 시간 전까지 10억 위안어치 채권도 발행했었다.

한달 전 중국 신용평가사인 중청신국제가 융메이그룹에 매긴 신용등급도 'AAA'다. 하지만 중청신국제는 11일 곧바로 융메이그룹의 신용등급을 'BB' 단계로 수직하향 조정했다.

중청신국제는 외부 자금조달 환경 악화에 따른 유동성 경색으로 융메이그룹의 앞으로 남은 채무 상환에 불확실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게다가 융메이그룹의 채권 대다수가 상호지급보증으로 얽혀있어 연쇄 디폴트를 초래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실제로 융메이그룹의 디폴트 소식이 전해진 11일 시장에서 융메이그룹이 발행한 다른 채권 가격은 90% 이상씩 일제히 폭락했다.

중국 광파증권 채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자금조달 시장 환경이 악화돼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급감으로 중국 석탄산업이 큰 충격을 받으며 융메이그룹 경영에도 영향을 미쳤다.

재정상태도 좋지 않다. 3분기말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융메이그룹 총자산이 1726억5000만 위안으로, 순자산과 부채가 각각 382억5500만, 1343억9500만 위안이다. 자산부채율은 77.84%로 높다. 앞으로 상환해야 할 채권만 총 234억1000만 위안어치다. 이중 이달부터 내년 4월까지 반년간 융메이그룹이 갚아야 할 채권이 모두 120억 위안에 달한다.

현재 융메이그룹은 채무 상환을 거의 모회사인 허난에너지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허난에너지도 '제코가 석자'인 상황이다. 융메이그룹 디폴트 충격으로 중청신국제는 허난에너지 신용등급을 기존의 AAA에서 BB로 하향조정했다. 허난에너지가 내년까지 상환해야 하는 채권도 200억 위안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융메이그룹 뿐만이 아니다. 최근 들어 중국 대형 국유기업들의 디폴트가 잇달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말에도 랴오닝성 정부가 100% 지분을 보유한 국유 자동차기업 화천그룹도 약 1700억원 어치 채무를 상환하지 못해 디폴트에 빠진 바 있다. 

우징 중국은행국제유한공사(BOCI) 집행이사는 "허약한 국유기업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정부가 구제해주지 않을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가 커졌다"며 "이는 역외 시장에서의 중국 국유기업 채권에 대한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중국은 코로나19 이후 '브이(V)'자 경기 회복에 나섰지만, 회사채 디폴트 규모는 올해 사상 최대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앞서 블룸버그는 올해 말까지 중국내 디폴트 규모가 722억 위안(약 12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