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승리] "트럼프, 망신 그 자체...패배 인정하고 골프나 쳐라"

2020-11-11 10:18
"이젠 그만하자"...빗발치는 촉구에도 격렬한 불복 행보
폼페이오 "2기 행정부 정권 이행 중"...충성 경쟁도 치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선거 불복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각 요직인 국방장관을 전격적으로 경질하며 권력을 과시한 후 자신의 건재함을 증명하려 움직이고 있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망신 그 자체'라는 비판 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이젠 그만하자"...빗발치는 촉구

1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불복 행보에 대한 대한 질문을 받고 "솔직히 말하자면, 망신 그 자체"라면서 "대통령의 유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어 "우리는 이미 (정권) 인수인계를 시작했고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면서 "당황스럽긴 해도 우리의 계획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단언했다. 특히, 오는 26일 추수감사절까지 내각 선임 윤곽을 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동시에 2명의 대통령이 있을 순 없으며, 지금부터 내년 1월20일까지는 트럼프가 대통령"이라면서 "공화당 전체로선 현직 대통령의 영향을 다소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거 같다"며 선거 사기 의혹을 제기하며 정권 인수 과정을 방해하는 이들의 행보조차도 포용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부인이었던 이바나 트럼프는 돈도 많고 좋은 거처도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 이후의 인생을 즐기길 바란다는 조언을 내놨다.

이바나는 미국 잡지 피플에서 "트럼프에게 선택권은 없으며, 대선 패배를 선언해야 한다"면서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로 내려가 골프를 치며 평범하게 사는 것이 트럼프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지적했다.

다만, 이바나는 그러면서도 "트럼프는 좋은 패배자가 아니다"라면서 "트럼프는 패배자가 되는 걸 싫어하기 때문에 싸우고, 싸우고 또 싸우려 들 것을 확신한다"고 평가했다.

체코 태생 모델 출신인 그는 1977년 트럼프와 결혼해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와 차남인 에릭, 장녀인 이방카를 낳았고 1992년 이혼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사진=로이터·연합뉴스]

 
기존 주장 반복·격렬한 불복 행보...WP "트럼프가 美안보 구멍"

그렇지만 이날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이길 것", "우리는 큰 진전을 이룰 것이다. (개표) 결과는 다음주 나올 것이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우편투표 집계는 남용됐다", "대규모(MASSIVE) 우편투표 집계 남용 현장을 보고 있노라니, 초기 (코로나19) 백신 개발 상황 당시와 딱 들어맞는다. 내가 말했지 않은가!" 등 종전 주장과 관련한 폭풍 트윗을 이어가면서 선거 불복 행보를 이어갔다.

다음 날인 11일에는 미국 재향군인의 날을 맞아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를 방문하고 나흘 만에 공식 일정을 개시한다. 지난 7일 바이든의 대선 승리 선언 이후 첫 외부 공식 일정이기도 하다.

앞서 7~8일 트럼프는 버지니아주에 있는 자신 소유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을 방문해 골프를 쳤지만, 정식 업무 일정은 없었으며 이곳에서 대선 패배 소식을 전해듣기도 했다.

한편, 전날인 9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을 경질한 데 이어 이날에는 2018년부터 국방부에서 근무했던 제임스 앤더슨 차관대행이 사임을 표명했다. CNN은 후임에 트럼프 대통령의 '충성파' 인사가 발탁됐다고 지적했으나, 앤더슨이 사임을 외부나 상부에서 요구받았는지 여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다만, AP는 "최근 잇따른 인사 관련 소식에 국방부 직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면서 "트럼프가 군을 정치화한다는 우려를 부채질하고, 바이든의 취임 전까지 트럼프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팽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가 향후 현직 대통령의 지위로 입수한 국가 기밀을 유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면서 이미 수차례 공개적 기밀누설을 일삼았던 트럼프가 "바이든 행정부의 '독특한' 국가안보 딜레마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폼페이오 "2기 트럼프 정권, 이행 중"...심복들의 '충성 경쟁'도 치열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충성파 내각 중 하나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바이든의 당선과 트럼프 행정부의 재집권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이날 폼페이오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여전히 집계할 표들이 남아있다"면서 "두 번째 트럼프 행정부로의 순조로운 전환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 국무부가 전 세계의 선거가 안전하며 자유롭고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지만, AP와 AFP 등은 그가 바이든 당선인 팀과 접촉하고 있는지를 묻는 취재진에는 짜증을 냈다고 전했다.

이에 같은 회견 자리에 참석한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폼페이오를 향해 "현실을 보라"면서 "바이든이 이겼다. 이젠 다음 단계로 넘어가자. 이 나라를 하나로 모으고 일을 끝내자"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이날 AP는 "폼페이오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임에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대선 결과를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AFP는 "트럼프가 권력을 유지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진 폼페이오는 바이든 승리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뒤에서 왼쪽 첫 번째).[사진=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