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중국인연, 시진핑 '라오펑유'" 중국통 바이든 대중정책은?

2020-11-10 14:49
9년전 '국수외교'···중국인과 허물없이 어울려
"18개월간 8차례 만남, 25시간 대화" 시진핑의 라오펑유
"鄧부터 習까지" 中지도자 상대한 중국통
대중 강경기조에도···'예측가능'한 미중관계 전망

"중국인의 라오펑유(老朋友·오랜 친구)"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 대해 내놓은 평가다. 그만큼 바이든 당선인의 중국과의 인연은 깊다. 첫 인연은 미·중 양국이 수교를 맺은 197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통령 시절엔 시진핑(習近平) 당시 중국 국가부주석과 카운터파트로 ‘사적인 친분’도 맺었다. 연합조보는 “이 같은 인연이 미·중 관계의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 9년 전 '국수외교'···중국인과 허물없이 어울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11년 방문한 베이징 노포식당. 이곳엔 바이든 당시 부통령이 찍은 기념사진이 걸려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 당선 소식이 전해진 이후 최근 중국 베이징 구러우 후퉁의 한 허름한 노포가 떠들썩해졌다. 곳곳서 몰려든 인파로 줄 서서 먹는 풍경이 연출됐다.

'야오지차오간(姚記炒肝)'이란 이름의 이 식당은 바이든 당시 미국 부통령이 약 9년 전인 2011년 8월 중국을 방문했을 때 들렀다. 그는 게리 로케 주중 미국 대사 안내로 손녀 등 일행과 함께 그곳을 찾았다。

식당 주인이 회고하는 바이든의 모습은 '제디치(接地氣)'다. 중국어로 친서민적이란 뜻이다. 주인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특별히 준비한 룸을 완곡히 거절하고 홀에 앉아서 다른 손님들과 어울렸다. 젓가락을 사용할 줄도 알았다"고 회고했다. "식사 중에 주변 사람들에게 손녀를 소개하고 먼저 나서서 기념사진을 촬영하자고 제안했다"고도 덧붙였다.

당시 바이든이 먹은 음식은 아예 '바이든 세트'로 이름 붙여졌다. 짜장면 5그릇, 찐빵 10개, 오이무침, 감자채볶음, 마 무침, 콜라까지, 모두 79위안(약 1만3000원)어치를 먹었다. 당시 바이든 부통령은 100위안짜리 지폐를 내고 나머지 거스름돈은 미국식 팁이라며 받지 않았다고 한다. 

◆ "18개월간 8차례 만남, 25시간 대화" 시진핑의 라오펑유
 

2011년 8월 중국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당시 카운터파트였던 시진핑 국가주석과 함께 쓰촨성의 한 학교를 방문해 농구경기를 관람했다. [사진=신화통신]


바이든과 시진핑의 인연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각각 미국 부통령, 중국 국가부주석 신분의 카운터파트로 바이든 방중 일정 닷새간 붙어다닌 두 사람은 이후에도 교류를 빈번히 이어갔다. 뉴욕타임스는 "2011년 초부터 18개월간 바이든과 시진핑이 미국과 중국을 오고가며 모두 8차례 만났다"며 "그들이 공식회담, 산책, 식사한 시간만 25시간"이라고 보도했다. 대니얼 러셀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두 사람은 사적인 친분을 쌓았다"고 평가했다. 

시진핑의 중국 국가주석 취임 후에도 두 사람의 인연은 이어졌다. 바이든이 2013년 또 한 차례 중국을 찾았을 때 시 주석은 바이든을 '라오펑유'라고 불렀다.

2015년 시진핑의 미국 방문에서도 두 사람은 재회했다. 당시 바이든은 "향후 50년 역사는 미·중 양국이 어떻게 관계를 이끄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이처럼 바이든은 시진핑과 처음으로 깊은 교류를 맺은 미국 정치지도자로 평가받는다. 

◆ "鄧부터 習까지" 中지도자 상대한 중국통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5년 9월 미국을 방문할 당시 직접 공항으로 영접 나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신화통신]


사실 바이든이 중국에 첫발을 내디딘 건 1979년 4월이다. 미·중 수교 직후 미국이 처음 중국에 보낸 대표단에 합류한 바이든은 당시 중국 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과도 만났다. 덩을 시작으로  2001년 장쩌민(江澤民), 2011년 후진타오(胡錦濤) , 2013년 시진핑까지 4명의 중국 역대 지도자를 모두 상대했다. 바이든이 중국통으로 불리는 이유다.  

바이든은 과거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입성도 도왔다. 2001년 8월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이던 바이든은 중국을 WTO에 가입시켜 두 나라 간의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차 중국을 찾았다. 당시 직접 중국 지도부 여름 휴양지 베이다이허를 찾은 그는 장쩌민 전 주석에게 "미국은 번영과 통합의 중국이 글로벌 무대에서 굴기하는 걸 환영한다"며 "우리는 룰을 지키는 중국을 기대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 대중 강경기조에도···'예측가능'한 미중관계 전망

하지만 최근 중국의 굴기 속 미국 정가에서는 민주당, 공화당을 막론하고 중국을 이미 ‘전략적 경쟁자’로 정의한다. 어느 때보다 시진핑(習近平) 지도부에 대한 불신과 중국의 부상을 견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앞서 미국 대선 후보들의 선거 전략 초점이 '중국 때리기'에 맞춰진 이유다. 

중국에선 바이든이 백악관에 입성해도 미국의 대중국 정책 기조는 변함없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정도와 방식엔 차이가 있겠지만 미·중 갈등과 경쟁은 지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전문가들은 바이든 시대 미·중 관계는 트럼프 시대보다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중 정책팀은 과거 오바마 행정부 때 일했던 ‘중국통’으로 채워져 양국 관계를 이성적이고 외교적 틀 안에서 다룰 것이란 전망이다. 이는 양측 간 대화 물꼬를 넓히고 지도부와 사회 전반의 상호 이해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관측됐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의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중단하고, 중국의 위협을 과장하는 등 방식으로 대중을 오도해 미·중간 반목이 고조된 것과 비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