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국정원장, 한·일 관계 물꼬 트나…"10일 스가 日총리 예방 조율"

2020-11-09 18:39
스가 정권 출범 후 첫 고위급 인사 일본 방문
10일 日 총리 관저서 스가 총리와 면담할 듯
8일 밤에는 '20년 절친' 니카이 간사장 만나
박 원장, 日측에 '문재인·스가'선언 제안한 듯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3일 국정원 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원 국정감사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사진=국회사진기자단]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꽉 막힌 한·일 관계를 풀 해결사로 등극할 지에 관심이 쏠린다. 

일본 현지 민영방송 TBS 등에 따르면 박 원장은 10일 총리 관저에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를 예방하는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원장과 스가 총리의 만남이 이뤄지면, 박 원장은 스가 내각 출범 이후 한국 정부 고위 인사 중 처음으로 일본 총리와 면담하는 당국자가 된다.

지일파(知日派)인 박 원장은 일본 정·관계 고위 인사들을 만나 강제징용 배상문제, 일본의 수출규제 등 한·일 간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가 나루히토(德仁) 일황의 즉위식을 계기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일본 총리를 만나 한·일 관계 개선을 물꼬를 열었던 것처럼, 박 원장도 이번 방일을 계기로 평행선을 달리는 한·일 관계의 새로운 변화를 이뤄낼 지에 주목된다.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박 원장은 전날 일본에 도착해 자민당 2인자인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을 만났다. 또 일본 고위 인사들에게 ‘문재인·스가 선언’ 구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매일경제는 복수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박 원장이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잇는 ‘문재인·스가 선언’을 일본 측에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선언의 구체적인 내용은 파악되지 않았다. 다만 양국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화해, 자유민주주의·규범기반 질서 등 양국 공동의 가치 확인, 미·중 경쟁 완화를 위한 포괄적 협력 등이 포함된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박 원장이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양국 정상 선언의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 한·일 양국이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본 언론 등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달 29일 서울에서 개최된 한·일 외교당국 국장급 협의에서 ‘선(先) 한국 배상, 후(後) 일본 보전’을 제안했지만, 우리 외교부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당시 한·일 외교당국 국장급 협의에 대해 “대화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평가하면서도 서로의 이견을 재확인하는 차원의 만남이었다고 했다.

양국이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기조는 유지하고 있지만, 양국의 의견 차이가 극명해 해법 모색에 난항을 겪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편 박 원장과 니카이 간사장은 20년 이상 의형제 수준의 관계를 이어온 사이다.

2000년 문화관광부 장관 시절 박 원장은 당시 운수성 장관이던 니카이와 한·일 관광교류, 항공 증편 문제 등을 논의하는 등 긴밀하게 협력했다.

또 니카이 간사장은 박 원장이 대북 송금 사건으로 수감됐을 때 면회하고 내복을 보낼 정도로 긴밀한 사이였던 것으로 주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