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안전 불사조 소방… 이젠 동정에서 동경으로

2020-11-08 14:26

[박근종 이사장]  


11월 9일은 119를 상징하는 대한민국의 ‘소방의 날’이다. 올해로 58번째로 ‘소방의 날’을 맞이하는 전국 15만 소방가족과 의용소방대원에게 진심어린 축하와 함께 그동안의 노고에 경의를 표하며 깊은 감사와 위로를 드린다.

우리에게 허락된 삶의 시간동안 어느 한 순간도 가슴밖에 둘 수 없는 단어가 있다면 그 것은 아마도 ‘안전’일 것이다. 왜냐면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사회는 국가발전도 국민행복도 상상해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세상 모든 가치가 먹고 살거나 더 잘사는 데 그치지만 ‘안전’은 죽고 사는 생사의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 만큼 ‘안전’은 우리사회 존망의 근본이자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생존의 근간으로 그것을 지키고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이자 마지막 버팀목인 ‘소방’과 병존하고 양립하고 있음을 제58주년 ‘소방의 날’을 맞이하여 ‘생명안전시민넷’ 대표 김훈 작가가 헌정한 “살려서 돌아오라, 살아서 돌아오라”는 한 줄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소방’의 역사는 그리스 신화 ‘헤파이스토스(Hephaistos)’나 ‘헤스티아(Hestia)’, 로마 신화 ‘불카누스(Vulcanus)’나 ‘베스타(Vesta)’, 중국 신화 축융(祝融)을 떠올리지 않아도 불을 발견한 인류의 기원과 함께 시작되어 오늘에 이르렀을 것이다. 우리니라는 1426년(세종 8) 2월 설치된 금화도감(禁火都監)에서부터 1481년(성종 12) 3월 수성금화사(修城禁火司)로 격상되어 「경국대전(經國大典)」에 법제화되었고, 1895년 5월 3일 ‘소방(消防)’이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되었으며, 1958년 3월 11일 「소방법」이 제정되었고, ‘소방방재청’, ‘국민안전처’를 거쳐 오늘날 ’소방청‘에 이르는 장구하고 유구한 역사의 소산(所産)이다.

지난 11월 6일 충남 공주의 중앙소방학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제58주년 ‘소방의 날’ 기념식이 열렸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참가인원은 종전의 20분의 1로 축소했지만 그 열기와 다짐은 어느 기념식보다도 더 큰 의미가 있었다고 한다. 아마도 47년간의 숙원이었던 소방공무원신분의 국가직전환의 원년 기념행사이기에 더더욱 공감이 간다. 그보다는 더 큰 기대감과 더 무거운 책임감과 더 헌신적인 봉사자로 국민에게 다가갈 다짐과 결속의 장이 되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소방의 날’은 안타깝게도 정부가 주관하는 각종 기념일(紀念日)인 국군의 날(10. 1.), 경찰의 날(10. 21.), 교정의 날(10. 28.), 스승의 날(5. 15.), 근로자의 날(5. 1.) 등 52개 기념일 및 기념주간 등을 지정하고, 그 기념일에 거행되는 전국적 또는 지역적 규모의 의식(儀式)과 그에 부수되는 행사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들지 못하고, 「소방기본법」 제7조에 근거하여 “국민의 안전의식과 화재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안전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하여 매년 11월 9일을 소방의 날로 정하여 기념행사”를 한다. 대통령령으로 정한 정부주관 기념일은 못되지만 오히려 법으로 정한 소방주관 법정기념일인 셈이다. 아쉽지만 오히려 다행으로 생각하고 싶다.

와중에도 1999년 11월 9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거행한 제37주년 소방의 날 기념식에 최초로 김대중 대통령이 참석한 이래 39, 45, 46, 50, 51, 55, 58주년까지 역대 5분의 대통령께서 총 8회에 걸쳐 참석하여 안전과 소방에 대한 관심을 가져 주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도 환자 이송 업무를 전담하고 화재 등 각종 재난 현장에서 생명을 구하기 위해 헌신하고 있는 소방공무원을 격려하고, 국가단위 총력대응시스템의 강화를 통해 소방이 명실상부한 ‘육상재난대응총괄기관’으로서의 역할과 임무를 잘 수행할 것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소방관의 안전은 곧 국민의 안전입니다. 소방관들이 스스로의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장비 개선과 개인안전장비 확충을 위해 소방안전교부세 시행령을 개정했습니다."며 "소방병원 설립도 차질 없이 진행 중"이라고 말한데 이어 "소방관 여러분에게 대통령으로서 명령합니다. 최선을 다해 생명을 구하십시오. 그러나 여러분 자신도 반드시 살아서 돌아오십시오."라고 했다.

또한 “부족한 현장인력 만2천 명을 충원했고, 2022년까지 추가로 늘려 소방공무원 2만 명 충원 약속을 반드시 지킬 것입니다.”라며, "국가직 전환을 통해 소방관들이 관할 지역에 구분 없이 모든 재난 현장에서 총력 대응을 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하고 "국민의 지지와 사랑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로 돌려주시길 기대한다.“라고 했다.

최근 ‘소방’은 소방공무원 충원 소요인건비 중앙정부지원 조건으로 추진 중인 2만 명 충원사업이 3년차를 맞이하며 연말까지 1만 4,000여명이 충원되어 소방공무원 1인 당 담당인구수는 1,186명에서 926명으로 22%나 줄게 되고, 현장출동인력 부족률도 37%에서 19%로 18%p낮아지게 되며, 소방관 혼자서 근무하는 이른바 나 홀로 119지역대도 모두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인명구조실적은 무려 71%가 증가했으며, 구급차 3인 탑승률을 84%로 높아지는 등 그야말로 꿈에만 그리던 소방공무원 6만 명 시대가 눈앞에 열리게 되었다.

아울러 소방장비 노후율도 거의 0% 상태에 이르렀고, 내년 소방청 예산은 역대 최대인 2천200억 원으로 편성했고, 지방소방예산도 5조 5,771억 원에 이른다. 무엇보다도 중앙과 지방의 관계도 더욱 돈독해졌으며, 소방청장을 중심으로 일사불란한 지휘권과 강력한 통제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소방조직의 양적 팽창은 소방품질의 질적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 작금의 소방여건과 재난환경은 급속히 변하고 있다. 따라서 대응방안도 더욱 진화해 나가야한다. 도심의 스카이라인(Sky line)이 하루가 다르게 변할 정도로 건축물은 수직 고층화하고, 도시 생명선(Life Lines)은 지하 심층화하며, 취약시설의 도심 밀집화와 국소 집적화에 이어 재난규모의 대형화, 재난양상의 다양화, 재난구조의 복합화 무엇보다도 시설물의 노후화는 소방당국이 헤쳐 나가야 할 장애물이며 험로이다.

설상가상으로 건축물간 이격거리(離隔距離)가 완화된 ‘도시형 생활주택’의 급증과 1층을 비우고 벽면 없이 기둥만으로 하중을 지지하는 필로티(Piloti) 구조의 양산, 건물물의 외장재의 드라이비트(EIFS) 공법 사용, 알루미늄 복합패널(ACP) 사용, 진압작전이 무시된 무분별한 조경공사 시행, 건축공사장의 용접·용단작업 감독권 이원화 등 안전 무시 풍조, 안전의식 해이, 안전지식 결여 등 총체적 안전 불감증이 상존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제 더 이상 열악한 근무여건과 재정궁핍을 핑계로 국민으로부터 동정을 사거나 측은지심에 기대어 읍소(泣訴)할 때가 아니다. 이제는 사명의 무게에 당당하고, 책임의 질곡에 의연하고, 환경의 풍랑에 담대하고, 현장의 위험에 슬기롭게 분투할 때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연단하고 연찬하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국민의 귀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보호할 수 있는 강인한 체력과 헌신의 희생정신 그리고 소방기술역량으로 무장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안전약자 보호와 대책 수립에 조직역량을 집중하고 위에서 제시한 문제점 보완 및 제도적 정비에 박차를 기하여야 할 것이다. 다시 한 번 제58주년 ‘소방의 날’을 축하드리며 국민의 소방으로 국민의 가슴속에 영원히 죽지 않고 살아있는 안전 불사조(不死鳥) 소방으로 거듭나 동정(同情) 받는 소방에서 동경(憧憬) 받는 소방으로 웅비하길 바라며, 도약하고 비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