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포트] 충칭, 광저우 GDP 따라잡은 비결 세가지

2020-11-05 06:00
충칭, 광저우 제치고 中 4대 경제도시로···
'훠궈'처럼 뜨겁던 경제···고속성장 '제동' 걸리기도
노트북·자동차 산업 회복세 속 '활기' 되찾아
빠르게 회복한 소비력···'야간 경제'도 활성화
쌍순환 전략 외치는 中지도부 '청위경제권' 지원사격도

충칭시 전경.[사진=신화통신]



중국 서부대개발 대표 도시 충칭(重慶)이 중국 '개혁·개방 1번지' 도시 광저우(廣州) 경제력을 역전하고 있다. 광저우는 1선 도시다. 중국에서 1선 도시는 보통 정치·경제·사회 중심 대도시를 일컫는다. 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이 1선 도시군으로, 이들 앞글자를 따서 '베이상광선(北上廣深)’이라 부른다. 그런데 최근 충칭 경제력이 광저우를 뛰어넘은 것이다. '

중국 현지 매체 제일재경일보는 중국 1선도시가 베이상광선'에서 '베이상선위(北上深渝)로 바뀌는 것 아니냐고 보도했다. 위(渝)는 충칭의 약칭이다.
 
◆ 충칭, 광저우 제치고 中 4대 경제도시로···

중국 각 지역별 1~3분기 누적 GDP를 집계해보면 광저우는 전년 동기 대비 1% 증가한 1조7475억 위안(약 296조원)이었다. 충칭은 전년 동비 2.6% 증가하며 광저우보다 많은 1조7707억 위안을 기록했다.

사실 충칭이 광저우 경제력을 추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8년에도 충칭은 GDP 2조1589억 위안으로, 광저우(2조1002억 위안)를 따라잡았다. 고작 586억 위안 차이였다. 하지만 2019년 광저우는 다시 GDP 22억 위안 근소한 차이로 충칭을 눌렀다.  

제일재경일보는 올해 충칭이 다시 광저우를 제치고 중국 4위 GDP 도시로 우뚝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충칭은 중국 4대 직할시 중 하나로, 거대한 도시다. 총 면적은 8만2000㎢로, 남한 면적의 82% 크기다. 인구는 무려 3000만명, 사실상 하나의 국가나 다름 없는 중국 중서부 중심도시라 할 수 있다. 

[그래픽=아주경제DB]

 
◆ '훠궈'처럼 뜨겁던 경제···고속성장 '제동' 걸리기도

충칭은 과거 서부대개발 사업에 힘입어 2003년부터 2016년까지 두 자릿수 성장세를 구가했다. 매년 중국 GDP 성장률 톱3 지역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무서운 속도로 고속성장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2016년 "충칭 경제는 "'훠궈(火鍋·중국식 샤브샤브)처럼 뜨겁다"고 극찬했을 정도다. 

하지만 중국 경기하방 압력 속 충칭 경제 발전이 잠깐 주춤했던 적도 있다. 특히 중국 자동차 시장이 사실상 정체기에 접어들면서 '자동차 제조 메카'로 불리던 충칭 경제도 직격탄을 입었다. 2018년 충칭 대표 자동차업체인 창안자동차 순익은 전년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드는가 하면, 또 다른 자동차업체 리판그룹은 사실상 파산 구조조정 절차에 돌입했다.

충칭 경제 성장세도 한풀 꺾였다. 충칭 경제 성장률은 2018년 6%에 그치며 1989년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전년도 9.3%에서 3% 포인트 이상 둔화한 것이다. 
 
◆ 노트북·자동차 산업 회복세 속 '활기' 되찾아

하지만 최근 들어 충칭 경제에 다시 활기가 돌고 있다. 충칭 경제를 뒷받침하는 전자⋅정보기술(IT)과 자동차, 양대 지주 산업이 살아나면서다. 

충칭은 '노트북의 도시(筆電之都)'로 불린다. 전 세계 노트북 2대 중 1대는 '메이드 인 충칭'이다. 휴렛팩커드·에이서·시스코·폭스콘 등 세계적인 IT 기업이 충칭에 둥지를 틀고 있다.

노트북뿐만 아니라 태블릿PC·스마트폰·집적회로·디스플레이까지 다양한 전자제품도 생산한다. 이제 전자·IT 산업은 충칭 전체 경제의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대표 산업으로 자리잡았다. 그전까지만 해도 자동차 산업이 충칭의 지주 산업이었다. 

2019년까지 충칭은 6년 연속 전 세계 최대 노트북 생산기지로 자리를 굳혔다. 충칭에서 제조된 노트북이 전 세계 생산량의 40%를 차지한다. 지난해 충칭시 전체 스마트폰 산업 생산액도 처음으로 1000억 위안을 돌파했다. 생산량으로는 전 세계 10분의 1을 차지하는 규모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봉쇄령으로 재택근무, 화상회의, 온라인 수업 등으로 노트북 PC 수요가 급증하며 충칭 IT 경제는 고속 성장했다.

게다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속 세계 각국 공장 가동은 중단됐지만 중국만 코로나19가 진정세를 보이면서 전 세계 PC·노트북 주문이 중국으로 몰려들었다.

상반기 충칭에서 수출된 노트북 수출량만 2550만대에 달했다. 상반기 노트북, 태블릿 PC, 스마트워치 등 단말기 수출입 총액만 1386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충칭시 전체 교역액(2759억2000만 위안)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수준이다.

충칭시 자동차 산업도 최근 부활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글로벌 자동차 시장 불황으로 직격탄을 입으며 충칭시 자동차 산업생산액은 2018, 2019년 각각 두 자릿수, 한 자릿수 하락세를 보이며 충칭 경제에 타격을 입혔다. 

하지만 최근 중국이 코로나19로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전기차 지원책을 비롯한 자동차 산업 지원 정책을 내놓으면서 충칭시 자동차 산업도 차츰 활기를 띤다. 충칭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자동차 산업생산액은 2.2% 감소에 그쳤다. 특히 5, 6월엔 매달 20%씩 증가율을 보였다. 
 
◆ 빠르게 회복한 소비력···'야간 경제'도 활성화

충칭의 왕성한 구매력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한몫 하고 있다. 올 1~9월 코로나19 충격 속에서도 충칭시 소매판매액 누적 증가율은 -2.2%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상하이(-4.6%), 베이징(-13.1%), 광저우(-6.2%)보다도 소비시장이 빠른 회복세를 보인 것이다. 

특히 충칭은 중국 전국 도시에서 '야간 경제'가 가장 왕성한 도시로 꼽히고 있다.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발표한 '중국 도시 디지털 야간경제 발전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12개 주요 도시 중 충칭의 야간경제가 가장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내비업체 가오더에 따르면 충칭 중심상권의 야간 하루 평균 유동인구는 12개 도시 중 1위를 차지했다. 상하이·베이징보다도 많다. 야식·야간 쇼핑·야간 엔터테인먼트 지수를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특히 충칭시 야간 음식배달 거래액은 낮 기간의 40%에 육박할 정도로 활발하게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충칭시 인터넷정보판공실이 발표한 '충칭시 야간경제발전 빅데이터 보고서'에 따르면 충칭시 도시 소비의 60%가 밤에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을 정도다. 
 
◆ 쌍순환 전략 외치는 中지도부 '청위경제권' 지원사격도

충칭시 경제에 동력을 불어넣는 또 하나는 바로 청위(成渝)경제권 건설 계획이다. 청위경제권은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와 충칭을 함께 묶어 발전시키겠다는 중국 지역발전 계획이다. 

최근 청위경제권은 중국 징진지(京津冀, 베이징·톈진·허베이) 수도권 지역, 창강(長江)삼각주 지역, 웨강아오(粤港澳, 광둥·홍콩·마카오) 대만구에 이은 중국 4대 경제 성장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중국 신실크로드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와 창장경제벨트 연결점에 위치한 청위경제권은 1억2000만명 인구와 7조 위안 경제총량을 자랑한다. 여기에 서부의 4억 인구라는 방대한 배후수요도 갖춰 내수시장의 질적 발전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올초 중국 공산당 중앙재경위원회 6차 회의에서도 청위경제권 건설을 추진해 서부 지역에 전국적으로 중요한 영향력 가진 성장점을 형성해야함을 강조했다. 이어 지난달 16일 열린 중앙정치국회의에서는 '청위경제권 건설계획 요강'을 심의하고 이곳을 중국 전체 고도의 질적 성장을 견인할 새로운 성장점과 에너지원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는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미·중 디커플링(탈동조화) 위협에 맞서 중국 지도부가 중장기 발전계획의 핵심으로 '쌍순환(雙循環)' 전략을 내걸고 있는 것과 관련이 깊다. ​국제·국내 쌍순환이 상호 촉진하는 새로운 발전 방안이라는 뜻으로, 내수를 키우고 기술 자립도를 높여서 국제시장을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야오수제(姚樹潔) 충칭대 경제관리학 교수는 "외순환의 경제 중심이 창장삼각주라면, 내순환의 경제 중심은 당연히 청위경제권"이라고 진단했다. 청위경제권 발전이 쌍순환 전략의 중요한 연결고리라는 얘기다. 중서부 지역에서 원자재와 생산을 담당하면, 동부 연해 지역이 소비지 역할을 해서 중국 자체적인 산업 가치사슬을 만들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