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과 갈등 끝 사표 던진 경제사령탑… 문 대통령은 "재신임"

2020-11-03 16:28
홍 부총리, 3일 오전 사의 표명 이후 오후 국회서 사의 재표명

홍남기 부총리가 3일 국회 기재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사의를 표명했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홍 부총리의 사직서를 반려하고 재신임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주요한 정책 사안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의견 차이를 보였던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공개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이날 오전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으나 오히려 재신임을 받은 상황에서 국회에 나와 또다시 사의를 내비친 만큼 홍 부총리의 속내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홍 부총리는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2개월 동안 대주주 요건을 두고 갑론을박이 전개된 것에 대해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기재부에서 의견이 시작됐으니 제가 책임을 지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 사의 표명과 함께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는 "글로벌 정세와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현행처럼 (대주주 요건을) 10억원으로 유지하는 것으로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결정을 했다"며 "정부로서는 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공평 차원에서 기존에 발표한 방침대로 가야 한다고 봤지만 그저께 고위 당정청에서 논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주식양도차익에 세금을 내야 하는 대주주 기준을 현행 10억원에서 내년 4월부터는 3억원으로 하향할 예정이었다. 이는 2017년 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예정됐던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주주 요건을 강화하면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매도 물량이 쏟아지고, 결국 개인 소액 주주들에게 손해가 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홍 부총리는 국정감사에서 대주주 요건 3억원을 고수하면서 비난의 중심이 됐다. 사의 표명 또한 대주주 요건을 10억원으로 유지하게된 데 대한 항의성 차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홍 부총리가 혼란을 야기한 데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반려했다. 청와대는 "홍 부총리가 국무회의 직후 사의를 표명했으나 대통령은 이를 반려하고 재신임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앞서 청와대는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홍남기 해임 건의' 청원이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지만 이에 대한 입장 발표를 늦춘 바 있다.

문 대통령의 재신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국면에 있다는 점,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의가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홍 부총리의 '폭탄 발언'에 대해 여당 기재위원들은 질타를 쏟아냈다. 예산안을 심의하는 자리에서 거취 발언을 한 것을 두고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재부의 입장이 관철되지 않았다고 해서 사의를 표명하는 게 책임있는 공직자의 자세인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책적 이견이 있을 때마다 공직자들이 자기 직을 두고 공개적으로 거취를 밝힌다면 행정 연속성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 의원은 또한 "임명권자의 판명이 나오기 전까지 의중은 가지고 있되 과제를 수행하는 게 참모의 역할"이라며 "굳이 예산안 심의 자리에서 거취와 관련된 얘기를 공개적으로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홍 부총리는 "대주주 요건에 대해 많은 질문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정책질의에 말씀드리기에는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정치적인 행동은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