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대주주·재산세 요건 두고 진통… 정부안 또 후퇴하나

2020-11-02 16:54
당정 후 대주주 요건 3억→5억 완화 가능성 대두
기재부 내부선 "여당은 표심 우선" 불만 목소리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기획재정부 제공]



재산세 기준과 대주주 요건을 둘러싼 정부와 여당 간의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기획재정부가 또다시 기존에 내놓은 안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기재부 내부에서는 "정치 논리를 내세우는 여당에 또다시 밀리는 것이냐"는 불만이 팽배했다.

2일 정부와 여당에 따르면 당정은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비공개 협의회를 갖고 재산세, 대주주 기준 등의 현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양도세 부과 대상이 되는 대주주 기준을 내년부터 3억원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홍남기 부총리가 국정감사 자리에서 가족별 합산은 인별합산으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대주주 기준은 예정대로 강화한다는 입장은 고수했다. 당정 협의 과정에서 3억원 기준을 5억원까지 완화하고 내년 4월 시행을 제시했다고도 전해졌지만, 공식적인 입장은 기준 3억을 유지하고 있다.

1주택자 재산세도 정부와 여당이 힘겨루기를 하는 사안이다. 정부는 중저가 1주택자의 기준을 공시지가 6억원 이하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9억원 이하를 제시했다. 여당안대로 9억원 이하 재산세를 완화하면 시가로는 약 13억원 주택 보유자도 혜택을 보게 된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고위 당정협의에 대해 "재산세 완화 대책은 여러 단위에서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대주주 요건 강화 또한 당내에서 여러 의견이 있어 몇가지 시뮬레이션을 해보자는 게 있다"고 말했다. 또한 대주주 요건은 미국 대선과 증시 상황 등도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주주 기준을 3억으로 인하하는 것은 2017년 결정·예고된 사항이다. 조세재정연구원은 재정포럼 10월호를 통해 "2023년 주식양도차익 전면 과세 도입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결정·예고된 개정내용을 다시 변경하는 것은 세원 확보 문제, 정책적 신뢰성 문제를 고려해 정책당국이 판단할 문제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책당국의 판단으로 대주주 요건 문제가 매듭지어 질지는 미지수다. 당정 협의라는 형태를 취했지만, 기재부 내부에서는 표심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여당의 주장에 또다시 정부안이 후퇴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한다.

당정 간 줄다리기 후 민주당의 밀어붙이기에 기재부가 밀리는 모습은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때부터 나타났다. 기재부는 하위 70% 지급을, 민주당은 전국민 대상 지급을 주장했으며 결국 전국민에게 재난지원금 지급이 이뤄졌다. 금융세제 개편 때도 공제액을 2000만원으로 설정했다가 5000만원으로 상향했다.

반복된 여당과의 반목은 기재부 내부 사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재부의 모 과장은 "표심을 우선으로 하는 여당이 예정된 정책도 뒤집는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세법과 관련된 정책은 세수 중립적으로 설계했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면서 "이렇게 되면 금융투자소득을 도입하고 주식 양도차익에 전면 과세가 도입되는 2023년 또 한차례 진통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