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IB 성장세 규제에 발목...PF 파생상품化 돌파구"
2020-11-03 05:00
2일 본지와 만난 상상인증권 이정수 IB본부장은 "IB는 대개 기업금융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며 "부동산 규제가 강화돼 성장세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했다. 그는 "대형 증권사가 과거에는 IB로 전체 수익 가운데 50% 이상을 벌었다면, 올해에는 리테일이 더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당장은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에 힘입어 리테일이 IB를 역전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IB 성장세가 꺾인 본질적인 원인은 규제라는 것이다. 국내 초대형 IB가 첫발을 뗀 지 올해로 4년이 지났지만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IB가 나오지 않는 것도 같은 이치다.
◆증권사 작을수록 더 뼈아픈 규제
이정수 본부장은 "기업금융이나 부동산 PF에서 IB에만 집중할 수 없게 규제하고 있어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그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이 활성화됐지만, 주식중개수수료로 큰 이익을 내기 어려운 현실"이라며 "기업금융 수요를 충족시키는 IB 업무에 공들이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금융 당국은 지난 7월부터 증권사 부동산채무보증비율을 규제하고 있다. 작년 연말 발표했던 '증권사 부동산PF 익스포저 관리 방안' 후속 조치다. 구체적으로 증권사들은 이 규제에 따라 자기자본 한도 내에서만 채무보증을 제공해야 한다. 당국은 규제 적응기간을 부여해 채무보증 반영비율을 점진적으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지만, 100%를 초과할 경우 추가 부동산 채무보증이 제한되는 만큼 당장 부동산 PF에 대한 영업 여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추가적으로 증권사 자본건전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자본건전성 강화안으로는 시중은행에 적용하는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도입이 꼽히고 있다고 한다. 초대형 IB로 불리는 대형 증권사가 파산한다면 금융권 전체로 위험을 전이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금감원은 상반기 내놓았던 '자본시장 위험 분석보고서'에서 "지속적인 규제 완화와 IB 육성책으로 증권사 자산이나 영업 범위가 금융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성장했다"며 "구체적인 위기관리 방안이 절실하다"고 했다.
동학개미 열기가 식어도 금융투자업계에서 수익성을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인 이유다. 더욱이 상상인증권은 중소형사다. 증권가 리테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 크지 않다. IB로 돈을 벌기 어려워진다면 대형 경쟁사보다 더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부동산 PF 파생상품 대중화 구상
상상인증권은 부동산 PF를 파생상품으로 만들어 대중화한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이정수 본부장은 "증권사 파생상품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판매돼 한계가 있고, 일반인에게는 어려운 분야"라며 "미개척지인 신규 파생상품이 부동산에 많이 몰릴 것으로 본다"고 했다. 자산유동화대출(ABL)과 같은 부동산 PF 파생상품을 꾸준히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상상인증권은 아직 낯설 수 있다. 회사는 2019년 골든브릿지증권에서 이름을 바꿔 새롭게 출범했다. 그해 상상인그룹은 이 증권사를 사들였고, 본사를 서울 충정로에서 강남으로 옮겼다.
이정수 본부장은 "상상인증권 시장점유율과 인지도 제고에 신경을 쓰고 있다"며 "상상인그룹 계열사와 협업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키울 것"이라고 했다. 상상인저축은행·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당장 손잡을 수 있는 대상이다. 그는 "저축은행과 연계해 대출과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며 "부동산 딜 소싱(물건 발굴)보다는 시행사업권 개발이나 분양계약금, 인수비용 분야에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상상인증권은 강점으로 빠른 의사결정을 꼽는다. 큰 금융지주나 대기업집단에 속해 있지 않아 관료화가 덜 됐다는 이야기다. 이정수 본부장은 "저축은행과도 유연하게 연계할 수 있는 이유"라며 "경직화돼 있는 구조가 아니어서 의사결정이 불필요하게 느려지지 않는다"고 했다.
◆틈새시장서 수익 내는 강소사로
상상인증권은 올해 들어 틈새시장에서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다. PF 자문과 주선에 나서 30억원을 넘어서는 수수료 수익을 거두기도 했다. 사업 지역은 대구 수성구였고, PF 규모는 2000억원 이상이었다. 한 상장법인 유상증자에서는 실권주 일반공모를 성공시키기도 했다. 모집액이 235억원인 유상증자를 주관하면서 실권주 잔액을 인수했다. 유상증자로 얻은 수수료 수익은 7억원에 가까웠다.
상상인증권은 덕분에 흑자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회사는 2019년까지 4년째 적자를 냈었다. 반면 올해 상반기에는 50억원에 가까운 순이익을 거두었다. 작년 동기만 해도 적자가 67억원에 달했다. 이번 상반기 실적을 부문별로 보면 인수·주선으로만 83억원 넘게 이익이 났다. 주식중개(브로커리지)에서도 30억원 이상을 벌어들였다.
하반기 들어서는 더욱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고 있다. 상상인증권은 비대면 영업채널을 강화하는 동시에 주식거래수수료와 대출금리를 낮추기로 했다. 이정수 본부장은 "회사는 올해를 흑자전환 원년으로 삼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눈사람을 만들 때도 처음 눈을 굴리는 기술이 중요한 것처럼 지금은 기초를 잘 다듬는 과정"이라고 했다.
상상인증권은 내년 유망 투자처로 물류업을 중심으로 한 비대면 사업을 꼽는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시대가 됐고, 국가적으로 물류체계 확충이 절실해져서다. 실제로 올해 들어 인천과 경기 용인·남양주·김포·안산 일대에서 물류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정수 본부장은 "길게 본다면 주택시장보다는 물류시장 성장세가 더욱 가파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