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경협 리부트]옌청시장 "한국인은 우리 시민"

2020-11-03 06:00
"中 유일 중문·한글 병기해" 강조
성과 내는 한중 산업원 정상궤도
전세기 최다 운항, 당서기도 방한
신에너지 등 추가 투자유치 희망
"기업이 이익 내는 환경 만들 것"

차오루바오 옌청시 시장 [사진=이재호 특파원]


"옌청(鹽城)은 중국에서 유일하게 대부분의 도로 표지판에 중문과 한글을 병기하는 도시입니다."

지난달 29일 만난 차오루바오(曹路寶) 옌청시 시장은 한국과의 우호 관계를 중시한다는 점을 이 같이 강조했다.

중국의 몇몇 도시에서 한국 기업의 대규모 투자를 기념해 특정 도로에 해당 기업명을 붙인 경우는 있다. 하지만 도시 전체에 한글 표지판이 설치된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차오 시장은 한발 더 나아가 "옌청은 한국인을 신(新)시민으로 여긴다"며 한국 기업에는 각종 우대 정책을, 한국인에게는 내국인 수준의 공공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소개했다.

장쑤성 옌청시에는 1000여개의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다. 쑤저우에 이어 성내 2위의 GDP 규모를 자랑하는 옌청은 한국 기업과 함께 성장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옌청은 산둥성 옌타이(煙臺), 광둥성 후이저우(惠州)와 함께 2017년 12월 중국 국무원이 한·중 산업원 설립을 인가한 세 도시 중 한 곳이다.

그 중 옌청이 유치한 한국 기업과 자본이 가장 많다는 게 중론이다. 산업원 내 한자공업원구(韓資工業園區)에는 기아차와 SK이노베이션, 모비스, 현대특수강 등 44개 대기업이 입주한 상태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옌청은 지난 5월 이후 8회에 걸쳐 전세기를 운영하며 800여명의 한국 기업 주재원과 가족, 교민 등을 데려왔다.

운항 횟수와 수송 인원 모두 중국 내 최대 규모다. 지난 8월에는 다이위안(戴源) 옌청시 서기가 직접 대표단을 이끌고 방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경쟁 도시들은 옌청의 파격 행보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기도 한다. 옌청시 관계자는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한국과의 경제 협력을 더 강화할 때"라며 "사소한 문제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일축했다.

차오 시장은 "우리는 더 많은 한국 기업과 자본을 유치하고 싶다"며 옌청의 경제·지리적 강점을 적극 홍보했다.

그는 "옌청은 창싼자오(長三角·창장삼각주) 일체화 발전 전략에 포함된 27곳의 중점 도시 중 하나이며, 5개 성에 걸쳐 2억명의 인구가 거주하는 화이허(淮河) 생태 경제지대의 핵심 도시"라고 말했다.

옌청에 입주하면 중국 중앙정부 및 성급 지방정부 차원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중국이 새로운 경제 발전 로드맵으로 제시한 쌍순환(雙循環) 전략에서도 한·중 경제 협력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쌍순환은 내수를 중심으로 하되 국내·국제 대순환이 조화를 이뤄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것을 뜻한다. 차오 시장은 "한·중 경제의 원활한 순환은 국제 대순환에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옌청의 주력 산업은 자동차 제조업이다. 기아차는 현지 기업을 포함해도 옌청 내 최대 기업이다.

이에 대해 차오 시장은 "옌청은 농업 생산액이 1000억 위안 이상으로 장쑤성에서 소비되는 농산품의 25%를 공급한다"며 "또 해안선이 581km에 달해 풍력 발전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신에너지·환경·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과 합작을 추진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경영 환경 개선 노력을 묻는 질문에는 "이익을 내야 경영 환경이 좋은 것"이라며 기업의 이익 창출을 적극 돕겠다고 했다.

그는 "옌청은 황해 건너 한국과 가장 밀접하고 특수한 교류를 이어 왔다"며 "한국에 옌청이 더 알려지기를 바란다"고 웃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