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경제에 '시한폭탄'된 코로나...겨우 살아났는데 다시 고꾸라질까

2020-11-02 15:09
3분기 GDP 반등...코로나 재확산에 경기회복 제동 우려
유럽 경제학자 "올 4분기 유로존 GDP 2.3% 역성장"

코로나19가 유럽 경제에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 최근 유럽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쏟아지면서 사실상 '통제 불능' 상태에 놓이자 각국 정부가 속속 봉쇄 조치를 내놓고 있다. 이 여파로 올 3분기 '반짝 반등'에 성공한 유럽 경제가 다시 고꾸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사진=EPA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유럽 경제가 '더블딥' 위기로 밀려나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유럽 각국이 다시 봉쇄되면서 경기가 위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더블딥은 경제가 침체 후 회복기에 접어들었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현상을 말한다.

앞서 유럽 경제는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크게 고꾸라졌지만, 올 3분기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반등에 성공했다. 유럽연합(EU) 통계국인 유로스타트(Eurostat)는 지난달 말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 EU 회원국)의 올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12.7% 증가했다고 밝혔다. 올 초 코로나19에 따른 봉쇄 조치로 2분기 유로존 GDP가 11.8% 급감한 데 이어 큰 폭으로 반등한 것이다. 또 이는 시장 전망치(9.4%)도 훌쩍 뛰어넘으며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의 성장률을 보였다. 
 

[자료=WSJ 캡처]


이처럼 '깜짝 반등'에 성공한 유럽 경제가 안정권에 들기도 전에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다시 고꾸라질 수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FT가 유럽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올 4분기 유로존 GDP는 전 분기 대비 2.3%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당초 유럽 각국에 봉쇄령이 내려지기 전 내놨던 예상치보다 더 나빠진 수치다.

아울러 카르스텐 브제스키 ING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재봉쇄 조치로 인해 내년에는 더 잦은 봉쇄령이 내려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조성해 사람들의 소비 패턴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내년 유로존 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7% 정도에 그칠 것이고, (유럽 경제는) 더블딥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러시아를 제외한 유럽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프랑스에 대한 경제 전망이 어둡다. 악사의 길스 모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프랑스의 봉쇄 조치가 12월 중순까지 이어질 경우 올 4분기 GDP가 7.4%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앞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부터 최소 다음 달 1일까지 프랑스 전역에 봉쇄령을 내린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식당과 술집을 비롯해 비(非)필수적인 사업장은 모두 문을 닫고, 지역 간 이동도 할 수 없다. 최소 한 달간 프랑스 국민은 통학이나 생필품 구입, 운동 등의 이유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집 밖을 나갈 수 없다는 얘기다. 문제는 다음 달 1일까지로 예정된 봉쇄 조처가 한 차례 더 연기돼 장기화할 경우, 프랑스 경제 타격이 클 수 있다는 것이다.

FT는 "지난 5월 봉쇄 조치가 해제되면서 기업들과 소비자들이 생산과 지출을 늘리면서 3분기 경기가 반등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9월 이후 유럽에서 신규 확진자가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상황이 악화하면서 경기회복은 더욱 어려워졌다고 FT는 지적했다.

국제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이날까지 유럽에서만 1017만973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최대 감염국인 미국(9473만911명)을 훌쩍 뛰어넘는 숫자다. 유럽 전역에서 코로나19에 감염돼 목숨을 잃은 사람은 26만7493명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