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금리여도 저축률 5배 오른 유럽…코로나發 고용불안 확대

2020-10-31 05:00
선진국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저축률 일제히 상승
봉쇄조치ㆍ단축근무 지원축소 등 소득 감소 우려

[사진=AP·연합뉴스]


미국과 유로존,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의 가계 저축률이 올해 들어 최대 5배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금 금리가 '제로'(0) 수준으로 떨어졌음에도 코로나19 사태로 소득·고용 등 불확실성이 커지자, 돈을 쌓아두는 가계가 늘어난 것이다.

30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미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저축률은 지난해 말 7.2%에서 올해 8월 14.1%로 2배가량 상승했다. 유로존과 영국은 지난해 4분기(10~12월) 각각 12.3%, 6.0%에서 올해 2분기(4~6월) 24.6%, 31.8% 올랐다. 영국의 가계저축률은 반년 만에 5배 이상 상승한 셈이다.
 

[표=국제금융센터]


미 연준은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1.50%포인트 인하하며 0.00~0.25%까지 낮췄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 역시 기준금리를 0.1%로 유지하고 있으며, 유로존을 총괄하는 유럽중앙은행(ECB)은 시중은행이 ECB에 단기자금을 맡기고 받는 예금금리를 마이너스(-) 금리인 -0.50%로 운용 중이다.

이처럼 주요 선진국들이 제로금리 통화정책을 펼치면서 예금금리 또한 제로 수준으로 떨어졌음에도 저축률이 크게 오른 것은 코로나19에 따른 가계 불확실성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특히 일자리를 잃거나 소득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이자를 못받더라도 돈을 모아두고 보자는 가계가 늘어났다.

실제로 지난해 말 대비 올해 2분기 유로존에서 저축이 늘어난 요인의 약 40%는 고용·소득 관련 불확실성으로 인한 '자발적 저축'이었다. 이는 약 20%를 나타낸 1분기 때보다 2배가량 오른 수준이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이들 국가의 저축률은 더 오를 전망이다. 주요국이 잇따라 '봉쇄' 조치를 강화하며 어쩔 수 없이 소비를 줄여 돈을 모으는 '비자발적 저축'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서다.

향후 봉쇄조치가 완화되면 비자발적 저축은 줄어들 수 있지만, 자발적 저축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기봉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유럽은 코로나19 재확산 및 단축 근무제도 지원 축소로 기업 해고가 늘어나고, 소득감소 등을 우려한 가계의 자발적 저축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