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점포 효율화 속도…'7년 표류' 상암몰에도 오피스텔 짓는다

2020-10-30 08:15
롯데몰 상암 7년 표류 동안 유통트렌드 변화
개발이익 회수 방향으로 사업 구상 변경
구조조정 점포 주상복합 등 개발할 듯

[표=아주경제 그래픽팀, 사진=롯데쇼핑 제공]

롯데가 불황 타개책을 마련하기 위해 오프라인 점포 효율화를 추구하고 있는 가운데, 통폐합이나 리츠(REITs) 유동화 외 주택 개발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영업손실을 최소화하고, 재무건전성을 확보, 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미다.

롯데의 의지는 서울시의 거듭된 어깃장으로 7년간 표류한 상암 롯데몰에서도 잘 드러난다. 30일 서울시·마포구청·관련 업계에 따르면, 상암 롯데몰의 판매시설 비율이 사실상 50%로 결정됐다.

롯데쇼핑은 상암 롯데몰을 짓기 위해 지난 2013년 4월 서울시로부터 상암동의 DMC 상업용 3개 필지(2만644㎡)를 1972억원에 매입했다. 당초 롯데쇼핑은 판매시설 비율을 82.2%로 놓고 서울 마포구와 은평구, 서대문구 등 서북부 상권에 대형 복합쇼핑 시설을 건립해 지역주민과 DMC단지 근무자를 주 고객으로 삼을 계획이었다. 서울시가 '전통시장과의 상생'을 이유로 판매시설 비율을 낮추라고 요구할 때도 롯데쇼핑은 판매시설 비율을 67.1%에 맞췄다. 

그러나, 롯데는 올 6월 판매시설을 30%까지 줄이겠다고 했다. 줄어든 판매시설 자리에는 수익형 오피스텔 비율을 늘렸다. 단기간 분양을 통해 개발이익을 회수하는 방향으로 사업 구상을 변경한 것이다. 빠르게 현금화가 가능한 만큼 금융 비용과 토지 매입비용을 회수 가능하다. 서울시가 이번에는 상암 일대에 오피스·주거시설이 많이 들어섰다는 이유로 판매시설 비율이 너무 낮다며 개발안을 반려해 사실상 판매시설 50%로 가닥이 잡혔지만, 롯데의 의지는 충분히 읽을 수 있다. 

서울시와 오랜시간 줄다리기를 하며 지난한 과정을 보내면서 유통 트렌드가 급변했기 때문이다. 중심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대형 오프라인 판매시설의 매력은 떨어졌다. 게다가 올해는 코로나19라는 변수까지 생기면서 오프라인 매장 수익은 급감했고 롯데쇼핑은 연내에만 점포 120여개를 정리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4월에는 롯데쇼핑 통합 이커머스 '롯데온'을 출시하기도 했다.

롯데는 앞으로 진행될 구조조정에서 주택 개발사업을 십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은 향후 3~4 간 700여개 오프라인 점포 가운데 30% 수준인 200여개의 비효율 점포를 정리해 수익성을 개선할 방침인데, 일부 폐점 점포 부지에 주상복합을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재무 안정성이 기존보다 악화되고 있는 만큼 유휴부지를 활용해 필요한 현금을 확보할 방침이다.

지난 3월 롯데쇼핑이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택건설사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고, 주택 및 재개발 사업으로 외연을 넓히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올 7월 강희태 롯데그룹 부회장(롯데쇼핑 대표이사)이 롯데자산개발 대표를 겸직하게 된 것도 마찬가지다. 

개발 시 롯데자산개발의 주역량을 접목할 가능성이 크다. 롯데자산개발은 잠실 롯데월드몰과 은평·수지·김포공항·수원 등 롯데몰 4곳, 롯데피트인 2곳을 운영하고 있다. 주전공은 '부동산 개발·투자'다. 실제 롯데쇼핑과 롯데자산개발은 광주광역시 첨단지구의 롯데슈퍼 부지를 '힐스테이트 첨단' 주상복합으로 개발하는 협력을 진행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해 말 사내이사직에서 자진사임한 것 역시 이를 감안한 행보로 분석하기도 한다.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자는 부동산 개발업을 할 수 없다는 법규정 때문에 불가피 하게 자리를 내놓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