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홍수피해 올해 유난히 큰 까닭은?
2020-10-28 16:30
북반구 한기에 중부지역 열대기압 만나 폭우로 이어져
‘라니냐’ 현상과 극심한 기후변화로 예측 어려운 수퍼태풍 출몰
‘라니냐’ 현상과 극심한 기후변화로 예측 어려운 수퍼태풍 출몰
베트남 중북부 지역에 물폭탄이 쏟아지고 있다. 10월 둘째 주부터 중부 지역에 우기가 절정에 이르러 폭우가 빈번해지더니 지난 10~11일과 14일 연달아 두 차례의 열대성 태풍이 베트남을 덮쳤다.
최근 베트남 중부와 중북부 지역에 폭우와 태풍이 빈번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북반구의 한기가 베트남 중부지역 상공의 열대성 수렴대에 진입하면서 비정상적인 폭우를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이 지역에 지난 10월 6일부터 13일까지 내린 비는 평소보다 최대 6배나 많은 양이었다. 이 기간 동안 하띤성은 150~400mm, 꽝빈성에서는 400~500mm, 꽝찌성은 800~1500mm, 투어티엔후에성은 1300~2000mm, 다낭시는 1100mm, 꽝남성은 900~1200mm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베트남이 하루 강수량 180mm를 폭우로 분류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엄청난 물폭탄이 중부지역을 덮친 셈이다.
베트남 수문기상예보센터의 응우옌반흐엉(Nguyen Van Huong) 예보국장은 "벵골만에서 베트남 중부를 가로질러 필리핀까지 열대성 수렴대가 분포돼 있다"며 "이 지역에서는 구름과 뇌우가 자주 발생하고 동풍을 만나면 수증기가 급격히 증가해 더 많은 비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지역의 따뜻한 바닷물 위로 강한 바람이 지나면서 베트남 동해(남중국해)상에서 열대성 저기압에 이어 태풍이 발생하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10월 6일 이후 이 지역에 두 개의 태풍과 열대성 저기압이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형성된 바 있다. 지난주 이 지역을 강타한 태풍 린파는 베트남 중북부에 500~700mm의 강우량을 기록했다.
쩐꽝낭(Tran Quang Nang) 국가기상수문예보센터 기상연구관은 이 모든 현상의 근본 원인은 지난 7월에 등장한 라니냐(La Nina)현상에 있다고 지적했다. 라니냐는 엘니뇨의 반대현상으로 서태평양의 해수면과 수온은 평년보다 상승하게 되고, 적도 동태평양에서 저수온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낭 연구관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계속해서 폭풍과 열대성 저기압이 생긴 이유는 라니냐의 영향이다. 수년간 이미 해수면이 비정상적으로 차가워진 상태라고 한다. 라니냐가 있었던 몇 년 동안 폭풍은 종종 연말에도 나타났다.
이 같은 관점에서 낭 연구관은 역사상 최악의 홍수로 꼽히는 1999년 베트남 중부 지역 대홍수에도 라니냐 현상이 있었다고 했다. 그 당시 라니냐 현상은 올해보다 훨씬 더 강했다. 다만 1999년에는 중부 베트남에서 3회 연속 홍수가 8개 성에 걸쳐 한달 동안 지속되었지만, 홍수 사이에 격차가 있었고 올해는 불과 며칠 사이에 1999년보다 높은 역사적 강수량 정점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1999년에 비교해 이번 중부지역 폭우가 이러한 라니냐, 냉기, 동풍 난기류와 폭풍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내년 초까지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수문기상예보센터는 아직까지 태풍과 폭우가 완전히 물러간 것은 아니라고 경고했다. 라니냐가 지속되는 올해 연말까지 과거에 비해 더 많은 태풍이 베트남 동해에서 생성되고 더 많은 비가 더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낭 연구관은 "과거에 태평양 북서부는 슈퍼 태풍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필리핀 전역을 휩쓸거나 일본에 상륙하는 슈퍼 태풍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는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인해 기상 현상이 점점 더 극심해지고 예측할 수 없는 폭풍이 이어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