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 강세 '속도 조절'…4거래일 걸쳐 1% 하락

2020-10-28 14:12
역주기 조절요소 제외 등 위안화 강세 저지 나선 中

[사진=중국인민은행 홈페이지]


중국 당국이 위안화 강세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2년 2개월여 만에 최고치까지 급등했던 위안화 가치는 4거래일 연속 약세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8일 중국 인민은행 산하 외환교역(거래)센터는 위안화의 달러 대비 기준환율을 전 거래일보다 0.0206위안 올린 6.7195위안으로 고시했다. 위안화의 달러 대비 가치가 전날보다 0.3% 하락한 것이다. 환율이 올랐다는 건 위안화 가치가 그만큼 내렸다는 의미다. 

지난 22일까지만 해도 위안화 기준환율은 달러당 6.6556위안까지 내렸다. 위안화 가치가 2018년 7월 9일(6.6393위안) 이후 2년 2개월여 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것이다. 정점을 찍은 위안화 가치는 4거래일에 걸쳐 약 1% 가까이 하락하며 이날 위안·달러 기준환율은 다시 6.7위안대로 올라섰다.

[중국 외환교역센터]

인민은행이 위안화 강세 속도 조절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전날 중국 외환교역센터는 기준환율 산정에 참여하는 시중은행들이 역주기 조절 요소(counter-cyclical factor)를 배제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중국 외환시장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국제수지가 균형을 이루고, 위안화 환율도 시장 수급을 기반으로 쌍방향으로 탄력적으로 운용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매일 아침 시장참여자(시중은행) 14곳으로부터 받은 시장 주문가와 전날 종가, 복수통화바스켓, 역주기 조절요소를 종합해 그날 기준환율을 발표한다.

역주기 조절 요소는 중국 경제 펀더멘털이 기준환율에 더 명확히 반영되도록 함으로써 군중심리에 환율이 요동치지 않도록 환율 메커니즘을 조절하는 일종의 통화 방어장치다. 위안화가 가파른 절하를 이어가던 2017년 5월 처음 도입했다.

그러다가 2018년 초 위안화 가치가 다시 반등하면서 인민은행은 다시 역주기 조절 요소를 제외했다. 하지만 7개월 후인 미·중 무역전쟁 속 위안화가 다시 약세로 돌아서자 재도입했다. 최근 위안화 강세 행진 속 2년여만에 다시 이를 제외하기로 한 것이다. 

홍콩 소재의 크레디 아그리콜의 최고투자전략가인 다리우스 코왈치크는 블룸버그를 통해 "역주기 조절 요소는 위안화 고시환율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만큼, 가장 강력한 환율 안정 수단"이라고 표현했다.

중국 당국의 위안화 강세를 저지하기 위한 움직임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2일엔 선물환 거래에 대한 위험준비금 예치율을 기존의 20%에서 '제로(0)'로 하향조정했다. 이는 은행이 기업 등에 달러 매입 선물환(옵션, 스왑 포함)을 팔때 인민은행에 예치하는 것으로, 위안화 가치 하락에 베팅하는 비용을 높인다. 중국은 2015년 당시 위안화 약세를 방어하기 위해 이 제도를 도입했다. 

위안화 강세는 중국 수입가격이 내려가 내수 소비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반면 수출 기업은 환차손 부담이 커져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중국 당국으로선 위안화의 급격한 절상을 막고 환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5월 말까지만 해도 달러당 7.13위안대까지 치솟았던 위안화 기준환율은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약 다섯 달간 위안화 절상 폭은 약 7%에 육박했다. 미·중간 금리차 확대, 중국 경제 '브이(V)' 반등, 미국 추가부양책에 따른 달러화 약세 지속, 미국 대선 등이 위안화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