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속 남북협력] ②“정세 변화에 맞는 통일정책 법제화·개선부터”

2020-10-28 08:00
민주평통 제27차 남북관계 전문가 토론회
"통일정책, 법치주의에 따라 법제화 필요"
"새로운 환경에 맞는 겁제 개선 이뤄져야"
"남북정상 합의사항 법제화 보완도 필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개최한 ‘제27차 남북관계 전문가 토론회’의 제2세션이 27일 오후에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날 토론회에서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법제 개선 및 발전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제공]



통일정책 법제화로 지속 가능한 남북 관계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유엔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북한의 무반응으로 꽉 막힌 남북 관계에 실망하기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실현 가능한 협력안을 모색해야 하고, 이를 위한 법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임성택 법무법인 지평 대표 변호사는 27일 오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개최한 ‘제27차 남북관계 전문가 토론회’의 제2세션 발제자로 나서 ‘남북 관계 발전을 위한 법제개선 및 발전방향’ 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임 변호사는 통일정책을 법치주의에 따라 법제화해야 민주적 정당성을 갖고, 지속 가능한 남북관계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 통일법제의 낙후성을 지적하며, 새로운 환경에 맞는 법제 개선과 판문점선언·평양공동선언 후속조치, 남북경제공동체 실현을 위한 법제 개선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판문점 공동선언 등의 비준 동의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남북 관계가 ‘법의 지배’ 하에 놓고, 통일정책을 법치주의에 근거해 법에 따라 추진한다는 원칙 조항을 ‘남북관계발전법’에 추가해야 한다고 했다. 

‘남북관계발전법’은 남북 관계가 정치적 당파성이나 통치행위로 휘둘리지 않고 법치주의에 근거해 투명하고 신뢰성 있는 원칙에 따라 추진될 수 있도록 제정됐다.

그러나 5·24조치, 개성공단 전면중단 등과 같은 초법적 통치행위가 이뤄지는 등 법이 준수되지 않고 사문화됐고, 이로 인해 남북 간 합의서 효력이 부정됐다는 것이 임 변호사의 지적이다.

임 변호사는 “남북관계발전법이 남북 합의서의 효력 범위만 규정하고, 내용은 규정하지 않고 있다”며 “헌법상 조약의 비준 동의 절차, 효력규정과의 관계 등도 논란의 여지가 없도록 명확하게 보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와 관련 유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남북관계발전법 이후 남북 정상 간 합의문에 대해 국내법적 효력을 부여하는 문제와 관련해 국회비준 동의 문제 논란이 있다”면서 “입법으로 헌법 제6조 제1항과 같은 국내법적 효력에 관한 명시적인 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고 동의했다.

임 변호사는 남북교류협력법의 전면개정과 부문법 제정 그리고 남북협력기금 개정도 제안했다.

그는 특히 남북협력기금 재원의 다양화를 강조하며 남북협력기금법 개정을 통해 사회간접자본 개발 등 인프라 개발에 사용할 수 있는 근거와 대북투자 위험보장장치도 마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임 변호사는 “남북협력기금법에 따라 교역보험 및 경협(경제협력) 보험이 운용되고 있으나, 법률에는 구체적 근거를 두고 있지 않다”면서 남북협력기금에만 의존하지 않고 무역보험, 사보험, 국가재보험 등을 통한 보완방법 검토 필요성에 힘을 줬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개최한 ‘제27차 남북관계 전문가 토론회’의 제2세션이 27일 오후에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날 토론회에서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법제 개선 및 발전방향에 대해 논의했다.[사진=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제공]

 
◆“대북전단 규제, ‘접경지역 지원 특별법’ 개정이 현실적”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까지 이어진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제정’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대북전단 살포금지법과 관련 현재 국회에는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 3건(김홍걸, 김승남, 윤후덕 의원 각각 대표발의)과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 1건(송영길 의원 대표발의)이 외교통일위원회에, ‘접경지역 지원 특별법 일부 개정 법률안’ 3건(박상혁, 설훈, 안민석 의원 각각 대표발의)이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와 관련 선병주 법무법인 명석 변호사는 대북전단 살포 규제는 남북교류협력법, 남북관계발전법 개정보단 ‘접경지역 지원 특별법’을 개정해 추진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판단했다.

남북교류협력법, 남북관계발전법 개정법률안으로 대북전단 살포행위를 규제할 경우 각종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선 변호사는 “현행법 제정 목적에 비춰 개정안에 대북전단 살포 규제 및 처벌 조항을 넣는 것은 법체계상의 통일성과 관련해 문제가 있을 수 있고, 대북전단 자체에 대해 통일부 장관 승인을 받으라는 것은 사전검열이 아니냐는 비판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합의서 위반행위의 한 유형으로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고 그 위반행위를 처벌하려면 남북합의서의 법적 규범력이 확보돼야 한다는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이미 통일부가 대북 전단·물품 살포를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상 반출로 분류,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요구하고 이를 위반 시 현행법으로 규제할 수 있다는 입장이므로 일부 법률 개정안들은 ‘중복입법’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선 변호사는 대북전단 살포행위가 주로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접적이고 급박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접경지역 지원 특별법’ 개정안의 목적에 주민안전보호를 추가해 해당 행위를 규제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대북전단 살포행위 규제 입법 시 과잉금지원칙의 한 요소인 ‘최소침해성의 원칙’에 입각해 규제 방법과 위반 행위에 대한 처벌수위를 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