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vs 바이든] ①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美 대선…한반도 운명은

2020-10-26 08:00
미국, 내달 3일 제46대 대통령 선거
바이든 당선 시 '오바마 2기' 우려↑
"바이든, 오바마와 기조 비슷할 듯"
'트럼프 대북기조' 유사하단 지적도
"누가 돼도 북·미 관계 경색 불가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냐,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이냐.'

한반도 운명을 뒤흔들 미국 대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어느 후보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 문제 향방은 극명히 갈릴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전 부통령은 대북(對北) 협상 방식에서부터 각각 톱다운(하향식), 바텀업(상향식) 방식을 선호하는 등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누가 당선되더라도 정권 초기 북한과의 경색된 관계는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경기 악화 등 여파로 미국 관심사 밖에 밀려난 북한이 무력시위를 감행할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외교부는 지난달 초 최종건 1차관 주도 아래 미국 대선 대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향후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 등을 파악, 향후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22일(현지시간) 테네시주 내슈빌의 벨몬트 대학에서 열린 대선후보 마지막 TV 토론회에서 공방을 벌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바이든, '전략적 인내' 오바마 2기?

25일 외교가에서는 내달 3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바이든 후보가 제46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을 그대로 이어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신각수 전 주일 한국대사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바이든 후보의 외교·안보 정책은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오바마 전 대통령 정책의 연장 선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신 대사는 "바이든 후보의 국무장관 등 '어드바이저(자문) 그룹' 대다수가 오바마 행정부 당시 사람들"이라며 "바이든 후보의 외교·안보 인력 중심축이 그렇기 때문에 톤(기조) 자체가 비슷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집권기였던 2009~2016년 '전략적 인내'라는 대북 정책을 채택, 사실상 북한의 핵 완성을 방치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직전(오바마) 행정부는 '침묵의 정책'을 구사했다"며 "'그들(북한 사람들)과 그(김정은 국무위원장)를 화나게 할지도 모르니 아무 말도 하지 말라', '미국에 대해 (북한이) 끔찍한 성명을 발표해도 아무런 말을 하지 말라'(는 정책을 오바마 행정부가 취했다)"며 꼬집기도 했다.

바이든 후보가 북·미 정상 간 톱다운 식의 북핵 해결이 아닌 실무 단계의 바텀업 방식을 선호하는 점 역시 한반도 북핵 해결을 어렵게 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어문학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이 톱다운 방식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며 "북한이 만약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승리'라고 부를 수 있을 수준의 제스처를 보일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선언을 비롯해 대북제재를 완화하고 그런 식으로 나갈 수 있다. 지금 북한이 그 틈을 노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달리 바이든 후보는 지난 22일 대선후보 마지막 TV토론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시사해야만 회담할 수 있다는 뜻을 시사했다.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누가 돼도 북·미 관계 경색 불가피"

일각에서는 바이든 후보가 당선된다고 해서 북핵 문제 해결이 어려워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몇 차례 북·미 정상회담 '노딜(무산)'을 겪고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 선을 그은 것은 바이든 후보와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지난해 하노이 회담 때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진전에 대한 아무런 조건 없이 김 위원장을 만날 리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가 김 위원장과의 회담 조건이 비슷해진 셈"이라고 짚었다.

박 교수는 "바이든 후보가 내놓은 정강정책을 보면 모든 정책이 중국에 적대적인 데 반해 기후변화와 북한 비핵화 문제에 있어서는 협력이 가능하다고 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와 비교할 때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과 전향적으로 협력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내년 1월 말 어떤 행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예상되는 북한의 무력도발은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있다.

박 교수는 "북한은 미국 행정부가 교체될 때마다 존재감을 드러내는 한편 협상 우위를 점하기 위해 도발에 나섰다"며 "지금은 미국 국내적으로 코로나19와 경제 문제가 심각한 만큼 북한이 도발을 통해 정책 우선순위로 올라가려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박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 재선 시엔 비교적 도발 가능성이 낮다"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관계가 좋고 트럼프 대통령이 ICBM 발사를 '레드라인(금지선)'으로 그어버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미국 대선 직후 방미길에 올라 카운터파트(대화상대방)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회담할 예정이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역시 강 장관 방미 일정에 동행,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와의 북핵 수석대표협의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