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청 "접종 후 사망사례 중 동일 제조번호 4건 8명"…의료계도 의견 분분

2020-10-23 17:26
SK바이오사이언스·LG화학·GC녹십자 등 3개 제조사 제품
의협 "접종 일시 중단해야"vs백신학회 "계절 독감 유행 우려"

질병관리청이 인플루엔자(독감) 예방 접종 후 사망한 사례 중 제조번호(로트번호)가 동일한 백신을 접종받은 사례가 4건, 총 8명이라고 23일 밝혔다.

질병청이 발표한 독감 접종 후 사망 신고 사례 현황에 따르면, 22일 16시 기준 25건의 사망 사례 중 △5번·20번 사망자 △13번·15번 사망자 △11번·22번 사망자 △3번·19번 사망자 등 총 4건의 사망자가 각각 같은 제조번호의 독감 백신을 접종받았다.

이들이 접종받은 독감 백신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셀플루4가(제조번호 Q022048, Q022049) △LG화학의 '플루플러스테트라(YFTP20005)' △GC녹십자의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Q60220039)' 등 3개 제조사 제품이다.



 

23일 서울 강서구 한 병원에서 시민들이 독감예방접종 주사를 맞고 있다.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맞고 사망한 사람이 최근 1주일새 30명 정도로 늘면서 백신 접종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질병관리청은 이날 전문가 대책 회의를 개최한다. [사진=연합뉴스]



로트(LOT)는 같은 날 같은 원료를 이용해 같은 설비에서 생산한 백신군을 의미하며 이들 제품에는 동일한 제조번호가 붙는다. 독감백신 1로트는 보통 14만~15만 명 접종분이다.

이와 관련해 정은경 질병청장은 전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같은 제조번호를 가진 백신 피접종자 가운데 추가 사망자가 나오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을 받고 "그때는 해당 로트를 봉인 조치하고 접종을 중단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재검정을 요청한다"고 답했다. 같은날 오후 정 청장이 언급한 사례가 바로 확인된 셈이다. 

한편, 안정성 논란이 일고 있는 독감백신 접종사업을 지속 여부를 놓고 의료계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모양새다.

대한의사협회는 접종 사업을 일시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협은 전날 서울 용산구 의협 임시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예방접종 후 사망 보고 간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현재 시행되고 있는 독감 관련 모든 국가예방접종과 일반예방접종을 일주일간(10월 23일~29일) 유보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반면 대한백신학회는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례에 대해 "지역적으로 국한되지 않고 제조사와 생산고유번호가 다르며, 발현하는 증상이 일치되지 않은 산발적 양상을 보인다"며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와 함께 계절 독감의 유행이 우려되는 상황이라 소아청소년과 고령자,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면역저하자의 독감 백신 접종은 지속해서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22일 오후 서울 대한의사협회 용산임시회관에서 열린 독감예방접종 사망사고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서 의협 권고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