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권영범 영림원소프트랩 대표 "비대면이 B2B에도 기회"

2020-10-22 00:10
코로나19 확산 이후 국내·외 클라우드 전환 가속화
8월 코스닥 상장 계기로 아시아 1위 ERP 회사 도약
클라우드 선두 아마존 대신 'B2B 강자' MS와 협력
국내 시장 안정화, 글로벌 R&D 투자로 경쟁력 강화

비대면 문화 확산에 따른 변화가 일상뿐아니라 업무 활동에서도 가시화되고 있다. 출퇴근을 선호해 온 기업에 광범위한 재택·원격근무가 시행됐고, 화상회의와 메신저 기반 협업툴 등 클라우드 기반 업무 솔루션의 수요가 급증했다. 기업 IT인프라의 변화도 빨라졌다. 기업들이 자체 전산실의 구축형 솔루션보다 변화에 유연하고 신속하게 개선될 수 있는 클라우드 기반 솔루션 도입을 더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설립 28년차 전사적자원관리(ERP) 전문기업 영림원소프트랩이 클라우드 확산이라는 시장 전환기를 맞았다. 이 회사는 23년 전부터 구축형 ERP 소프트웨어(SW) 'K시스템(K-System)'을 공급해 왔다. 17년 전엔 K시스템의 다국어 버전을 출시했고, 6년 전부터 클라우드 기반 ERP 제품 '시스템에버(SystemEver)'를 출시해 공급하고 있다.

권영범 영림원소프트랩 대표는 "ERP의 수요는 장기적으로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면 문화가 확산된 가운데 기업이 정상 운영되려면 업무 프로세스가 통합된 정보시스템으로서의 ERP가 핵심이고, 이는 또한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4차산업혁명에 대응할 핵심 인프라 역할을 할 것이라 내다본 것이다.
 

권영범 영림원소프트랩 대표. [사진=영림원소프트랩 제공]


영림원소프트랩은 지난 8월 코스닥 시장 상장을 계기로 국내외 클라우드 ERP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권 대표는 "비대면 문화 확산 측면에서 우리가 속한 업종이 기대주로 꼽혔고 의외로 주식시장도 괜찮았다"며 "2~3월 코로나가 유행할 때 상장 추진을 계속해야 할까 고민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시기를 잘 잡았다"고 언급했다. 올해로 회사 설립 30주년을 불과 3년 앞두고 상장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해 "10여년 전부터 권유를 많이 받았는데, (상장을 결심하기까지) 오래 걸렸다"면서 "상장 이후 지속 성장할 수 있는 체력과 역량을 갖추기 전에 상장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영림원소프트랩 실적 가운데 매출은 지난 2018년 304억원에서 작년 38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5억원에서 43억원으로 약 3배가 됐다. 회사는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시장에서 영업활동이 위축되고 주요 계약 체결이 늦어져 상반기 실적에 타격을 입었지만, 3분기부터 만회 중이다. 올해 연간 목표 실적은 달성 가능해 보이고, 업무환경에 비대면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ERP의 가치도 재조명되고 있는 만큼, 내년 이후 지속 성장도 기대된다.
 

영림원소프트랩 임직원들이 올해 8월 12일 한국증권거래소에서 코스닥시장 상장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영림원소프트랩 제공]

 
그에 따르면 비대면 문화 확산은 오히려 향후 ERP 시장 확대를 가속화할 요인이다. 재택근무나 원격업무로 운영되는 조직의 활동이 공유되려면, 단순한 협업툴 사용이 아니라 실제 비즈니스 활동으로 발생하는 정보가 실시간 공유돼야 한다. 일일이 사람이 정보를 전달하고 취합하는 게 아니라 ERP 같은 시스템 차원에서 이를 지원하는 '프로세스 통합' 구조가 모든 조직에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영림원소프트랩은 올해 이후 중장기 성장을 위한 전략적 요충지로 클라우드 기술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아시아 지역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작년 매출 가운데 해외 매출 비중은 2%에 불과하지만, 오는 2025년까지는 일본과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전체 해외매출 비중을 20%로 확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이 회사는 일본 고객수 100개사 확보를 '폭발적 성장'의 임계치로 설정했다. 최근 일본에서 클라우드 ERP로 5개 신규고객을 확보했고, 상반기부터 현지와 동남아 지역에 수십개 계열사를 거느린 대형 그룹사, 현지 대기업 계열 IT회사, 중견SI 업체 등에 솔루션 공급 계약을 위한 협상을 추진 중이다.

글로벌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 마이크로소프트(MS)와도 긴밀히 협력 중이다. MS애저 클라우드를 통해 아시아 ERP 시장에 접근하기 위해서다. 업계 선두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아니라 추격자 MS와 손잡은 데에도 이유가 있다. 권 대표는 전통적인 기업 시장에서 MS가 오피스, 서버 제품군을 사용하는 확고한 고객 기반을 다져 왔고, 향후 클라우드 분야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을 비롯한 서비스형플랫폼(PaaS) 분야에서 다른 글로벌 기업과 B2B 시장에서 차별화할 역량을 보유한 기업이라고 봤다. 실제로 지난 3~4년간 MS는 클라우드 중심으로 사업 전략을 재편하고 역량을 결집해 왔고 최근 들어 AWS 보유 시장 절반 가까운 점유율을 확보할 만큼 강력한 추격자로 급부상했다.
 

권영범 영림원소프트랩 대표. [사진=영림원소프트랩 제공]


권 대표는 "MS오피스를 오피스365처럼 클라우드 방식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과거처럼 단품 라이선스를 구매하는 경우는 줄고 있다"며 "ERP 역시 클라우드ERP가 구축형 대비 초기부담이 적고 저렴한 가격에도 기능이 뛰어나 주요 선진국 시장에서 '클라우드 쪽으로 갈아타는' 선택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클라우드ERP 도입을 보수적으로 바라보는 국내 시장 인식도 3년만 지나면 많이 바뀔 것이라는 게 그의 예상이다.

전체 시장의 클라우드 전환은 영림원소프트랩의 지속 성장에도 유리하다. 이 회사가 전통적인 구축형 ERP 사업을 수행할 경우 고객이 늘어날수록 그 환경을 지원하는 기술인력도 계속 늘려야 한다. 매출 규모가 커져도 이익을 극대화하기엔 불리하다는 뜻이다. 권 대표는 "이 구조를 벗어나기 위해 우리도 클라우드 중심으로 사업을 전환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글로벌 시장에선 모두 클라우드로 사업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영림원소프트랩은 내년부터 일반 기업용 ERP에 더해 업종별 특화 프로세스를 지원하는 7개 산업군별 ERP를 출시하고,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지속적인 연구개발(R&D)에 투자할 계획이다. 권 대표는 "IT기업이 지속적으로 경쟁 우위에 있으려면 뛰어난 인재를 확보해 좋은 연구를 하고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어 내놓아야 한다"며 "기업공개(IPO)로 확보한 자금은 시장 성과를 위한 비용으로도 일부 쓰이겠지만, 궁극적으로 아시아권의 우수 인재를 모아 수행할 글로벌 R&D의 기반을 만드는 데 쓰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영범 영림원소프트랩 대표는

권영범 영림원소프트랩 대표는 ERP솔루션을 개발해 국내외 시장에 공급해 온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출신 사업가다.

권 대표는 삼성전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시스템공학센터, 큐닉스데이타시스템 등 기업과 연구조직을 거쳐 1993년 영림원소프트랩을 설립했다. 이후 27년간 사업을 운영하며 국내 ERP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 왔다.

그가 영림원소프트랩을 통해 1997년 출시한 '한국형 ERP' 소프트웨어 제품 'K시스템(K-SYSTEM)'은 23년간 꾸준히 발전해 왔다. 이를 이끈 권 대표는 국내 ERP 소프트웨어 업계 산증인인 셈이다.

권 대표는 1997년 K시스템 개발 총괄 설계·감독 이후 1999년 롯데제과 ERP 프로젝트 총괄 PM, 2003년 롯데칠성음료 ERP 프로젝트 총괄 PM, 2007년 'K시스템 Genuine' 개발 총괄 최고기술책임자(CTO) 역할을 수행했다.

정부 지원 R&D 사업인 2012년 '월드 베스트 소프트웨어(WBS) 통합 스마트ERP 개발' 총괄 책임과 2015년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소프트웨어' 개발 과제 총괄 책임을 맡기도 했다.

권 대표는 1973년 경기고, 1977년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뉴욕주립대 기술경영 석사, 2006년 미국 USC MBA 석사 과정을 마쳤다.

2005년 제9회 한국 e-비즈니스 대상 산업자원부장관상 표창, 2006년 제7회 중소기업기술혁신대전 정보통신부장관상 표창, 2006년 제7회 소프트웨어산업인의 날 대통령 표창, 2011년 제12회 소프트웨어산업인의 날 은탑훈장을 받았다.

권 대표는 올해 8월 코스닥 상장을 통해 일본 등 아시아 지역에서 글로벌 R&D와 인재확보에 투자하고,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기업 내 비대면 업무 확산과 클라우드 도입 가속화를 계기로 국내외 클라우드ERP 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