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들에게 보내는 기성세대의 사과…'젊은이의 양지'(종합)
2020-10-21 19:42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동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젊은이의 양지'(감독 신수원·제작 준필름·배급 리틀빅픽처스) 언론 시사회가 진행됐다.
영화 '젊은이의 양지'는 카드 회사 실습생 이준(윤찬영 분)이 채무자에게 연체금을 받으러 간 뒤 사라지고 이후 변사체로 발견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준이 떠난 뒤 동료들과 센터장 세연(김호정 분)에게 매일 의문의 단서가 날아오며 충격적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게 된다.
사회적 문제를 드라마로 녹여내 관객들에게 공감을 얻었던 신수원 감독이 '유리정원' 이후 3년 만에 내놓은 신작.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업체 직원 사망 사건', '콜센터 현장 실습생 극단적 선택' 등 많은 이들을 충격에 빠트렸던 실제 사건들을 작품에 녹여 관객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안긴다.
신수원 감독은 "지난 2016년 뉴스에서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업체 직원 사고' 소식을 접하고 큰 충격에 빠졌다. 스무 살도 채 되지 못한 아이가 사고를 당한 데다가 그의 가방 속에 스패너 공구와 컵라면 등이 담겨있었다는 것을 보고 그 장면들이 잊히지 않았다. 이 밖에도 '콜센터 현장 실습생 극단적 선택' '고 김용균 씨 사고' 등을 접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영화를) 꼭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의지를 가지고 출발했다"라고 말했다.
신수원 감독의 의지처럼 영화는 '기성세대'와 '청춘'의 면면들이 담겨있다. 팍팍한 현실을 살다 보니 '좋은 어른'이 될 수 없는 기성세대와 극단으로 내몰린 청춘 세대의 모습이 먹먹하게 다가온다. 신 감독은 영화 속에 현실을 반영하면서도 한 발 나아가 이 시대 청춘들에게 희망과 사과를 전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냈다.
영화 '프랑스 여자' '영주' '화장' 등으로 로카르노국제영화제 청동표범상, 백상예술대상 여자 조연상, 올해 여성영화인상 연기상 등을 수상한 관록의 배우 김호정은 계약직 센터장 세연 역을 맡아 직장인의 불안과 괴로움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세연 역을 연기한 김호정은 "평소 신수원 감독님의 팬이다. 사회적 문제를 극에 훌륭하게 녹여내는 분이라고 생각해왔다. 감독님의 작품에 동참하게 된 걸 기쁘게 생각하고 촬영에 임했다"라며 신수원 감독과 재회에 관해 기쁜 마음을 표현했다.
하지만 촬영이 시작되자 본격적인 가슴앓이가 시작되었다고. 김호정은 "솔직히 힘들었다. 세연이라는 인물이 나름 열심히 살고 있지만 어린 준이를 비극으로 몰고 가는 인물 아니냐"라며 "단순한 악역보다는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또 다른 피해자라는 점을 (캐릭터에) 녹여내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또 "직장 내에서 연기하는 것도 힘들었다. 특별히 폭발적인 연기를 하는 것도 아니지만 내적으로 머금으면서 (감정을) 조절해야 했기 때문에 감독님과 상의 하에 호흡을 맞춰갔다"라고 거들었다.
영화 '생일' '당신의 부탁'으로 얼굴을 알리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금 우리 학교는'을 촬영 중인 배우 윤찬영은 19세 실습생 이준 역을 맡았다. 우는 법도 잊은 실습생의 모습을 담백하게 그려낸다.
신수원 감독은 "촬영 당시 (윤)찬영 군이 실제 19세였다. 캐스팅할 때도 이 역할은 꼭 19세 배우가 맡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캐스팅할 때 보니 실제로 그 나이대 배우가 많지 않더라. '당신의 부탁'을 보고 찬영 군을 인상 깊게 생각하고 있었고 이 역할을 맡아주길 바랐다. 그런데 본인이 경험하지 않은 이야기기 때문에 선뜻 (출연 제안을) 받아들이지 못하더라. 제가 꼬셔서 작품에 합류하게 됐다"고 캐스팅 과정을 밝혔다.
또 "촬영할 때는 찬영 군이 가진 19살의 모습을 담아보려고 했다. 당시 볼에 여드름이 나있었는데 메이크업 실장님께 되도록 그대로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찬영 군은 19살이 가질 수 있는 세상에 대한 두려움, 아이다운 모습이 있어서 좋았다"라고 칭찬했다.
신수원 감독은 영화 속 '청춘'은 그 나이대를 겪고 있는 배우들이 직접 연기하길 바랐다. 19살 준이 역은 촬영 당시 실제로 19살이었던 윤찬영이 연기했고, 취업 준비를 하며 자신감도 자존감도 점점 바닥난 26살 김미래 역도 그 나이 또래 배우 정하담이 맡았다.
신수원 감독이 의도한 대로 배우들은 극 중 인물들의 마음을 친숙하고 가깝게 느낄 수 있었다고.
윤찬영은 "영화를 찍을 때 19살이었다. 준이와 같은 나이다. 주변에서도 친구들이 수능을 준비하고 입시를 준비하고 있어 준이 같은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친구들과도 (캐릭터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고 저도 입시를 경험했기 때문에 준이의 마음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했다"라고 털어놨다.
정하담은 "영화를 찍을 때 미래와 같은 나이였다. 구직 활동을 하는 미래의 상황과 마음이 이해가 가더라. 극 중 미래는 계속해서 면접을 보고 있지만 계속해서 떨어지고 열심히 노력 중이지만 속으로는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하며 불안해한다. 미래를 연기하면서 저와 가까운 마음이 들었다"라고 덧붙였다.
신수원 감독은 "하담 씨가 생각하는 미래와 제가 생각하는 미래가 일치하는 부분이 많았다. 미래가 의사 표현을 잘하지 못하고 웃음으로 무마하려는 모습이 보이는데 그런 부분도 의견이 같았다. 생각하는 게 일치하다 보니 캐릭터 잡을 때도 좋더라. 시나리오에 새로운 대사도 추가되곤 했다"라고 거들었다.
극 중 '히든카드'로 출연하는 최준영은 채무자 한명호 역을 맡았다. 조각가인 그는 과거 콜센터에서 일한 경험을 가지고 있어 준이를 잘 이해하는 인물이다. 준이와 특별한 인연을 맺게 되며 가까워지게 된다.
신수원 감독은 "명호 역은 20대를 지나 30대 초반이 된 '중간자'다. 기성세대도 아닌 중간에 서 있는 인물로 관찰자 같은 느낌이길 바랐다. 영화 '샘'을 보고 준영 씨의 날 것 같은 연기가 정말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대성할 것 같은 인상을 가진 배우"라고 치켜세웠다.
최준영은 "영화를 보면 '어른'이라는 말이 많이 나온다. 준이 대사 중 '애가 있는데, 어른이 없어요'라는 말이 인상 깊었다. 우리 주변에 아이들이 방황하고 힘들어할 때 '좀 쉬어가라'라며 품어주는 어른들이 있을까? 명호를 연기하며 어른이 어떻게 되어가는지 보여주고 싶었다"라며 연기 주안점을 설명했다.
행복을 미룬 채 무한 경쟁과 돈에 몰린 세대에게 전하는 따듯한 사과이자 위로를 전하고자 하는 신수원 감독의 뜻이 담긴 '젊은이의 양지'는 오는 28일 개봉한다. 러닝타임 113분이고 상영등급은 15세 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