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항미원조' 강조 왜…미중 갈등과 오버랩 유도

2020-10-20 14:31
기념전 참관 "항미원조 위대한 승리"
美 겨냥 "강대한 적도 이길 수 있다"
내부결속·대미항전 선전도구로 활용
지방정부·관영매체도 분위기 띄우기
美 제국주의 침략 등 역사 왜곡 심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최고 지도부가 지난 19일 베이징 중국인민혁명군사박물관에서 열린 '항미원조 70주년 기념전'을 참관하고 있다.[사진=신화통신]


중국이 한국전쟁 참전 70주년을 맞아 대미 항전 의지를 고취시키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대항해 북한을 지원하다)'를 위대한 승리로 표현하며 미국을 겨냥해 "어떤 강한 적도 물리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과정에서 미국을 제국주의 침략자로 규정하고 북한의 남침 사실에는 눈을 감는 등 역사 왜곡을 조장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70년 전 압록강 건넌 건 역사적 결단"

20일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중국인민혁명군사박물관에서 열린 '항미원조 70주년 기념전'을 참관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 등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단과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까지 중국 수뇌부가 총출동했다.

1950년 10월 19일은 북한의 지원 요청을 받은 중국군이 한국전쟁에 참전하기 위해 압록강을 건넌 날이다.

시 주석은 "70년 전 중국은 평화를 수호하고 침력에 맞서기 위해 항미원조라는 역사적 결단을 내렸다"며 "조선 인민, 조선 군대와 함께 위대한 승리를 거둬 세계 평화와 인류 진보에 공헌했다"고 자평했다.

이어 "항미원조 전쟁의 승리는 정의의 승리이자 평화의 승리, 인민의 승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항미원조를 최근의 미·중 갈등과 오버랩시키려는 의도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시 주석은 "항미원조 정신은 귀중한 자산"이라며 "중국 인민은 모든 고난을 극복하고 강대한 적도 이길 수 있다는 걸 북돋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념관을 돌며 송골봉·장진호·상감령 등 격전지를 재현한 회화 및 영상을 감상하고 정전협정 체결 때 사용된 필기구 등도 살펴봤다.

이번 기념전에는 540여장의 사진과 1900여점의 유물 등이 전시됐다.
 

중국 CCTV가 지난 18일부터 방영 중인 항미원조 70주년 다큐멘터리 '평화를 위하여'. "어떠한 외부의 압력에도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는 자막이 눈길을 끈다. [사진=CCTV 캡처 ]


◆지방정부·관영매체도 대대적 선전전

시 주석의 의중을 읽은 중앙정부와 각 지방정부, 관영 매체 등도 항미원조 띄우기에 나섰다.

랴오닝성은 지난달 19일 단둥에 신축한 항미원조 기념관 개관식을 개최했다. 단둥은 중국군이 한반도에 진입하기 위해 압록강을 건넌 세 곳 중 한 곳이다.

개관식에는 장궈칭(張國淸) 랴오닝성 서기와 류닝(劉寧) 성장 등 현지 최고 지도부가 대거 참석했다.

지난주에는 장칭웨이(張慶偉) 헤이룽장성 서기와 펑칭화(彭淸華) 쓰촨성 서기 등이 잇따라 한국전쟁 참전 군인과 유가족을 위문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오는 22일 항미원조 70주년 기념 주화를 발행한다.

금색과 은색 두 종류로 발행되는 기념 주화는 각각 100위안과 10위안짜리로 법정 화폐와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

금색 주화에는 평화의 비둘기와 올리브 가지, 진달래 등이 새겨진다. 은색 주화는 압록강을 건너는 중국군의 행렬을 새겼다.

중국중앙방송(CCTV)은 지난 18일부터 6부작 다큐멘터리 '평화를 위하여'를 방영 중이다. 다규멘터리는 한국전쟁을 '제국주의 침략자가 중국 인민에게 (참전을) 강요한 전쟁'으로 규정했다.

"미국은 조선(북한)을 통해 우리 머리에, 대만과 베트남으로 각각 우리의 허리와 다리에 칼을 꽂으려 한다"는 마오쩌둥(毛澤東)의 과거 발언을 소개하며 참전의 불가피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다큐멘터리 1부의 마지막 내레이션은 "중국 인민은 평화를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며 패권주의와 강권 정치에 맞서는 걸 신성한 책임으로 여긴다"며 "어떠한 외압에도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었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미·중 갈등이 갈수록 첨예해지는 시점에 항미원조 70주년을 계기로 내부 결속을 다지고 대미 항전 의지를 고취시키려는 의도가 읽힌다"며 "다만 중국과 북한 입장에서 역사를 해석하다 보니 너무 많은 왜곡이 이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