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수도권 덮은 '악취'에 고베 대지진 악몽 소환
2020-10-16 13:54
일본 수도권에서 원인 모를 냄새 3개월째 계속돼
요코하마시 조사에 나섰지만, 원인은 오리무중
고베 대지진 때도 악취 소동...지진 전조 증상 우려도
요코하마시 조사에 나섰지만, 원인은 오리무중
고베 대지진 때도 악취 소동...지진 전조 증상 우려도
최근 일본 수도 도쿄 인근 지역에서 원인 모를 냄새가 발생하자 1995년 고베 대지진 때 있었던 악취 소동의 악몽이 소환됐다. 당시 지진이 일어나기 한달 전부터 타는 듯한 냄새가 여러 번 포착됐기 때문이다. 관계당국은 수도권에 퍼진 냄새가 인체에 무해하다며 시민을 안심시켰지만, 일각에서는 큰 지진의 전조증상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4일 일본 NHK 등에 따르면, 도쿄와 가까운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와 요코스카시에서는 지난 6월부터 '가스 냄새가 난다'는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 4일 가나가와현 미우라시에는 '고무 타는 냄새가 난다'는 민원이 최초 접수됐다. 미우라시는 도쿄와 접한 가나가와현에 있는 도시로, 미우라카이간역(三浦海岸駅)과 도쿄역은 지하철로 약 1시간 20분 거리다.
이같은 악취 신고는 인근 요코스카시와 즈시시로 이어졌고, 소방서에는 관련 민원이 200건 이상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원인불명의 악취는 12일 요코하마시까지 퍼졌고, 결국 당국은 원인 파악에 나섰다. 요코하마시에 따르면, 공기를 채취해 조사한 결과 휘발유 등에 포함된 화학물질은 10배 이상, 나무를 태울 때 나오는 물질은 2배 이상 검출됐다. 하지만 건강에 유해하지는 않다고 요코하마시는 전했다.
하지만 일본 국민들은 지진 전조 증상이 아니냐며 불안하다는 반응이다. 악취 소동이 일어나기 두 달 전인 4월 28일, 일본 중부내륙 지방인 나가노(長野)현에서 흔들림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유감'(有感) 지진이 최근 자주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날 교도통신에 따르면, 나가노현 중부가 진원인 진도 1 이상의 유감 지진이 지난 22일 이후 약 60차례 발생했다. 진도 1은 실내에 가만히 있는 사람 중 일부가 흔들림을 감지하는 수준이다.
또 지난 1995년 고베 대지진 당시 한 달 전부터 타는 냄새가 난다는 '악취 소동'이 일어났던 만큼 가나가와현을 뒤덮은 악취는 일본 국민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요코하마에 살고 있는 미즈키(28)씨는 "때때로 여름에 유황 냄새가 난 적은 있지만, 가나가와현 전체를 뒤덮을 만큼 악취가 오래 지속한 적은 없었다"며 "과거 고베 대지진 때도 이와 유사한 냄새가 났던 점 때문에 지진 전조 현상은 아닐지 걱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