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은행 엇갈린 희비] ②'-57%' 웰스파고, 순이익 반토막..."부진 장기화하나?"

2020-10-15 16:16
3분기 美은행 어닝 서프라이즈 행진 속 홀로 부진...'금융사고·코로나19 2연타'

미국 주요 은행들의 올 3분기 실적 발표가 이어지는 가운데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전반적으로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 다만, 업체별로는 골드만삭스가 '2배' 가까이 성장한 반면, 웰스파고는 '반토막 실적'을 기록하며 희비가 엇갈렸다.
 

올 3분기 미국 주요 은행 실적 비교. 왼쪽은 3분기 순익 증감 비율, 오른쪽은 각 은행들의 주당 순이익 추이.[그래픽=월스트리트저널(WSJ)]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올 3분기 36억2000만 달러(약 4조20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93% 증가했다. 자산관리 사업을 강화하며 코로나19 경기부양책 이후 저금리 여파로 악화한 여타 부문의 손해를 상쇄한 결과다. 

골드만삭스뿐 아니라 금융시장 투자 사업을 진행 중인 JP모건체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와 씨티그룹 등도 예상치를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JP모건의 3분기 순이익(94억4000만 달러)은 순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 증가했는데, 대손충당금 규모가 직전 분기 105억 달러에서 6억1100만 달러로 크게 줄어든 데다 주식·채권 거래 순익은 66억 달러로 30% 늘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견인했다.

BofA와 시티그룹의 경우 전문가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지만, 지난해보다 순익은 크게 감소했다.
 
"웰스파고 부진 오래간다"...금융사고·코로나 2연타에 넉다운

반면, 자산 기준 미국 4위 은행인 웰스파고의 3분기 실적은 시장에 실망감을 안겼다.

14일 웰스파고의 3분기 매출은 전문가 예상치보다 15만 달러 더 많은 299억4000만 달러를 기록했지만, 순익(17억2000만 달러)에서 전년 동기(40억4000만 달러) 대비 56%나 폭락했다. 이에 따라 주당 순이익도 전망치인 0.45달러에 미치지 못한 0.42달러에 그치며 작년 3분기 당시 0.92달러에서 큰 폭으로 주저앉았다.

이 기간 웰스파고의 대손충당금은 205억 달러로 2분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같은 기간 은행의 대출 수익(순이자이익·NII)은 94억 달러로 전 분기 대비 5억1200만 달러나 줄었다. 이와 함께 웰스파고는 다른 은행들과 달리 자체적인 금융 사업을 운영하지 않고 있어, 저금리 상황에 따른 수익 악화를 상쇄할 방안이 제한적이다.

한편, 웰스파고는 여전히 '유령계좌 사건' 이후 대출심사 오류, 데이터센터 먹통 등 각종 금융사고 스캔들이 끊이지 않는 상태라 부진이 오래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유령계좌 사건이란 2002년부터 웰스파고가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고객 동의 없이 350만 개가 넘는 허위계좌를 개설해온 사건으로 지난 2016년 발각됐다.

현재까지 형사소송 등으로 40억 달러 이상의 벌금을 물고 2018년에는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1조9500만 달러의 자산한도 제한 규제도 부과했다. 다만, 지난 4월 코로나19 사태로 해당 제한 규제는 일시 완화한 상태다.

실제, 올해 웰스파고의 실적은 나아질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1분기 당시 웰스파고의 순익은 6억5300만 달러로 전년 동기(58억6000만 달러) 대비 89%나 급감했고, 2분기에는 24억 달러의 순손실로 돌아섰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여 년만의 첫 분기 손실을 기록했는데,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예상되는 84억 달러의 대출 손실을 적립한 데 따른 것이다.

한편, 14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웰스파고의 주가는 23.25달러를 기록하며 전날보다 6.02%(1.49달러) 주저앉았다.
 

웰스파고.[사진=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