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사 의혹' 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 "CEO가 모든 업무 알수 없어"
2020-10-14 14:38
골관절염 치료제인 신약 '인보사' 관련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이 법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4부(소병석 부장판사) 심리로 14일 오전 열린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이 전 회장 측 변호인은 "그룹 전체나 계열사 중요사항만 보고받았을 뿐 구체적인 업무 지시나 결정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검찰 공소장에 있는 세포나 임상보류서한(CHL) 등은 굉장히 전문적인 사안"이라며 "내용을 한 번만 듣고 파악하기 힘들뿐더러 27개 계열사가 있는 그룹 회장이라 '코오롱티슈진'이라는 작은 계열사에서 발생한 세부 내용까지 모두 보고받을 수는 없다"라고 강조했다.
티슈진은 코오롱생명과학 미국 내 자회사로 골관절염 치료제인 '인보사'를 개발한 업체다. 인보사는 신약임상 2상까지 성공적으로 치렀지만 3차 임상실험을 앞두고 골관절 세포가 아닌 신장 세포를 이용해 약을 개발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실험이 취소됐다.
이 과정에서 내부 정보를 이용해 손실을 축소하거나 응당 발표해야할 정보를 숨겨 일반 투자자에게 피해를 준 정황이 포착되면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전 회장은 이날 재판에서 정보은폐나 내부정보 이용 주식거래 뿐만 아니라 티슈진 상장 과정에서 정보를 은폐했다는 혐의도 모두 부인했다.
검찰이 제기한 차명주식 투자 혐의 역시 마찬가지다. 이미 50%가 넘는 지분으로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는데 굳이 적은 주식을 다른 사람 이름으로 보유할 동기가 없었다는 것이다.
인보사 효과를 속여 환자들에게서 투약대금을 챙겼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인보사는 임상시험을 거쳐 (식품의약품안전체에서) 품목허가를 받았고, 식약처가 공시한 효능 환자들에게 설명했다"며 "투여도 의사들이 제품 효과를 고려해서 한 것"이라고 책임을 부인했다.
아울러 "환자들과 직접 거래도 없었고, 당시에 (의약품 성분 조작을) 몰랐기 때문에 기망하려는 의도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함께 기소된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 등 다른 피고인들도 이 전 회장 주장과 대체로 같은 입장이라며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골관절염 신약인 인보사는 사람 연골세포가 담긴 1액과 연골세포를 형질전환한 2액으로 구성됐다. 2017년 국내 첫 유전자치료제로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실제론 2액을 허가받은 연골세포가 아닌 종양 유발 위험이 있다고 알려진 '신장유래세포(GP2-293)'로 만들어 판매했다.
이 전 회장은 이런 방식으로 환자를 속여 160억원대 매출을 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코오롱은 티슈진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해 2000억원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허위 공시로 계열사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