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이웅열 명예회장 개인회사 인수

2024-05-23 18:05
경영 손뗐지만 대주주 지위 유지
9389만원 기업 15억원에 매입

코오롱 계열사가 이웅열 명예회장의 개인회사를 본래 가치보다 14억원이 비싼 값에 양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전에는 이 명예회장이 투자한 스타트업을 코오롱이 인수하면서 그룹의 잇단 경영 판단이 오너의 개인사업 밀어 주기로 비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이 명예회장이 코오롱 경영일선에서 떠나겠다고 밝힌 2018년 이후 올해까지 그룹 계열사는 2018년 39개에서 올해 48개로 늘었다. 특히 계열사 증가는 2021년 이후 도드라졌다. 2020년까지 30여개사를 유지하던 수준에서 2021년 한해동안 총 47개까지 급격히 늘었다.

업계에선 이를 이 명예회장이 각종 회사에 적극적으로 투자한 영향으로 본다. 2021년에는 아르텍스튜디오(사명 변경 후 인유즈), 2022년에는 파파모빌리티(이하 파파), 비아스텔레코리아, 트레스코, 메모리오브러브, 어바웃피싱 등이 코오롱 계열사로 새롭게 이름을 올렸는데 이는 모두 이 명예회장이 투자한 회사다. 

이 명예회장은 2018년 이후 그룹 내 직책에서 모두 사임했지만 여전히 공정위의 대기업집단 동일인으로 지정돼 있어 그의 개인 회사 다수가 코오롱 계열사로 편입됐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동일인이 단독 또는 동일인관련자(배우자, 4촌 이내 혈족, 3촌 이내 인척, 기타 친족)와 합해 회사의 발행주식 총수의 30% 이상을 소유하고 최대출자자인 경우 그 회사를 기업집단에 포함하고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이 명예회장의 개인 사업이 자력으로 운영되기보단, 그룹의 도움을 받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일례로 의류 플랫폼 업체인 메모리오브러브는 2023년 4월 플랫폼 사업 부문을 15억원을 받고 코오롱인더스트리에 양도했다. 이후 메모리오브러브는 그해 7월 청산했다. 메모리오브러브은 순자산은 9389만원에 불과했는데, 코오롱 계열사가 본래 가치보다 14억원 넘게 비싸게 주고 사업을 넘겨받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양수 당시 매출이 200만원에 불과해 전문가들은 노골적인 '기업가치 뻥튀기'가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이 명예회장은 메모리어브러브에 지분 70%를 들고 있던 대주주였는데, 코오롱 계열사가 나서 이익을 보존해 준 꼴이다.

이 명예회장이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인유즈는 올해 4월 청산 완료됐다. 화장품, 보건 마스크 사업을 하던 인유즈는 2020년 기준 코오롱그룹과의 내부거래가 70%에 육박하며 매출 7억600만원, 영업손실 1억100만원을 냈다. 이후 내부거래 비중을 17%대로 크게 낮췄지만 적자 폭을 키우며 사업 정리 수순에 들어갔다.

이 명예회장의 사업에 그룹이 개입한 일은 이전에도 있었다. 이 명예회장이 투자했던 파파는 코오롱으로부터 2022년 5월 60억원을 투자받아 코오롱 자회사로 편입됐다. 이전부터 파파는 코오롱의 지원을 받았는데 파파는 2021년 9월 코오롱 종로 사무실인 다모여빌딩으로 이사하고, 2022년 4월 코오롱 계열사 그린나래로부터 12억원을 빌렸다.

한 회계 전문가는 "오너가 투자했다는 회사라는 이유로 비싸게 사는 등 '대주주 배 불리기'가 계속되면 그룹 안팎에서 문제 제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코오롱그룹 측은 "객관적인 가치평가를 위해 복수의 외부 회계법인의 평가를 통해 영업양수 금액이 책정됐으며, 이는 메모리오브러브의 차별화된 역량으로 얻을 수 있는 시너지 등의 미래가치에 대해 평가해 책정된 금액이다"고 설명했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이 투자 회사들이 소재한 코오롱 소유의 종로구 다모여 빌딩. [사진=김혜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