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혁신 위한 선결 과제 ‘지배구조개편’·‘중국실적회복’

2020-10-14 11:45

14일 그룹의 정점에 올라선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미래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로 전에 없던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지배구조 개편과 중국실적 회복 등을 선결 과제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에 따라 미래차 전환을 위한 혁신의 성공 여부도 판가름 날 전망이다.

일단 시장에는 코로나19 등 먹구름이 가득하다. 특히 수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업 구조상 코로라19로 인한 글로벌 경기 하강은 현대차그룹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제경제협력기구(OECD)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경제는 연말까지 4.5% 역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로 인해 전세계 자동차 산업 수요도 크게 감소하고 있다. 경쟁 글로벌 업체들에 비해 선전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지난 3분기까지 현대차와 기아차의 글로벌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4%, 8.8% 축소됐다.

미-중 무역갈등의 재점화 우려로 국제 금융시장은 불안정하고,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기조도 확산되고 있다. ‘노 딜 브렉시트’ 리스크가 상존하면서 유럽 경제지표도 악화되고 있으며, 신흥국들의 경기침체와 불안정성은 더욱 심각하다.

이 가운데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지배구조 개편을 재추진해야 한다.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는 '현대차-기아차-모비스-현대차', '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모비스-현대차', '현대차-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 등으로 꼬여있는 상태다. 정 회장의 현대차그룹 지분은 현대차 2.62%, 기아차 1.74%, 현대글로비스 23.29%, 현대위아 1.95%, 현대오토에버 9.57% 등이다.

현대차의 지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정 회장의 입장에서 그룹 지배권 강화와 안정적 승계를 위해서 지배구조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정부도 소수의 자본으로 계열사에 대한 과도한 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는 대기업집단의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새로운 개편안으로는 현대모비스를 인적 분할한 뒤 재상장을 통해 시장 평가를 받고 현대글로비스와의 합병을 추진하는 방안이 떠오르고 있다.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의 투자 부문만 합병해 지주사를 만드는 방안 등도 거론된다.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세계 최대 시장 중국에서 반전도 꾀해야 한다. 중국 시장에서 실적을 회복하지 못하면, 세계 선두권의 완성차업체로 거듭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대차의 경우 2016년 중국에서 114만2016대를 팔아 시장 점유율 5.1%를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그 절반 수준인 65만123대를 판매했다. 이로 인해 시장점유율은 3.1%로 떨어졌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미래차 전환을 위해서는 그만한 자금과 안정적인 경영환경이 필요하다”며 “기존 사업에서의 실적 회복과 지배구조 개편이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14일 전세계 그룹 임직원들에게 영상 취임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