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제재에도 美 상장 中 기업 오바마 때보다 많아

2020-10-12 16:14
최근 일년간 상장 기업 25% 늘어
오바마 재임 8년 간 105 개 상장.. 트럼프 4년간 102개
美 대선 이후 상황 달라질 수도

[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제재 강화 속에서도 미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의 수는 되려 증가했고, 벌어들인 돈도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10월 초 기준 미국 나스닥과 뉴욕증권거래소, 아메리칸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중국 기업의 수는 217개로 1년 전에 비해 25% 증가했다.

중국 기업들에 대한 미국의 제재 강화 속에서도 미국 증시 문을 두드리는 중국 기업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 제한을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의 제재 강화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미국 증시 상장 중국기업 증가 추세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재임 시절과 비교하면 더 뚜렷하다. 오바마 대통령의 재임기간 8년 간 미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의 수는 총 105개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의 재임 기간 4년 간 상장 기업 수는 102개다.

중국 기업들이 미국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거둬들인 조달금액도 더 많아졌다. 트럼프 정부 시절 이들의 평균 IPO 조달액은 2억5000만 달러 수준이다. 이는 오바바 시절 2014년 ‘블록버스터급’인 알리바바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의 평균 IPO 조달액인 1억5400만 달러보다 무려 1억 달러나 많은 수준이다.

게다가 상장 후의 활약도 대단하다. 최근 1년사이 중국 기업들의 시총은 2조2000억 달러로 늘어났는데 이는 1년전에 비해 두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미국의 제재 속에서도 중국 기업들의 상장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미국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이고 싶어하는 중국 기업들의 욕구와 저렴한 미국 증시 수수료 등이 이유라고 분석됐다.

다만 다음달 있을 대선 이후에는 상황이 크게 뒤바뀔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중국 투자은행 차이나 르네상스의 부르스 팡 책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많은 중국 기업들이 상장 폐지될 수 있다”며 “하지만 조 바이든이 승리한다면, 중국은 미국 규제 당국과 협의할 용의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미국에 상장된 다수 중국 기업들은 홍콩증시 2차 상장으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알리바바를 시작으로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인 징둥과 게임회사인 왕이(넷이즈)가 올해 홍콩 증시 2차 상장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와 관련 팡 책임자는 “그러나 홍콩거래소의 규제로 일부 중국 유니콘 기업들이 미국을 선택해야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은 중국 기업들이 부정한 자료로 미국에서 자금을 조달해 미국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지난 8월 미국 재무부는 자국 회계기준을 무시하면서 미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을 2022년 1월 이후 퇴출시키기로 권고했다.

앞서 미국 상원도 중국 기업이 미국의 회계감사, 규제를 따르지 않으면 미국 증시에 상장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올해 5월 만장일치로 가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