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어게인 2016?] ①러스트벨트의 '붉은 분노'는 사라지지 않아

2020-10-12 05:30
백인 제조업 노동자들의 표심 이번에도 관건
코로나19 피해 가장 컸지만 민주당에 비난 화살

2016년 11월 8일(이하 현지시간) 치러졌던 미국 대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은 미국인들은 물론이고 전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정치계의 이단아 취급을 받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백악관 주인의 자리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출마조차 농담거리로 소비됐던 트럼프 후보의 당선은 미국 주류 정치의 판을 완전히 뒤흔들었다. 현지 언론을 비롯해 전세계 신문과 방송에서는 왜 미국인들은 트럼프를 선택했는 지에 대한 분석이 이어졌다.

이변의 주역 중 하나로 꼽혔던 것은 바로 낙후된 제조업 지역 바로 '러스트벨트'의 노동자 표심이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최근 여러 여론 조사에서 큰 격차로 앞서고 있지만, 민주당이 경계를 늦추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2016년보다 오히려 어려운 상황에 놓은 노동자들의 분노가 어디로 향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2017년 1월 20일 취임식에서 성격에 손을 얹고 취임 선서를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백악관 홈페이지 ]


◆2016년 러스트벨트 삼킨 트럼프···미국 언론들 예상 완전히 빗나가

2016년 브렉시트 충격 뒤 이어진 미국 대선은 '세계화 시대의 역풍'을 상징했다. 선거 분석 결과 이변을 만들어 낸 이들은 바로 낙후된 제조업 지역을 중심으로 한 러스트벨트 미국 백인 중산층들과 자신의 선거성향을 드러내지 않은 숨은 트럼프 지지자들이었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2000년 선거이후로 최대 접전이었던 선거에서 트럼프는 대형 경합주들을 모두 삼키면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특히 중요 격전지로 러스트벨트(낙후된 중서부 제조업 지대) 선거인단을 독식했다. 이는 자유무역에 대한 미국인들의 반감을 증명해주는 것이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당시 트럼프의 승리는 전문가들과 여론조사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 미국의 일간지인 뉴욕타임스(NYT)는 대선 이틀 전에도 클린턴의 당선 확률을 84%로 점칠 정도였다. 심지어 선거 전날까지 나온 각종 여론조사 결과 클린턴은 트럼프에 1∼6%포인트 앞섰다. 경합지역에서도 '승리'가 확실해 보였다.

의외의 결과가 나오면서 당시에는 '샤이 트럼프' 비율에 관심이 쏠렸다. 각종 막말로 여론의 비난을 받는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여론조사에서 제대로 표출하지 않은 이들이 많았다는 주장이다. 올해 대선을 앞두고 치러진 각 종 여론조사에서 많은 언론들이 섣부른 전망에  경계하는 것 역시 2016년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주류 정치인이 아닌 아웃사이더 트럼프의 당선은 미국의 기존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염증과 분노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왔었다. 미국의 NBC 방송이 선거당일 출구조사를 바탕으로 유권자들의 성향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저학력, 백인, 남성과 중노년층 유권자들의 강력한 지지가 트럼프의 승리를 가능케 했다. 
 

미국 디트로이트의 모습 [사진=게티이미지 뱅크]

◆러스트벨트의 분노 다시 큰 역할 할 수도

2016년 대선 판을 뒤흔들었던 러스트벨트의 분노가 2020년에도 다시 치솟을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을 앞서고 있다. 러스트벨트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2016년에 그랬듯 숨겨진 트럼프 지지자들의 존재를 잊어서는 안된다는 지적은 계속 되고 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존 C. 오스틴 연구원은 지난 6일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많지만,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등 러스트벨트의 노동자 계급들의 표심이 2016년 만큼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제조업 중심 지역으로 이뤄진 이들 지역은 이번 선거에서도 여전히 경합지역이다. 게다가 이들은 2016년 트럼프의 백악관에 들여보낸 장본인들이다."라고 지적했다. 

미국 중서부 지역은 과거 미국 제조업 호황기에 경제적 번영을 누렸으나 최근 경제 구조의 변화 속에서 가장 뒤처진 곳들이다. 제조업을 다시 살려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호는 이 지역 유권자들의 환심을 살 수 밖에 없었다. 

2012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미시간 주도 2016년에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로 돌아섰다.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경제혁신그룹(EIG)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232개의 '레거시 카운티'를 선정했다.  이들 지역은 장기간에 걸쳐 쇠퇴가 일어나고 있으며, 도시 지역이지만 인구와 소득이 계속 줄고, 버려지는 주택 수도 늘고 있는 지역을 말한다. 이른바 레거시 카운티로 분류되는 232개 중 무려 85개가 중서부에 있으며, 이들 중 18개는 미시건, 5개는 위스콘신, 23개는 펜실베이니아에 있다. 

미시간의 18개 레거시 카운티 중 9개곳은 2012년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투표했으나, 이들 중 2개를 제외한 나머지는 2016년 트럼프에게 돌아섰다.

2020년 쿡 정당일체감 지표에 따르면 미시간 주의 레거시 카운티 18개 중 3개는 민주당을 유지했으며, 나머지는 공화당을 여전히 강력하게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성향은 펜실베이니아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나다. 23개 레거시 카운티 중 민주당을 지지하는 곳은 1곳에 불과했으며, 위스콘신 역시 5곳 중 1곳만 민주당을 지지했다.

인구가 줄면서 이들 지역은 점차 고령화가 심해지고 있다. 이들 레거시 카운티의 대부분은 미국 인구 평균 연령인 39.9을 넘어선다. 인구 구성도 백인 구성이 많지만, 유색인종의 비율도 낮은 것은 아니다.

이들은 과연 11월에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는 대선 결과에 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팬데믹이 몰아치면서 미시간을 비롯한 제조업 벨트는 다시 큰 타격을 입었다. 실업률은 급격히 높아졌고, 폐업도 크게 늘었다. 자동화로 인해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이같은 경제의 악화는 유권자들의 분노를 4년 전보다 키울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타깃이 현 정권이 아닌 민주당으로 향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오스틴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 무역전쟁 등으로 중서부 경제의 악화의 책임을 지고 있지만, 이를 부정하면서 경제 봉쇄를 지시한 민주당 주지사 등과 같은 이들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다"면서 "반트럼프 물결이 거세고 바이든 지지자들이 활발히 투표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지난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은 미시간에서 불과  1만 2000표 차로 승리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국수주의, 보수주의가 여전히 11월 3일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