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마감] '코로나 트럼프' 따라 '조증' 장세...이틀 연속 상승세에도 불안감

2020-10-09 08:35
美의회 부양책 협상 주시하며 상승장 지속...관련 소식에 출렁여
"대선 불확실성, 전략가들도 말문을 잃을 지경...급락세 취약해"

뉴욕증시가 다시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미국의 신규 부양책 도입 기대감에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코로나19에 감염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잇단 '예측불허' 행보에 증시는 출렁이고 있다. 대선 불확실성이 커지는 탓에 변동성 장세가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지수는 전일보다 0.43%(122.05P) 상승한 2만8425.51에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는 0.80%(27.38P) 오른 3446.83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0.50%(56.38P) 뛴 1만1420.98을 기록했다.
 

8일(현지시간) 다우지수 추이.[자료=시황페이지]


뉴욕증시는 부양책 기대감으로 이틀째 상승장을 유지했지만, 장중 등락 폭은 컸다.

이날 상승 출발한 다우지수의 경우 오전 중 2만8459.13까지 올랐지만, 11시35분경 잠시 급락세로 전환했다. 이후 다시 반등으로 돌아서며 장 마감까지 상승 폭을 늘렸지만, 오락가락하는 '롤러코스터 장세'에 시장 불안감은 여전히 큰 상황이다.

이와 같은 변동성 장세의 뒤에는 '스테로이드 하이' 부작용이 의심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5차 경기부양책을 놓고 보이는 오락가락 결정 탓이다.

이는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덱사메타손을 투약한 후 나타나는 '조증' 부작용을 가리키는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부양책 협상을 촉구했다. 지난 6일 퇴원 직후에는 갑작스런 '협상 중단'을 지시해 뉴욕증시가 급락하자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8일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에서 민주당과 추가 부양책에 대한 "생산적인 대화를 재개했다"고 밝혔다. 이어 "항공사에 대한 지원방안도 논의하기 시작했으며, 항공사보다 더 큰 합의와 '1인당 1200달러' 현금 지급안도 협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내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소규모 부양책 도입은 없을 것"이라고 반박해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바라는 대로 협상을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다만, 이날 오후가 되기 전 펠로시 의장은 "백악관과 대화를 지속하기 원한다"고 언론에 밝힌 후, 오후 중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전화 협상을 이어갔다. 므누신 장관이 민주당과 소규모 합의안을 넘어 포괄적인 부양책 협상을 재개하는 데 의욕을 보였다는 보도도 나왔다.

부양책을 둘러싼 정치권의 소식이 나올 때마다 이날 증시가 출렁인 것이다. 부양책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유지하고 있지만, 시장 내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고 풀이할 수 있다.

제프 부치바인더 LPL파이낸셜 주식전략가는 로이터에서 "대규모 부양책에 대한 타협이 또 다른 '10월의 서프라이즈'가 될 수 있다"면서 "선거를 앞두고 아무것도 내놓지 못하는 것은 양당 모두에 불리하기에, 대선일인 11월3일까지 희망의 빛은 살아있다"고 지적했다.

에스티 듀크 나티식스인베스트먼트 글로벌시장 전략 대표 역시 "여전히 부양책이 핵심이며, 시장은 '협상 타결'이라는 낙관론을 기반으로 움직이고 있다"면서 "공화당이 얼마나 큰 규모에 동의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2조2000억 달러 규모의 법안을 하원에서 통과시킨 민주당과 1조6000억 달러를 제안하는 백악관 사이에서, 공화당 측은 1조 달러가 넘는 부양책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하고 있는 상황이다.

3주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과 관련한 불확실성 요인도 남아있다.

이날 미국 대선토론위원회는 오는 15일 예정한 대통령 후보 2차 TV 토론회를 화상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이를 수용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전염 위험성은 없다"면서 "원격 토론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것"이라며 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에서 시작한 워싱턴 정계의 코로나19 폭풍 감염 우려가 끝나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이에 유명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애비 조셉 코헨 전략가는 대선 때문에 뉴욕증시가 상당 폭으로 떨어질 가능성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현 상황은 경제·정치의 예측 불가능성 때문에 투자 전략가들이 말문을 잃을 지경이라는 것이다.

코헨은 블룸버그에서 "여러 변수들 탓에 우리의 투자 분석 모델 조차 쉽게 적용할 수 없다"면서 "금융시장의 급락 상황을 매우 우려 중"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3월 저점 이후 초대형 기술주들이 랠리 비중을 독차지하며 시장 내 밸류에이션(가치평가)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갑작스런 충격에도 주식시장 전체가 급락세에 더욱 취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미국 행정부의 재정부양 정책 측면에서 '블루웨이브'로 불리는 민주당의 선거 승리에 대한 시장 거부감이 줄었다고도 진단했다. 정책 결정을 두고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2기보다 민주당의 승리가 장기적 측면에서 미국 경제와 기업 성장에 긍정적이란 판단이다.

한편, 고용시장의 부진한 개선 상황 등 둔화한 경기 회복 속도는 지속적으로 시장 강세의 발목을 잡고 있다. 다만, 부양책에 대한 주목도가 워낙 커 증시에 미친 영향은 아직 미미한 정도다.

이날 미국 노동부는 지난주(9월 27일~10월 3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를 84만건으로 집계했다고 발표했다. 전주보다 9000건 감소하며 시장 전망치인 82만건을 웃돌았지만, 6주 연속 100만건을 하회해 미국 고용시장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는 우려를 키웠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전날보다 5.92% 내린 26.40을 기록했다.
 
'美부양책 효과'...유럽증시·유가·금값 일제히 상승

8일 유럽 주요국 증시 역시 미국의 추가 부양책 도입 기대감에 일제히 상승했다.

영국 런던증시의 FTSE100지수는 0.53% 오른 5978.03에 거래를 마쳤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증시의 DAX30지수와 프랑스 파리증시의 CAC40지수는 각각 0.88%와 0.61% 상승하며 1만3042.21과 4911.94로 마감했다. 범유럽지수인 유로 Stoxx50지수는 0.69% 뛰며 3255.76을 기록했다.

국제유가는 허리케인의 미국 접근으로 공급 위축 우려가 커지며 큰 폭으로 올랐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3.1%(1.24달러) 급등한 41.19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12월물 브렌트유도 3.5%(1.47달러) 오른 배럴당 43.46달러를 기록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금은 온스당 0.2%(4.30달러) 오른 1895.10달러에 거래를 마쳐 소폭 상승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