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니 코로나 팬데믹 오지" 자꾸 입장 번복하는 美 CDC·WHO
2020-10-07 00:04
공기 감염·마스크 착용 두고 몇 차례 입장 바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올 수밖에 없던 이유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세계보건기구(WHO)의 잦은 입장 번복도 한몫했다. 이들의 태도에 불신이 짙어지면서 국외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는 시위까지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21일(이하 현지시간) CDC는 홈페이지에 "(기침·재채기를 통한) 비말이나 공기 중 입자가 공기 중에 떠돌다가 다른 사람이 이를 들이마시거나 (사회적 거리두기의 권고치인) 6피트 이상까지 퍼진다는 증거가 늘고 있다"는 권고문을 올렸다. 하지만 사흘 후 돌연 "확정되지 않은 권고문 초안이 실수로 홈페이지에 게시됐다"며 해당 권고문을 삭제해 논란이 됐었다.
그런데 해당 권고문이 2주 만에 다시 등장했다.
그동안 세계 각국 전문가들은 공기를 통해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고 주장해 왔었지만, CDC는 공기 감염에 대한 별다른 입장을 보이지 않았었다. 당시 NYT 등 외신들은 백악관과 CDC 측이 코로나19 위험성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는 와중에 CDC가 관련 지침을 급히 삭제한 것이 외압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가장 많이 번복된 것이 바로 마스크 착용 여부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속도로 증가하자 두 기관은 마스크 착용을 권하기 시작했다. 지난 4월 CDC 측은 미국민에게 외출 시 수술용 아닌 천 재질의 마스크를 사용하라고 권고했고, 6월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나타난 증거들을 고려해 WHO는 광범위한 감염이 있거나 대중교통, 상점, 여타 밀폐되거나 붐비는 환경처럼 물리적 거리두기가 어려운 경우 일반 대중에 마스크 착용을 장려하라고 정부들에 권고한다"며 입장을 번복했다.
마스크 착용을 우습게 보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뒤늦게 "마스크 착용은 애국"이라며 태세를 전환했고, 질본 역시 해당 발언이 부적절했음을 인정하고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으면 감염 위험이 5배 이상 증가한다며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등 권고에 나섰다.
지난달 빌 게이츠는 자신이 운영하는 재단이 매년 발간하는 '골키퍼스 보고서' 관련 인터뷰에서 "메시지(마스크 착용)를 전파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돌아보면 팬데믹 상황에서 더 잘 해낼 수 있었던 것이 아주 많다. 의학계에서는 마스크 중요성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를 전달하기까지 몇 개월이나 걸렸다"며 세계 지도자들이 마스크 착용 수칙을 알리는 것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인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고 CNB방송이 보도했다.
전문 기관의 잦은 입장 번복은 장기간 이어지는 코로나19 사태에 지친 민심에 불신을 키우게 된다. 이에 해외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을 자유를 달라는 시위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특히 마스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나라일수록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는 사례가 쏟아져 당국과 마찰을 빚고 있다.
한편, 6일(한국시간) 오후 2시 기준으로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전날보다 33만5385명 증가한 3539만364명이며, 사망자는 6950명이 늘어난 104만2637명을 기록했다. 인도가 하루새 7만444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제일 많았고, 그 뒤를 미국(3만5668명), 프랑스(3만4225명), 스페인(2만3480명) 등이 뒤를 잇고 있다.